1. 작품 소개

“내가 아저씨를 두고 어떻게 가요? 이것 봐! 또 이렇게 멍청히 있을 것 같아서 내가 데리러 왔단 말이에요!”

하이퍼 초능력자인 이수와 그의 연인 하재인, 서로를 깊이 사랑하지만 서로를 위한다는 이유로 놓으려 했으나 차마 떨어질 수 없었던 연인은 위기를 함께 겪으며 사랑을 재확인한다. 초능력자 이수와 평범한 여대생 하재인, 두 사람의 유성 같은 사랑은 과연 서로를 향하게 될까?

“우리 처음 만났을 때 했던 약속 기억해요?”

“약속?”

“아저씨가 죽으면 안 되는 이유…… 내가 찾아준다고 했었잖아요.”

“그랬지.”

“그 이유를 천 개도 넘게 찾아냈어요. 아저씨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더 많이 찾아낼 거예요.”

2. 작가 소개

청화(聽樺)

새드와 열린 결말을 좋아하면서도 매번 해피로 마무리짓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을 괴롭혀보겠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이 자판을 두드리고, 모자란 재능을 숨기기 위해 수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눈가림을 한다.

기필코 모든 이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글을 쓰겠다는 야무진 야망을 품고 산다.

▣ e-Book 출간작

환생화(還生話) 1부 7천년 뒤의 그대에게

환생화(還生話) 2부 얼음왕자의 사랑

환생화(還生話) 3부 당신입니다

호애(護愛)

3. 차례

#14. 그녀 & 12월 6일 (3)

#15. 그녀 & 12월 6일 (4)

#16. 그 & 12월 6일 새벽 (1)

#17. 그 & 12월 6일 새벽 (2)

#18. 그 & 12월 6일 저녁 (3)

#19. 12월 8일 마지막 날 (1)

#20. 12월 8일 마지막 날 (2)

#21. 12월 8일 마지막 날 (3)

#22. 12월 8일 마지막 날 (4)

#23. 12월 8일 마지막 밤 (1)

#24. 12월 8일 마지막 밤 (2)

#25. 12월 8일 마지막 밤 (3)

#26. 12월 8일 마지막 밤 (4)

#27. 12월 8일 마지막 밤 (5)

#남겨진 파편 (1)

#남겨진 파편 (2)

#에필로그

#마치며

4. 미리 보기

“……내가 많이 미웠죠?”

“아니.”

기어들어갈 듯 작은 목소리로 묻는 그녀의 질문에 이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저씨를 지킨답시고 상처가 되는 말만 골라서 하고 끔찍하게 굴었잖아요. 나 같으면 꼴도 보기 싫을 텐데. 아저씨는 정말 내가 밉지…… 않아요?”

“응. 미워한다는 감정을 아직 잘 몰라서. 난 그냥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좋으니까. 화를 내는 것도, 날 싫어한다고 밀어낼 때도…… 다 예뻐 보였어.”

진심 가득한 그의 대답에 재인은 할 말을 잃은 듯 떨리는 눈길로 이수를 향했다. 핏물에 젖은 붕대로 얼굴의 반을 감싼 채 초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떻게…… 그래요? 아저씨는 진짜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예요!”

그의 마음은 늘 한결같다는 걸. 흔들린다는 게 무언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면서. 더 모질게 대했던 일들이 자꾸만 가시처럼 박혀들어 재인은 도리어 화를 내버리고 말았다. 너무 미안하고 미안해서.

“내가 또 뭘 잘못한 거야? 미안해. 내가 많이 서툴러서…… 널 자꾸 답답하게 하나 보다.”

하면 안 될 말이라도 했던 것은 아닐까? 그녀를 더 화나게 해버린 것은 아닐까? 버럭 소리를 내지르는 재인을 보며 이수는 자신의 대답에 문제가 있었단 생각에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흐흑! 거봐, 진짜 바보잖아. 으아앙!”

사과를 하자마자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를 보며 이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콧잔등을 긁적였다.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울지 마.”

“바보, 바보, 바보…….”

“그래, 그래.”

방금까지 자신의 품에 안겨 울었던 눈물과는 다른 의미라는 것만 느낄 뿐, 이유를 알 길이 없던 그는 목 놓아 울어버리는 재인을 보며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흐흑! 바보 아저씨, 사랑해요!”

“……응?”

그녀의 눈물을 훔치던 이수는 갑작스러운 고백 앞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앞으로도 나한테만 바보여야 해요?”

“응! 그럴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수의 입가로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어느새 그 미소는 재인의 입술 위로 옮겨와 하나가 되었다.

기쁨의 눈물과 행복한 웃음이 한데 뒤섞인 재인의 눈매는 요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파르르 떨고 있는 그녀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지그시 바라보던 이수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너와 함께 있으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늘 이렇게 가슴이 요동쳐. 매 순간 보고 싶고, 만지고 싶어서…… 제어하는 게 점점 힘들어져. 널 만나지 못했다면 온몸이 떨리는 이 전율을 죽는 순간까지 느껴보지 못했을 거야.”

