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내 웃음을 그에게 옮길 수 있을까……?’

일주일이 넘게 감금되어 있던 지아. 마침내 단서를 잡은 이안 일행은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산장을 습격하지만 그녀는 자력으로 도망친 후였다. 마침내 지아를 찾아냈지만 너무나도 약해져 있는 그녀. 결국 지아의 모친 리영은 지아의 건강을 위해 이안과 지아의 만남을 금지하지만, 몸을 회복한 지아는 이안을 만나기로 결심하는데…….

이 시련의 끝에서 그 같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절망이어서는 안 된다.

그에게도 자신의 이름이 가장 빛나는 곳에서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으니까.

……그러려면 내가 먼저 강해져야 해.

나는 반지를 꼭 움켜쥐었다.

‘그를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거야.’

2. 작가 소개

빈즈(Beans)

취향에 맞는 책을 찾고 찾다, 어느 날 아예 직접 글을 써버리기로 결심, 웹 연재게시판에 첫 글을 올린 후 3년간 꾸준히 집필한 소설이 ‘세인트 루이 기숙학원(Saint Louie Academy)’이다.

개인적인 욕심에 시작한 글이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개인지 제작과 eBook 발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쓰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면 언제라도 글 쓰는 즐거움을 다시 누리고 싶다.

현재는 직장에 다니며 틈틈이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삶의 소소한 낙이다.

▣ 출간작

세인트 루이 기숙학원

3. 차례

25. 끝에서 기다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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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0.

26-1. In the Long Run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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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리 보기

“하아…….”

어둠 속에서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내 손은 여전히 트로이가 두고 간 나이프를 꽉 쥐고 있었다. 손발을 묶고 있던 밧줄이 풀리자 그간 참았던 아픔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천천히 숨을 골랐다. 손이 자유로워졌으니 안대를 벗어 버려도 되겠지만, 아직 감금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현실과 마주할 힘이 없다. 떨림을 가라앉히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나와 함께 있던 여자아이는 어딘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나는 너무 많이 깨물어서 생채기가 난 입술을 핥았다. 울지 말자, 그 애가 여기 있다고 해도 도망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쿵, 쿵’ 하고 벽을 울리던 소리가 멎은 다음부터 주위는 줄곧 고요했다. 그래도 어쩌면 누군가 근처에 있을지 모른다. 두려워진 나는 최대한 소리를 죽였다. 누가 이 안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소름이 쪽 끼쳤다. 트로이 폰 어윈은 결박을 풀어 주기는 했지만 내가 어디에, 왜 갇혀 있는 건지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 아마 그로서는 그 정도가 최선이었으리라. 불안감이 다시금 나를 짓눌렀다. 나는 너무 춥고 아프고 탈진해 있었다. 트로이가 보는 앞에서 말을 한 것은, 차라리 나를 빨리 어떻게든 하라는 마지막 발악 같은 시도였다.

만일 그 사람이 트로이가 아니었다면-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남자였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그 뒤의 일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나는 열심히 두 손을 문지르고 발목을 돌려 보았다. 손끝과 발끝의 저릿한 감각은 마치 전기 자극처럼 내 뇌세포를 하나하나 깨웠다. 물론 몇 분 만에 감각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제정신을 차리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하더라도 포기하면 안 된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

나는 쉴 새 없이 스스로를 일깨웠다. 트로이가 결박을 풀어 준 건 나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사형수에게 베푸는 마지막 만찬 같은 것일 수도 있었다. 소녀를 이곳에 두지 않고 데려가 버린 이유도 나는 의심스럽기만 했다.

내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들에 비하면, 그동안 알아낸 것들은 얼마나 보잘것없단 말인가.

나는 금세 의기소침해졌다. 작은 일에도 기운이 빠질 만큼 나는 기진맥진해져 있었다. 얼마나 지쳤는지, 간신히 안대와 재갈을 벗었을 때에는 도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조심조심 눈을 뜨자 텅 빈 방이 보였다.

‘……아, 역시 그 애는 없어졌구나.’

나는 양손을 맞잡았다. 우리 둘을 떨어뜨려 놓은 이유가 단지 탈출을 못 하게 하려는 거라면 좋겠는데-. 혹 그 아이가 근처의 다른 방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싶어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침묵은 내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그 아이와 나는 서로 다른 운명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그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자유일지, 아니면 비참한 종말일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다만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소녀만이라도 무사하길 바랄 따름이었다. 그 아이에게도, 그녀가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는 있으니까. 그리고 나한테는…….

“엄마.”

어린애 같다고 해도 할 수 없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는 순간 새로운 눈물이 왈칵 솟았다. 엄마, 이안, 쥰메이와 아르민 선배, 쥬세페 씨, 마스터, 케이이치, 그리고 또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들, 애플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나를 걱정하고 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난 괜찮아’라고 말할 용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꼭 돌아갈게’라고 약속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하지만 정말로 신기한 일이었다-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믿음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고 눈물을 그칠 수 있는 힘이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게 느껴졌다. 물론 나는 그 까닭이 뭔지 알았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고 나서 겪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불과 세 달 전 이안이 죽은 줄 알았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지금 내 심장은 그때처럼 딱딱하거나 차갑지 않았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어머니와 이안 곁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그 잔인하고도 달콤한 희망에 매달렸다. 어쨌든 트로이는 자기 손으로 나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내가 그의 마음에 심어 놓은 의심의 씨앗이 어떤 식으로 열매를 맺을지는 곧 알 수 있게 되리라.

내가 그 순간 단테와 폰 제노아의 정체를 연결시킬 생각을 한 것은 기적이었다. 아니어도 어쩔 수 없다는 각오로, 나는 몰락한 귀족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내가 납치된 데는 분명 단테나 유디트-둘 중 한 사람이 관련되어 있다는 확신이 나를 살린 것이었다. 또 나는 어렴풋이나마 이 방을 오가는 사람이 트로이 폰 어윈일 가능성을 눈치 채고 있었다. 내가 아는 이들 중 내게 이런 짓을 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의식이 돌아올 때면 나는 지칠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단테 브롬리는 아니야.’ 나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는 몰라도, 단테는 죄 없는 여자애를 이처럼 잔인하게 다룰 사람이 아니었다. 만일 내가 한 말이 문제가 됐다면 그는 틀림없이 다른 방법을 택했을 터였다. 내가 아는 단테 브롬리는 성실하고 친절한 사람이니까-.

‘그럼 왜 단테는 자기 정체를 감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