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녀님! 공녀님!(개정판) 5 - 로맨스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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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기능	: TTS 제공
ISBN	: 979-11-295-4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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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처음으로 도를 넘어버린 이 감정이 낯설고 거북했다. 무엇보다도 그 녀석은 남자이지 않은가. 멀쩡한 사내를 마음에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러니까 이 이상은 안 된다.

노예 거래에 대해 조사하던 아렌은 위기 상황에서 마법사 세이의 도움을 받는다. 언제나 그녀를 도와주는 세이의 정체는 과연 뭘까? 또한 아렌은 제스를 마주할 때마다 심장이 이상해지는 것을 알게 된다. 쿵쾅쿵쾅, 왜 심장은 이렇게 뛰는 걸까.

이후 아렌은 제스를 만나고 싶다는 이자벨 공녀의 청을 들어주기 위해 비밀스러운 자리를 만들지만, 알 수 없는 분노에 차오른 제스를 마주하게 된다. 왜 그럴까? 이자벨 공녀는 제스와 혼인할 거라고 하는데?

※ 해당 개정판은 2014년 6월 출간된 ‘공녀님! 공녀님!’ 종이책을 바탕으로 제작된 eBook으로, 외전 ‘레아의 일기’(9권)가 추가되었습니다.

2. 작가 소개

박희영

‘도토루모카’라는 필명으로 조아라에서 활동 중입니다. 처녀작이 종이책으로 나오다니 기쁘고 설레면서 걱정도 됩니다. 2년 전의 제가 책을 낸다는 생각으로, 그때의 느낌은 유지하되 많이 보강하고 고쳤습니다. 마지막장을 넘길 때까지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doutormocha

▣ 출간작

할퀴어 주겠어!

공녀님! 공녀님!

11살, 23살

▣ 출간 예정작

악하소서

3. 차례

#13. 미필적 고의

#14. 밤의 남자

#15. 전조(前兆)

#외전. 달조차 나를 비추지 않는다

#외전. 나의 태양

4. 미리 보기

“으와, 바깥 공기다. 세이 아니었으면 오늘 하루 종일 청소만 했을 거예요.”

밖으로 나온 아렌이 끔찍하다는 듯 파르르 떨자, 침묵을 지키던 세이가 손을 놓아주고 입을 열었다.

“역사상 마법사의 은거지에 무작정 들어가는 이는 아렌밖에 없을 겁니다.”

“으으, 냅다 문을 걸어 잠그고 청소를 시킬 줄 누가 알았나요. 마법사 중에선 괴짜가 많나 보네요. 내 앞에 있는 누구 씨도 포함해서 말이죠.”

아렌이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팔을 툭, 쳤지만 어딘지 서늘하게 가라앉은 그의 눈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천마제인데 이렇게 돌아다니고 계셨습니까?”

말에서 다소 냉담한 기운이 느껴져 아렌은 슬쩍 눈치를 봤다. 회색 로브가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무거운 존재감은 여전했다. 그가 언젠가 제스 베이비를 두고 자리를 비운 로도모나스를 으를 때처럼 낮은 어조로 말했다.

“위험하니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보내드리겠습니다.”

“으아아! 잠깐! 내 말 좀 들어봐요, 세이!”

아렌이 두 손으로 허공을 내저었으나 세이는 짧게 고개를 내저었다.

“듣고 싶지 않습니다.”

세이가 단호하게 말하고 로도모나스에게 눈짓했다. 로도모나스가 머뭇대는 사이 아렌은 세이의 허리에 팔을 휘감고 매달리다시피 하여 그를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아악! 안 돼요, 안 돼요! 아직 아무것도 알아낸 게 없는데 들어갈 순 없다고요! 세이, 내 말 좀 들어봐요!”

“…….”

아렌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곧장 공간이동이 시전되며 기사단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잠잠했다. 무슨 감정의 변화가 생겼는지 세이가 다소 풀린 어조로 말했다.

“말씀해보십시오.”

아렌이 실눈을 뜨고 세이의 얼굴을 밑에서 바라보았다. 로브 모자 때문에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 사이에서도 기묘할 정도로 새카만 눈이 그녀에게 향해 있었다.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짐승의 눈빛처럼 흉흉한 동시에 고귀한 빛을 띠고 있었다.

