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빈, 24살 서진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이 아이에게 내 주식의 3분의 2와 재산의 일부를 주기로 했다고 했다. 가빈이 네가 그 주식을 가지고 싶다면, 내가 내는 시험을 통과해야한다. 만약 통과하지 못한다면 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하지만 그건 너에게 꽤 쉬운 시험이 될 거다. 약간의 도움만 있다면 말이다.

“정말 이러실 겁니까? 판단력이 흐려지신 거 에요? 재준이 누구집 개이름 입니까? 할아버지, 이 문제에 재준의 미래가 달려있단 말입니다! 제발 좀 옳은 판단을 하세요!”

30번 째 생일 날 선물 대신, 생각지 못한 폭탄 선언을 받은 재준그룹의 후계자, 지환.
다행스럽게도 가빈은 그런 할아버지의 말을 일거에 거절하지만
그런 것을 예상한 듯 약한 모습을 보이는 할아버지는 가빈의 맘을 뒤흔들고
마음이 약한 가빈은 결국 할아버지의 원대로 주식을 받겠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그런 가빈에게 주식을 받고 싶다면 자신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하고.
그 테스트는 세계 어느 지역이 숨긴 세 개의 보석을 찾아내는 것.

비너스의 사과, 아마존의 심장,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의 진주.

그동안 모험에 대한 환상을 가진 가빈과
후계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주식이 필요한 지환은
보석을 찾기 위해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점차 서로를 강렬히 의식하기 시작한다.

발랄하고 똑똑한 여대생 가빈과, 그녀를 통해 사랑을 배우는 지환의 모험과 로맨스가 적절히 조합된 이야기입니다.



