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흠, 이수호 환자분.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이상한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런 말씀이신 건가요?”

수호는 자신과 마주 앉아 차트 위에 볼펜을 톡, 톡 두들기며 못 미더운 표정으로 묻는 담당의에게 대답했다.

“예. 선생님 말씀처럼 스트레스로 인한 헛것이었나 봐요. 이제 좀 마음이 진정되고 안정이 되니까 그런 것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어요.”

병원을 찾은 환자 치고는 너무나 티가 날 정도로 말끔한 차림새를 하고 나타난 수호였다. 헤어젤로 정성 들여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자신이 젊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멋에 잔뜩 힘을 준 수호가 빙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과한 제스처를 취하며 의사를 향해 자신은 이제 멀쩡하다는 사실을 피력했다.

“안 보이는 겁니까, 아니면 덜 보이는 겁니까?”

제법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안 보여요. 이제 더 이상.”

담당의는 여전히 그의 말을 신뢰하는 것 같지 않았지만 결국 그에게 간단한 처방을 하고 상담을 끝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이제 상담은 안 받으실 생각이십니까?”

“예. 그것들이 안 보이는데 제가 여길 다시 와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의 담당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호가 웃으며 그의 방문을 닫았다. 돌아선 그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정말로 안 보이냐고?

안 보이기는 개뿔.

수호가 병원 복도를 한 번 쭉 훑어보았다.

“이놈의 병원 내가 다시는 오나 봐라.”

휑한 복도는 지나가는 사람들보다 소름 끼치는 귀신들이 더 많이 지나갔다. 수호는 애써 그것들은 못 본 척하며 서둘러 걸었다. 그러나 자꾸 아까부터 여자 귀신이 자신을 쫓아온다. 제기랄.

수호가 등허리에 돋는 소름에 흠칫 놀랐다.

스르륵.

‘젠장!’

긴 머리카락이 수호의 어깨 아래로 내려왔다. 꼿꼿해지는 뒷목과 뻐근하게 조여 오는 심장 근육의 수축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멋있다.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