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대륙의 변방에 위치한 엘리시온 왕국. 그곳에 기다리고 기다렸던, 키릴 제국에서의 답신이 보내져 온다.

제국의 도움으로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 기뻐했던 것도 잠시, 동맹을 맺기 위한 사항으로 키릴은 두 가지 조건을 엘리시온에게 제시하게 되는데…….

첫째는 엘리시온 왕국의 정령사들을 키릴 제국이 위치한 북쪽 대륙으로 보내줄 것.
둘째는 동맹 및 비밀 유지를 위해 키릴 제국의 ‘아델’ 황녀와 엘리시온 왕국의 ‘엘폰’ 왕자와의 결혼을 추진할 것.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첫만남을 이룬 엘리엔과 이반. 제국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엘리시온 왕국. 때문에 형을 대신하여 키릴로 가게 된 셋째 왕자 ‘엘리엔’과 이와 함께 동행하게 된 키릴 제국의 기사 ‘이반’. 그들을 둘러싼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가 드디어 맞물리기 시작한다.



정령의 기사는 판타지적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소설입니다.

남쪽 대륙 변방, ‘엘리시온 왕국’의 셋째 왕자인 엘리엔이 북쪽 대륙의 거대제국, ‘키릴’의 아델 황녀와 정략결혼을 하러 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크게 본다면, 유약하고 착하기만 했던 주인공 엘리엔이 북쪽으로 가는 여정을 통해 많은 것을 겪고 부딪히며 점점 변화해나가는 한 편의 성장스토리라 생각해도 괜찮을 듯합니다.

엘리엔을 통해 변해가는 또 하나의 주인공, ‘이반’의 모습도 지켜 봐주세요!


<본문 중에서>


“공식 발표는 모레 저녁에 있을 연회에서 하겠지만, 어제 폐하와 함께 논의한 결과 우리 엘리시온은 키릴 제국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조건 중 제국의 황녀와 저의 결혼은…….”
“엘폰 왕자는 이미 앞날을 약속한 아가씨가 있어 그 약속을 지키기가 어려울 듯하다네.”

담담한 얼굴로 말을 하던 엘폰 왕자의 말끝이 흐려지자 로베르3세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기사단장이라 하는 자의 얼굴을 슬쩍 살폈지만, 그는 감정이라곤 전혀 가지지 않았는지 예의 그 차가워 보이는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 말에 인상이 일그러진 건 파라곤이라 자신을 소개했던 기사뿐이었다.

“그 대신 키릴 제국의 이소 레티시아 아델 황녀와 내 셋째 아들인 이프리트 엘리시온 엘리엔과의 결혼을 추진하는 것이 어떨까 싶네만…….”

처음으로 기사단장이라 하는 자의 얼굴에 표정이라 불릴만한 것이 떠올랐다. 물론 눈썹의 한쪽 끝이 살짝 올라가는 아주 조그만 변화였기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엘폰 왕자나 창밖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엘레나 왕녀 등은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물론 제국에서 거절하면 다른 방도를 찾아봐야겠지만 서도…….”
“말씀 중 외람되오만 키릴의 황제께서는 아델 황녀님과 엘폰 왕자님이…….”
“상관없을 듯합니다. 폐하 뜻대로 하시지요.”

조용한 미성이 로베르3세와 파라곤의 대화를 갈랐다. 내뱉어진 그 말에 눈에 띄게 난처한 표정을 짓는 파라곤의 얼굴과는 달리, 말을 꺼낸 자의 얼굴은 무심하기 그지없었다. 오히려 빨리 해치워 버리고 나가 쉬고 싶다는 듯 고개까지 까딱거리는 것이었다.

“정말인가? 황제께서도 이에 동의를 하신다는 것인가?”
“어차피 동맹을 위한 결혼이니, 누구와 결혼을 하든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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