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이란 긴긴 악연을 가진 남자의 부인이 되어버린 여자. 손하진.
11년간 꼬맹이 취급하던 여자의 남편이 되어버린 남자. 강우현.

학교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학생회장. 우현의 앞에서는 어리버리 일색의 겁쟁이 꼬맹이.
19살.
한창 생각 많고 고민 많은, 하지만 연애는 초짜 고3 골칫덩이그녀.
"저...농담이시죠? 그 창창한 나이에 홀아비 되실 거 아니라면 저 죽이겠다는 건 좀 참아주세요!"

밖에서는 샤방샤방 한없이 착한 천사님. 하진이 앞에서는 본성작렬 싸가지 없는 악마강림.
27살.
아직 키스도 못해본 어린 아이를 M&A라는 명목 하에 신부로 맞이한 천재 의사 그.
"변명해봐. 마지막 유언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주도록 하지."

과연 손하진은 이 살벌하고, 마음을 알 수없는 악마 강우현의 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양가에서 며칠 전 부모 동의하에 혼인 신고서 제출하셨다더군. 그러니 앞으로 잘해 보자고 부인.”
“네! 네에에에에에?”
제대로 경악하는 하진의 얼굴에 우현이 진정 유혹적이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악마의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 반응 설마 경악은 아니겠지?”
“아…… 네? …… 네……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됐군. 그럼 씻고 나와.”
잠시 정적.
“……네……?”
“안 씻고 자나?”
“아……아니죠.……에……씻겠습니다. 씻어……야죠…….”
슬금슬금.
비실거리며 일어나 가방을 드는 하진의 뒷모습에 우현은 심술궂은 미소를 지었다.
“참고로.”
“?”
“어린애 속옷은 안 좋아하니 섹시한 거 잘 골라 입도록.”
“!”
퍼렇게 질려들다가 빨갛게 달아오르다가 누렇게 변하는 하진의 얼굴색에 우현은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런 우현의 미소에 하진은 어색히 마주 웃어 줬다.
어머니!
제가 정녕 그리도 미우셨습니까?
왜 이런 어마어마한 시험에 들게 하시는 겁니까!
“빨리 씻어. 시간 늦은 거 안 보여?”
“씻……어야죠…….”
힘없이 대답하며 눈치를 보던 하진은 우현이 한걸음 다가서자 후다닥 욕실을 향해 도망이라도 치듯 재빠르게 들어갔다.
“큭큭큭…….”
그런 하진이의 모습에 소리 죽여 웃어댄 우현은 씨익……사악하고도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닫힌 욕실 문을 바라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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