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밤과꽃

캐리어에 짐 싸는 게 제일 좋은 방랑가.

온 세상을 떠돌며 글을 쓰는,

방랑하는 글쟁이가 되고 싶은 몽상가.

<카피글>

[명운그룹 강이언, H&C 윤혜인과 결혼 초읽기!]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

명운그룹 강이언과 H&C 윤혜인의 결혼설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하지만 그것을 비웃듯, 강이언은 윤은수를 선택했다.

“방금 전 강이언 이사가, 혜인 아가씨가 아닌

은수 아가씨와의 결혼을 발표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모든 것을 뺏긴,

허울뿐인 H&C의 상속녀 윤은수.

5년의 기다림 끝에 떠나기로 결심한 순간,

강이언의 신부가 되다.

<목차>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에필로그

작가 후기

<현대물/재회물/소유욕/잔잔물>

<본문 중에서>

이언의 까만 셔츠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싶더니 강한 힘이 순식간에 은수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휘둥그렇게 뜬 담갈색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나는 검은 눈을 마주하고는 초점을 잃고 마구 흔들렸다.

이언의 손에 잡힌 어깨가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난 처음부터……!”

잇새로 내뱉는 짓눌린 음성이 평소 이언의 것 같지 않았다.

그의 손이 어깨를 파고들 것처럼 강하게 조여 왔지만, 은수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깨물어 신음을 참았다. 대신 은수는 이언에게 도전적인 시선을 던졌다.

그래, 차라리 무슨 말이든 해 봐요. 화를 내든, 소리를 치든, 내가 납득할 만한 변명을 해 보라고요.

하지만 이언은 분노를 억누르려는 듯 끝내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모습에 은수는 맥이 빠진 얼굴로 하, 짧게 헛웃음을 짓고 고개를 돌려 그를 외면했다.

“이거 놔요. 아파요.”

차가운 목소리에는 체념과 실망이 섞여 있었다.

이언은 으스러질 듯 잡고 있던 은수의 어깨를 놓고 주먹을 쥐었다.

“5년 만이에요. 5년 만에 당신을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낮게 중얼거리는 말이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이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으로 은수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은수가 다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려 마주했을 때, 담갈색 눈동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흔들림이 없었다.

“무엇 때문에 갑자기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사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자가 필요한 거면 다른 데서 찾아봐요. 명운의 안주인이 되기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걸 여자들이 널렸을 테니.”

은수는 이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난 아니에요.”

당신이 이런다고 해서 아무것도 달라질 건 없어.

마치 당신에겐 5년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굴지 말아요. 나에겐 너무나 가혹한 시간이었으니까.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삼킨 은수는 그를 남겨 두고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