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부부인 서태경과 윤해. 법원 가는 길 빗물에 미끄러진 덤프트럭에 의해 사고를 당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깨어난 곳은 자신들이 다녔던 고등학교. 모습 역시 예전의 풋풋한 상태로 타임워프.

말도 안 돼! 우리 지금 과거로 돌아온 거야? 그럼 이제 어떡해!

이유 있는 까칠한 남자 서태경과 둔하고 무디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여자 윤해.
사랑에 서툴기 그지없는 남녀의 위기 극복기, 이제부터 스타트!


<본문 중에서>

“윤해. 너 기억하지?”
“어? 무슨…….”
“모르는 척하지 마! 너 다 기억하잖아. 우리 결혼했던 거!”
교사 뒤편으로 끌려가듯 따라 나온 나에게 다짜고짜 태경이 소리쳤다. 꿈에서의 일로 태경과 시선을 맞추기가 어려웠던 난 이어지는 그의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발딱 들었다.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는 태경의 얼굴이 조금은 무서웠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 너머, 체육 선생이 불어대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왁자지껄한 소음을 내던 아이들이 피구를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그거 꿈 아니야?”
“꿈 아니야. 사실이야. 우리 결혼했던 거, 그리고…….”
“이혼하려 했던 거 말이지. 그거, 진짜였구나…….”
“그래.”
말을 마치고 입술을 질겅질겅 씹는 태경의 모습이 낯설었다.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는 얼굴 또한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전보다 풋풋해 보이는 것이 기분이 묘하다고나 할까. 조금은 이상해진 기분으로 태경을 바라보다 피구를 하는 아이들의 환호성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여긴 고등학교다. 가만, 지금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진짜 어떡해!
“어떻게 된 거야, 태경 씨? 우리 어떻게 된 거야?”
“……글쎄. 깨어나 보니 나도 이 상태라.”
서로의 얼굴만 보고 아무 말도 못하는 상태가 이어졌다.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뎅뎅 들려왔지만 어느 누구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울상 짓는 얼굴로 태경을 돌아봐도, 태경 역시 이 황당무계한 상황에 곤혹스런 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뒤숭숭한 마음을 대변해 주듯, 스산하기 짝이 없는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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