“나도요…….”

그의 얼굴에 다시금 동그란 미소가 그려졌다.

따스한 그의 눈망울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사랑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라서 좋았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라서 기뻤다.

너무너무 사랑해서 죽을 것 같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았다.

“근데…… 아저씨는 정말 다 알고 있었어요? 내가 진심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계속 이상했거든. 나한테 가버리라고 할 때도, 내가 미워졌다고 할 때도…… 넌 지금이랑 똑같은 눈을 하고 있었으니까.”

“아…… 하아, 정말!”

달콤한 속삭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가 뺨을 어루만지며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눈을 살며시 내리감자 그의 까슬까슬한 입술이 짓누르듯 덮쳐 왔다. 차가운 코끝이 볼을 비볐고, 시큼한 피 냄새와 함께 그의 말캉한 혀가 입술을 열어 달라며 애원하고 있었다. 미소 짓듯 그를 받아들이자 뒷목을 감쌌던 그의 손에 단단히 힘이 들어가더니 맹수 같은 그의 혀가 입속으로 달려들었다.

지금껏 그와 나눴던 감미로운 키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오랜 시간 참아온 대가를 바라듯 목젖까지 깊숙이 파고들어와 사납게 빨아들이는 그의 키스에 머릿속이 하얗게 뽑혀 나갈 것처럼 정신이 아득해졌다. 소용돌이치는 강렬한 흡입력에 혀뿌리가 뻐근해지고 입안 곳곳이 헐어버린 것처럼 따끔거렸다. 그에게 내맡긴 몸은 짜릿한 키스 한 번에 흐물흐물 녹아내리며 몸서리치는 전율에 부르르 떨었다. 정말이지 짐승 같은 키스였다.

서로의 들뜬 호흡이 거칠어질수록 그의 여자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달아올라 온몸이 뜨거워졌다. 화끈한 열기에 휩싸인 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신음이 극에 달하자 그는 못 이기는 척 물러났다.

가쁜 숨을 고르며 아쉬운 심호흡을 들이켜던 재인은 그제야 반쯤 벗겨져 있는 자신의 옷을 발견하고선 화들짝 놀라 양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키스.”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냐는 듯이 이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예전에…… 예전엔 이렇게까진…… 아무튼 완, 완전히 달랐잖아요. 완전히! 지금 건 진짜 키스…… 였다고요.”

“뭐가 다르다는 거지? 난 똑같은데?”

재인은 자신의 가슴을 슬쩍 내려다보더니 이수를 의심 섞인 눈초리로 바라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뇨! 분명 달랐어요. 옛날엔 내가 어리다고…… 키스도 대충했던 거겠죠. 그렇죠?”

“설마……? 말했잖아. 난 똑같다고. 달라진 건 너겠지.”

“달라지다니요? 무슨 말이에요. 그게?”

씨익.

그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말려 올라갔다.

“나한테 넌 그때도 지금도 여자로 보이는데, 넌 이제야 날 남자로 받아줄 준비가 된 것 같다는 소리지.”

“네? 말도 안 돼…….”

재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잘 익은 복숭아처럼 발그레 달아올랐다.

그의 다친 팔은 자연스럽게 바닥을 짚고 있었고, 자신의 뒷목을 감쌌던 한쪽 팔이 옷깃을 풀어헤쳤을 리 만무했다. 침대에 기댄 자세로 움직이지 못하는 걸 봐선 엉금엉금 다가와서 자신을 안으려 했을 리도 없었다. 결국, 키스의 황홀함에 빠져 스스로 훌러덩훌러덩 옷을 벗으며 그에게 안기려 했다는 말이었다.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에 놓인 재인은 부끄러운 자신을 숨기기 위해 가슴을 가리던 손으로 얼른 얼굴을 감쌌다.

“못 믿겠으면, 한 번 더 해보면 확실해질 것 같은데?”

“자, 잠깐만요. 스톱! 접근 금지!”

재인은 가까이 오지 말라는 듯 손을 쭉 뻗어 보이며 경계태세를 갖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울상을 짓고 있는 재인의 모습이 재밌는지 이수는 싱글싱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어쩔까 고민하며 망설이는 그녀에게 조금씩 몸을 기울이던 이수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기를 삭 지우더니 사납게 미간을 구겼다.

“아, 그러니까…… 싫, 싫다는 게 아니라, 잠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거부한다고 느낀 것일까? 삽시간에 굳어진 그의 표정을 보며 재인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젠 무슨 일이건 오해의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왔다. 그 순간 이수가 재빠르게 재인을 안으며 바닥으로 눕혔다.

“으앗! 아, 아저씨 이건 너무……?”

이수는 재빨리 재인의 입술을 덮으며 집게손가락을 들고 자신의 입술 앞에 세워 보였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