아렌은 주춤하며 슬며시 팔을 풀었다. 어딘가 어색하고 머쓱해졌지만 그녀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세이, 나는……, 이대로 돌아갈 순 없어요. 해결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그리고 천마제라도 걱정할 필욘 없어요! 이래 봬도 검술도 많이 늘었거든요.”

“끝입니까?”

간단히 말한 후 그의 눈이 다시 로도모나스에게로 향하자, 아렌이 그의 시야를 손으로 가리며 외쳤다.

“으악! 아니요, 잠깐만요. 음, 세이! 일단 이건 알고 있어요. 세이가 지금 나를 돌려보내더라도 난 다시 나올 거라는 걸 말이죠. 그리고……, 자꾸 이러면 난 다시는 세이를 보지 않겠어요!”

마지막 말은 진심이 아니었지만 뭐든 끌어와 써보자고 생각하며 아렌이 소리를 빵 쳤다. 잠시 다물어져 있던 그의 입술이 열렸다.

“겁박하시는 겁니까?”

“뭐, 일종의…….”

아렌이 말끝을 흐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면, 뜻대로 하십시오.”

한기가 느껴질 만큼 냉담하게 말한 그가 휙 뒤돌아 가려 하자 아렌이 깜짝 놀라며 그의 로브 자락을 잡았다.

“세이! 이대로 가는 거예요?”

“예.”

그가 놀라울 정도로 덤덤하게 대답했다. 아렌은 로브 자락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는 말은, 나를 다시는 안 보겠다는 뜻인가요?”

“…….”

아렌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으나 세이에게선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렌은 저도 모르게 안달을 내며 언성을 높였다.

“세이, 진심이에요?”

“아렌이야말로 방금 그 말씀 진심입니까?”

그가 불길할 정도로 조용하게 물었다. 그에 아렌이 거칠게 그의 로브 자락을 놓으며 외쳤다.

“아니요, 그냥 해본 말이었어요. 네, 진심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일방적으로 그렇게 화내고 가버리는 걸 보니 반대로 저는 마법사님께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네요.”

다소 빠르게 말을 끝내고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녀는 제가 왜 이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하나는 확실했다. 아까 그가 뒤돌아서는 순간 꽤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

그녀는 다소 감정적이 됐다는 걸 깨닫고 길게 심호흡했다.

“……미안해요,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과민해졌나 봐요. 세이에게 화낼 일이 아닌데.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그렇게 말한 아렌이 걸음을 한 발짝 떼는 순간, 뒤에서 손이 쑥 나오더니 아렌의 어깨를 감싸 당겼다. 턱, 하고 단단한 곳에 부딪히나 싶었는데 부드러운 은청색 머리카락이 몇 가닥, 바람에 휘날리는 게 보였다. 세이의 입술이 천천히 그녀의 귀에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

“저도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목소리가 점점 다가오더니 이내 촉촉한 느낌이 귀에 와 닿았다. 화들짝 놀라는 그녀를 달래듯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는, 그의 입술이 귀 깊숙이 파고들었다.

“상처를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다시는 그런 말씀 입에도 담지 마십시오.”

고막을 가득 메우는 그의 목소리가 마치 그녀를 지배할 듯이 파고들었다. 아주 가볍게 촉, 입술을 대고 떼어냈는데도 천둥같이 크게 들렸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은밀한 감촉에 자꾸만 정신이 아득해지려 했다.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그런데 세이, 기사 하나가 민망해 죽었다는 소문이 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그 입 좀…….”

아렌이 힘겹게 말하자 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낮게 쿡쿡거리는 숨결조차 그대로 귀를 간질여서 아렌은 ‘정말 돌아버리겠네!’라고 외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아렌이 세이의 팔을 떼어내려고 낑낑대자 잠시 후 그가 순순히 팔을 풀었다. 아렌은 황급히 그에게서 떨어져 나오며 눈을 세모꼴로 떴다.

“세이…….”

새빨개진 채로 아렌이 귀를 벅벅 긁자 세이가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기울였다.

“아직 화가 나신 겁니까?”

뻔뻔스럽다! 무지하게 뻔뻔스러워!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철면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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