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스 시리즈. 

-얼굴은 똑같지만, 다른 면에서는 음지와 양지처럼 완전히 판이한 일란성 쌍둥이 희수와 미수의 사랑이야기 

그 첫 번째 이야기 - 희수 편. 

세상이 인정하는 모범생인 쌍둥이 동생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부족한 희수는 동생과 항상 비교 당한다. 가장 큰 아픔은 무조건 사랑해줘야 할 엄마까지 무시하고 차별했다. 그 아픔 속에서도 희수는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아이였다. 
그런 희수를 한윤호만이 유일하게 알아주고 힘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희수의 첫사랑이었던 윤호는 미수와 약혼을 하게 되고 희수는 그를 마음에서 지우야만 했다. 
그런데 그의 결혼식 날 신부인 미수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희수는 동생 대신 그의 신부가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는데……. 



-본문 중에서-

“난 이 결혼 절대 취소시킬 수 없어. 그러니까 윤희수, 네가 미수 대신 서는 거야.”
그의 두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 순간 희수는 그가 끔찍하리만치 무서워졌다. 지금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왜 자신이 이런 미친 짓에 동참해야 한단 말인가? 둘 다 후회할 엄청난 짓을…….
“난 싫어요.”
희수는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서둘러 소파에서 일어났다. 방을 나가려는 찰나 윤호가 그녀의 팔을 강하게 움켜쥐고 거칠게 돌려세웠다.
“안 돼요. 그럴 수 없어요. 싫어요.”
“시간이 없어. 긴 말 안 할게. 정말 나랑 결혼해 달라는 거 아니야. 지금 그냥 잠시 미수가 되라는 거야. 갑자기 신부가 달아나서 결혼식이 취소됐다고는 죽어도 말 못 해! 난 그런 수모, 절대 겪을 수 없어.”
“그래도 난 싫어요. 어떻게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 안 돼요. 그냥 솔직하게 말하세요. 오빠 잘못이 아니잖아요. 신부가 달아났다는 게 싫으면……. 아, 맞다, 미수가 갑자기 많이 아프다고 하면…… 아니,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해요.”
희수는 수많은 변명거리를 들이댔다. 그러나 윤호는 냉정하게 그녀의 말을 끊어 버렸다.
“난 절대 그런 바보 같은 짓은 못 해. 잘 들어, 윤희수. 넌 선택의 여지가 없어. 만약 오늘 결혼식이 이대로 깨진다면 난 너네 식구들을 절대 용서 못 해”
그의 시선이 희수를 거쳐 윤 변호사와 김 여사에게로 이어졌다.
매서운 눈빛을 대하는 순간 그의 말이 장난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등줄기를 타고 섬뜩한 기운이 올라오며 희수의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오…… 오빠…….”
“자네, 이건 아니네. 이래서는 안 되는 거야.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다가는 더 큰 문제만 불러올 뿐이야.”
떨고 있는 희수를 대신해 윤 변호사가 나섰다. 이번 일에 희수까지 걸고 넘어가는 것만은 허락할 수 없었다.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되든 상관 없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만 눈에 보일 뿐입니다. 며느리 보는 기쁨에 흠뻑 취해 있는 부모님을 실망시켜 드릴 수 없습니다.”
윤 변호사는 한 회장 내외의 얘기에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미수를 잘 길러 주었다고, 그 자존심 강한 양반이 고개까지 조아리며 감사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죄책감이 밀려왔다.
“저 많은 기자들은 어떻게 할까요? 이 일이 그룹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이나 해 보셨어요? 그룹 내에서 아직 제 능력을 완전히 검증 받은 못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이 일로 인해 그룹에서의 제 입지마저 엉망이 될 거라는 거 충분히 잘 아실 텐데요?”
“그래도…… 자네……”
“잠깐만 기다려 봐요.”
윤 변호사의 말을 중간에 자른 김 여사는 급히 희수를 한쪽 구석으로 끌고 갔다.
“희수야, 결혼식 하자. 고지식하기만 한 네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성공한 건 모두 한 회장님 도움 때문이었어. 이 결혼이 깨지면 그분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너도 알잖아? 회장님이 한 상무를 얼마나 아끼는지. 자신의 아들을 세상천지에 망신을 시켰는데, 용서가 되겠니? 그땐 우리 집은 끝장나고 말아.”
“하지만 엄마, 이러는 건 그분들을 더 기만하는 거예요. 나중에 어쩌시려고 이래요?”
희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낮게 소곤거렸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한 상무가 기다려 준다잖아. 미수만 돌아오면 다 잘 될 거야.” 
희수는 고개를 내저었다. 엄마의 계산으론 그게 가능한지 모르지만 그녀의 머리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미수를 위한 거야. 미수에게 말 못 할 사정이 분명 있을 거야. 걔도 지금 후회하고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지금만 잘 넘기면 돼. 넌 언니가 돼서 동생에게 그것도 못 해 주니? 미수가 돌아왔을 때 설 자리를 마련해 주는 거잖아? 네가 마음만 조금 야무지게 먹으면 돼. 그러면 아무 일 없이 끝날 거야.”
엄마의 간곡한 강요에 희수는 그대로 주저앉아 울고만 싶었다. 그녀는 작은 기대를 품고 윤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그의 두 눈은 그녀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오빠는 모르겠지. 지금 내게 얼마나 지독한 짓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희수는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뜬 희수는 윤호의 눈을 똑바로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