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당황스럽게도.
꿈속에서 자신의 영혼과 맞닥뜨리게 된 나영채.
어이상실의 꼭대기에서 줄넘기를 하는 것도 모자라 영혼에게 협박(?)까지 당하는데…….
“내가 그 영혼을 너무도 원하기 때문에 우린 분리(分離)가 된 거야.
되돌리려면 네가 반드시 그 영혼의 육체를 찾아서 함께 잠들어야만 해!”
뭣이라고라고라? 이게 웬 솥뚜껑에 똥 볶아먹는 소리다냐?


<내용 카피>

“영채 씨가 원하는 건 뭐죠?”
제갈 미온은 담배를 든 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영채는 퍼득 깨닫고 급하게 소리쳤다. 이야기가 웃기게 흘러가고 있었다. 제갈 주임은 겉만 처자인 나영채라는 여자사람이 제갈 미온이라는 번듯한 남자사람을 한번 꼬여 보려고 무슨 수를 쓴다고 오해하고 있었다.
“아뇨! 그게 아니라…… 제가 아니라 제 영혼, 이 자식이 현령(玄靈)이라는 아이인데 말이죠, 얘가 어떤 영혼을 찾고 싶어 한다구요!”
“그러니까 영채 씨 영혼이니까 영채 씨가 찾고 싶어 하는 거죠.”
도돌이표처럼 같은 말이 자꾸 반복되고 있었다.
“아, 10.”
영채는 답답함에 머리를 벅벅 긁으며 욕을 뱉었다. 그러다 ‘헉’하고 숨을 삼켰다. 조금만 방심하면 남자 본능이 튀어나오고 만다. 상상 속에서 자기 입을 백 번도 더 때린 영채는 무릎을 꿇고 앉아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주먹까지 꽉 쥐었다. 이토록 진지해진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주임님하고 같이 자야겠습니다.”
제갈 미온의 입술이 어이없다는 듯 벌어졌고 눈동자에는 아득한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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