-본문 중에서-

딱, 딱, 딱, 딱, 딱
무언가 못마땅하거나, 무언가 깊이 고민할 일이 생기면 나오는 내 버릇이다. 지금은 그 두 가지가 동시에 해당하지만,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신경질적으로 두드리는 나를 보고 맞은편에 앉은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입을 삐쭉이는 것을 보니 소리가 무척 거슬리나보다. 아니나 다를까 불만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뜻인지 충분히 눈치 챘지만, 나는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그녀를 괴롭혀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내 마음을 몹시도 괴롭게 하기 때문에’ 라는 이유가 매우 유치하다는 것은 알지만, 어쨌든 난, 그만 하라고 부탁할 때 까지 모른 척 할 생각이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듯 그녀의 입이 열렸다. 그만해요? 시끄러워요? 아니면 쀼루퉁한 목소리로 지환 씨! 하고 부를까? 그녀는 무슨 말을 할까?
“그거 버릇이죠?”
젠장, 역시 예상은 빗나갔다. 그녀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여자다. 내가 못들은 척 대답을 안 하니 그녀의 표정이 또 심각해졌다. 나도 안다, 나 역시 요즘 들어 그녀에게 모나게 군다는 사실을, 중요한건 대체 뭐가 기분이 나쁜 건지, 왜 내가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건지 나조차도 모른다는 거다. 그녀가 한숨을 한번 쉬더니 보고 있던 소설 ‘닥터 지바고’를 탁 덮으며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녀의 순해 보이는 큰 눈이 매섭게 치켜 올라갔다. 이럴 땐 참 무섭단 말이야……. 그녀의 입술이 또 벌어졌다.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할까?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녀가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손을 내 얼굴 쪽 으로 가져다 댔다.
설마…… 때리려는 건가?
‘짝!’
“뭐야?”
“청각에 이상 있는 거 아닌가, 검사 해봤어요.”
그녀가 내 귀 옆에서 다시 박수를 쳤다.
‘짝!’
내 미간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만하지?”
“잘 들리는 거 맞죠?”
내가 다시 인상을 썼다. 그녀가 옆에 앉아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내 말에 대꾸 안 해요?”
“후…….”
“나한테 요즘 왜 이러냐구요?”
글쎄, 나도 모른다니깐, 난 정말 대답할 말이 없어서 그녀의 말에 대꾸해 줄 수 없었다.
“이거 봐…… 또 말 안 해, 나 내말 무시하는 거 가장 싫어하거든요?”
내가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그녀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불만 있음 말로 해요, 응? 내가 뭐 잘못했어요?”
잘못? 네가 나에게 무슨 잘못한 게 있었던가?
“태준 씨 때문에 그래요?”
정태준, 그래 그 자식이 무척 거슬리긴 하다. 나도 모르게 미간이 좁아졌다. 요즘 별 핑계를 다 대며 이집을 들락날락거리는 그 녀석의 꼬락서니가 무척 맘에 안 들긴 하다. 무슨 맘을 먹었는지, 나한테까지 살갑게 구는 녀석이 수상하다.
“아직도 그렇게 싫어요? 태준 씬 잘 지내보려고 하는 것 같던데…….”
그녀가 나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찾던 거나 마저 찾아.”
다시 책에 고개를 숙이려는데 그녀가 내 책을 그녀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럼 뭐에요?”
“뭘?”
“나한테 왜 그러냐구요.”
“너한테 뭐.”
그녀가 다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하! 나한테 요즘 냉기가 뚝뚝 흐르잖아요.”
“그럼 우리가 언제 온기가 흐르는 사이였던가?”
가시 돋친 내 말투에 힘이 가득 들어갔던 그녀의 눈이 스르르 풀렸다.
“그래요? 알겠어요.”
그녀의 말투가 내 말투처럼 차가웠다. 그녀가 다시 맞은편으로 휙 돌아갔다. 내 옆자리에 느껴지는 그녀의 온기가 점점 사라졌다. 이러려는 게 아닌데……
“여왕의 눈물은 여왕의 무덤에.”
딱딱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 두 번째 힌트요, 할아버지 서재에 꽂힌 소설 닥터 지바고에서 지시하는 대로 단어를 찾은 조합이에요, 204 페이지 가로 다섯째 줄, 세로 둘째 단어 ‘여’ 282 페이지 가로 열 번째 세로 일곱 번째 단어 ‘왕’”
“됐어, 맞겠지.”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번 보석은 클레오파트라의 진주인가 봐요?”
“왜?”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인어의 눈물, 진주의 애칭이잖아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파티에서 진주귀고리를 술에 녹여 마신 사건 알아요?”
“응.”
“아마 이번 보석의 이름은 그 사건에서 따온 건가 봐요, 그때 클레오파트라가 녹여 마신 진주귀고리는 그 당시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진주로 만든 귀고리였어요, 귀고리 이름은 ‘달의 눈물’ 그때 당시 로마 범선 하나를 통째로 사고도 남는 가격이었죠.”
역시 그녀는 똑똑하다. 생각 같아서는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지만……. 관두자.
그래도 난 모처럼 조금 들떠 옆에 있는 노트북을 급하게 집어 들었다. 인터넷을 켜고 검색창에 ‘클레오파트라의 진주’를 쳐보았다. 아마존의 심장처럼 유명한 보석이라면 뭔가 도움 될 만한 것이 나올 것 같았다. 클레오파트라의 진주 사건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들 틈에 ‘클레오파트라의 진주의 행방은 어디에?’라는 뉴스 제목이 보였다.
“클레오파트라의 진주는, 진주의 왕이라고 불리는 최고의 디자이너 마키토모의 유작이다. 그 작품은 마키토모가 먼 옛날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오 앞에서 녹여 마셨다는 '달의 눈물' (그 당시에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크기가 큰 진주 두 알로 만들어진 귀고리)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추가]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보석 애호가들의 구미를 당기는 이 귀한 보석은 오늘 열린 경매에서 익명의 고객에게 양도 되었다.”
뭐야, 그럼 지금 누구 손에 있는지 모른다는 거잖아? 이 영감탱이는 남의 걸 뺏어오라는 거야, 지금?
“익명의 고객? 결국 지금 그 진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거잖아요.”
“그렇……지…….”
“게다가 남의 것을 뺏어오라는 거예요?”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그녀 때문에 웃음이 났다. 내가 웃자 그녀도 웃는다.
“왜 웃어요?”
“넌 왜 웃는데?”
“그러게? 웃으니깐 얼마나 좋아요, 웃는 얼굴 참 예쁘던데.”
방금 뭐지? 심장이 콩, 하고 한번 멈췄다가 다시 뛰었던 것 같은데…….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뛰는 심장을 쓱 한번 쓸어보았다.
“배고파요?”
하아…….넌 정말…….넌…….넌…….진짜…….
“어라?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 열 있는 거 아니에요?”
어쩐지 아까부터 몸이 더웠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 쪽으로 손을 뻗는 그녀가 보였다. 그 손을 막으려다. 나도 모르게 너무 세게 그녀의 손을 쳤다. 그녀의 눈에서 또 힘이 빠지는 게 보였다. 정말……. 이러려는 게 아닌데……. 널 대할 땐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자꾸 말도 헛나오고, 정신이 없어, 내가 왜 이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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