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들의 로망과 판타지. “미혼”의 “잘생긴” 남자 선생님!
만약 선생님이 나의 “애인”인 상태에서 학교생활을 한다면?
사제지간. 금지된 관계. 허락받을 수 없는 사랑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비밀 많은 학교 선생님과 평범한 고3 여학생의 스릴 넘치는 알콩달콩 로맨스.

차갑고 시니컬하지만 한 여자 앞에서는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한 남자와, 새침하고 도도하지만 한 남자 앞에서는 금세 애교쟁이가 되어버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




- 본문 중에서 -


“힘들지 않으세요? 그 더러운 성격 감추고, 계속 착한 척 하면서 생활하시려면요.”
그녀의 얼굴은 득의양양했다. 모두에게 숨겨 왔던 자신의 본모습을 그녀에게 들켜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 선생의 표정은 어떠할지 참으로 궁금했다. 역시 무척 당혹스러워할까? 아니면 비밀을 지켜 달라고 회유나 협박이라도 하려나? 유나는 바로 앞에 있는 세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표정 없는 얼굴로 그녀를 주시하던 세준에게서는 잠시 후 피식― 하는 비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뭐야. 지금 웃은 거야?
예상치 못한 그의 반응에 당황해 버린 건 오히려 유나였다.
“글쎄. 그다지 힘들진 않은데…….”
“……뭐라구요?”
“내가 힘들어할까봐 걱정까지 해 줬던 건가? 그거 참 고맙군.”
세준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도리어 가소롭다는 듯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여유 만만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순간 오싹함을 느낀 유나는 한 걸음 뒤로 주춤했다. 지금 그가 짓고 있는 웃음은 평소에 보아온 그 상큼한 미소가 절대 아니었다. 조금의 온기도 없이 그저 싸늘하기만 한 냉소였다.
이전에 그의 본모습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긴 했다지만, 그건 그 때 뿐이었고 언제나 자상하고 다정한 선생님의 모습만을 보아오다가 이렇게 180도 달라진 면모를 바로 눈앞에서 마주하게 되니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항상 보여주었던 가식적인 모습들보다 지금 보이는 이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이 세준에게 있어서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게 원래의 모습이기 때문인 걸까. 그 와중에서도 이 남자의 조각 같은 얼굴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니 참 스스로도 할 말이 없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일단은 무서웠다. 진심으로. 유나는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끼며 애써 두려움을 감춘 채 그를 향해 소리쳤다.
“뻔, 뻔뻔하시네요! 저한테 두 번이나 들키셨는데, 선생님의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지 걱정도 안 되시는 건가요?”
“니가 밝히고 싶다면, 떠들고 다니든 말든……, 그건 아무래도 좋아.”
세준은 씩 웃으며 허리를 굽혀, 자신보다 한참 작은 유나의 키에 눈높이를 맞추었다.
“단, 다른 사람들에게 그 말을 믿게 할 자신이 있다면 말이지. 네 말대로 그렇게 착한 척 좀 하고 살았더니, 학생들이나 선생들이나 아주 정신을 못 차리더군. 과연 누가 너의 말을 믿어 줄까? 괜한 말 했다가 순식간에 거짓말쟁이로 몰리지나 않으면 다행 아닌가? 안 그래? 유나 학생.”
유나의 손발이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는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유나가 아무리 지금의 강세준 선생은 가식이고 사실은 성질 더러운 인간이라고 떠들고 다녀 봤자 그녀만 험담쟁이에 거짓말쟁이로 몰릴 뿐, 학교에서 굳은 신뢰와 좋은 이미지를 계속해서 쌓아 온 세준에게 조금이라도 흠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 뻔했다.
“이건 사기야…….”
“어쩐지. 네가 날 왜 그렇게 싫어하나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군.”
“다, 당연하죠. 그 때 그 이후로 선생님이 계속 싫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직접 보니까…….”
“보니까?”
“……더더욱 밥맛이네요! 진짜 싫어!”
말을 마친 유나는 홱 몸을 돌리더니 쿵쿵거리며 문 쪽으로 달려가서는 재빨리 손잡이를 잡아 돌리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세준은 그 자리에서 한참을 시원하게 웃어 댔다. 분명 그녀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짜증이 가득한 상태였는데, 저 귀여운 아이를 놀려 먹고 나니 불쾌한 기분마저 씻은 듯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처음의 기세등등했던 표정에서 금세 겁에 질린 얼굴이 되었다가, 자신이 거는 도발에 기대 이상으로 보여주는 보람찬 반응까지. 정말 놀리는 재미가 남다른 녀석 같았다. 세준은 한동안 원 없이 웃음을 터뜨리며 생각했다.
3학년 1반 17번 이유나. 보면 볼수록 귀여워 미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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