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묵은 레알 불알친구 김우현&유인해.


상큼 발랄한 신입생들과 솜사탕 같이 살랑이는 사랑을 꿈꾸던 김우현.

그에게 인생 최대의 사건이 발생한다. 

태중 혼약한 사이라며 인해와 결혼을 강요하는 부모님의 폭탄 발언!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친구가 그것도 형제나 다름 없는 인해와 결혼이라니!



예의 인품 고고함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예쁜 유인해. 

하지만 그건 부모님들에게만 보여지는 모습이다. 

도도하고 까칠한 성격에 거침없는 입담까지 소유한 그녀는 이 시대의 진정한 깡녀다. 

결혼이란 것과는 담 쌓은 듯한 그녀의 한 마디. 

"네. 그럴게요."



청천벽력같은 일생일대의 위기! 혹은 스펙터클한 밀당!

김우현를 자신의 노예로 길들이기 위한 유인해의 작전이 시작된다. 



<본문 중에서>



퐁당.

인해가 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내 술이 채워진 잔속에 빠트렸다. 지켜보던 우현의 한쪽 눈썹이 불쾌하게 치켜 올라갔다. 그 난리를 치며 기껏 사 준 반지를 값싼 소주에 담가 버리다니. 반지로 술 담그려고 사 달랬나? 그래서 얼마나 묵히게? 아주 백년 거하게 묵혀서 기네스에 올라 보지? 약혼반지로 술 담근 최초의 여자로 등극해 보는 것도 가히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불쾌함이 우현의 마음까지 삐뚤게 만들었다. 잔뜩 골이 난 얼굴로 인해가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던 우현의 눈앞으로 반지가 담긴 잔이 다가왔다. 

“뭐, 그냥 집어삼키라고?”

“미쳤냐? 약혼반지를 왜 삼켜. 똥 만들일 있냐?”

“에이 씨! 먹을 거 앞에서 똥 타령이야.”

“먼저 엄한 소리 한 건 너거든.”

“그럼 어쩌라고.”

“이 답답아, 끼워 달란 말이잖아.”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왜, 쓸데없이 잔에 담가서…….”

눈앞에서 출렁이던 잔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인해의 손에 들려 있던 잔이 그녀의 입술에 닿아 있었다.

“어어.”

술과 함께 인해의 입 속으로 반지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우현이 손을 들어 말리려다 멈칫거렸다. 여전히 자리에 앉지 않고 서 있던 인해가 허리를 숙여 우현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알싸한 소주와 함께 딱딱한 것이 그의 입안으로 넘어왔다. 

살짝 입술을 뗀 인해가 슬며시 입가를 끌어 올리며 우현의 입술에 낮게 속삭였다. 

“소독.”

“…….”

“내가 위생 관념 하나는 철저하거든.”

야릇하게 내려 떠진 인해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지그시 우현의 눈을 마주한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났다. 혀끝에 닿는 반지의 차가운 촉감을 느끼며 우현이 가만히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히죽. 장난스런 미소를 달고 뒤로 물러서는 인해의 팔을 잡아당기며 우현이 그녀의 목덜미를 휘감았다. 

겹쳐진 입술을 살짝 비틀어 빈틈없이 맞물린 우현이 농도 짙은 키스를 퍼부었다. 숨이 벅차게 차오를 때서야 우현이 입술을 거뒀다. 서로의 입속을 유영하던 반지를 이빨로 깨물어 입술 밖으로 드러낸 우현이 인해의 손을 입 가까이 가져와 손대신 입술과 혀로 반지를 끼웠다. 혀끝으로 반지가 끼워진 인해의 약지를 살짝 핥으며 우현이 찡끗 한쪽 눈을 깜빡거렸다. 

도발은 도발로. 

느긋하게 팔을 테이블에 올려 턱을 괸 우현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머물렀다. 제 손에 끼워진 반지를 유심히 바라보던 인해의 입가에도 비슷한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