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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이혼녀 2권
서미선 지음도서출판 가하2015.07.16
| 판매정가 | : |
|---|---|
| 판매가격 | : 3,500원 |
| 적 립 금 | : 0원 |
| 파일용량 | : 501 KByte |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 독자평점 | :  [참여수 0명] |
| 듣기기능 | :  TTS 제공 |
| ISBN | : 979-11-295-165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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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왜, 내가 못할 거라 생각하나? 넌 태초부터 내 거야. 누구도 손을 대선 안 되는 오직 이 설하준의 것이지.”
지금껏 누구에게도 마음 한 자락 줘본 적 없는 남자, 설하준. 그런 그의 마음을 단번에 뒤흔들어버린 여자 윤지서. 그녀에게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빼앗아올 만큼 욕심이 나 그녀를 결국 가졌다. 하지만 그의 지독한 소유욕은 결국 파멸을 부르고야 마는데…….
“날 만난 것, 결혼한 것, 아니 당신의 입으로 말했던 사랑…… 후회해요?”
“아니.”
한순간의 망설임 없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대답과 달리,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서걱거렸고, 눈은 빙하처럼 차갑다.
“살려놓기를 너무 잘했어. 윤지서란 여자처럼 날 미친놈으로 만든 여자는 없었거든. 이혼하고 여자와 잠자리를 시도해보려 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 미친 듯 부풀어 오르기는 하지만, 이상하게 그 다음이 안 돼.”
2. 작가 소개
서미선
필명 소나기
사람들과 수다 떠는 것을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세 남자와 매일 싸우는 게 하루 일과.
▣ 출간작
〈후견인〉, 〈루비레드〉, 〈잔인한 사랑〉, 〈가면〉, 〈카인과 아벨〉, 〈부부〉, 〈지독한 거짓말〉, 〈피의 베일〉, 〈넌 내게 지옥이었어〉, 〈되찾은 약혼녀〉, 〈아내〉, 〈레드 러브〉, 〈백설화〉, 〈도령〉, 〈홍분지기〉 외 다수
3. 차례
#일장
#이장
#삼장
#사장
#오장
#육장
#칠장
#팔장
#구장
#십장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4. 미리 보기
미친 짓이라는 것을 머리는 아는데 가슴은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숨기고 씻어내도 드러나고야 마는 감정, 세상 사람을 속일 순 있으나 자신만큼은 결코 속일 수 없다.
처음 느껴본 감정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던 지난날, 윤지서란 여자를 다시 만난 순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던 감정이 돋아나는 새싹처럼 가슴을 채우기 시작하자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설 회장의 재혼하란 말에 오직 한 사람 외에는 어떤 여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를 갖고 싶다는 것, 이 집을 준다는 것 결코 충동적인 제안이 아니었다. 숨만 쉬었지 지금까지 살아 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녀를 만난 뒤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나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순간 미칠 듯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가까스로 웃음을 멈춘 그의 눈동자가 검은 밤바다처럼 변했다.
“어렸을 때부터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배웠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라면 난 무슨 짓이든 해.”
궁지에 몰린 쥐처럼 몸이 바짝 졸아든 그녀를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다. 상당한 거리였지만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 낱낱이 읽혔다. 가슴이 들썩거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그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날 가지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말 잊은 것은 아니겠죠? 이런 집 수만 채를 준다 해도 싫어요. 내가 원하는 것은…….”
“결혼을 해야 한다고 했나?”
“기억하고…….”
“있지. 너에 대해선 모조리. 넌 내 여자였으니까.”
말을 끝낸 그는 앉아 있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려는데 지서는 가방을 꼭 움켜쥐더니 가슴팍으로 끌어당겼다. 열 발자국 정도 남겨놓았을까.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수많은 갈등…… 가져야겠다는 본능. 잠시 서로를 얼마나 응시했을까.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으며 도전하듯 물었다.
“그래서 나와 결혼이라도 할 생각이에요? 천하의 설하준이 자신을 배신한 전 아내를 다시 얻기 위해 결혼하겠다는 말을 내가 믿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실수에 대해선 추호의 용서도 없는 그의 성격에 대해 그녀는 알고 있었다. 팔짱을 푼 그는 절대 가질 수 없다는 그녀의 단호한 말에 가까이 다가갔다.
“믿어봐. 세상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니까. 너하고 나 우리 두 사람을 봐도 그렇잖아.”
그녀의 눈은 정말 미치게 아니냐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지켜보았다.
“널 갖고 싶어.”
“난 물건이 아니에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 날 받아들일 때의 네 모습, 피부의 떨림까지 모조리.”
“당신, 정상이 아니에요.”
이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고 싶어 하는 지서에게 그는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 서로의 숨결이 닿을 정도의 거리였다. 잔뜩 겁에 질린 눈동자, 하지만 사랑을 나눌 때의 그녀의 눈빛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극히 정상이야. 여자를 원하는 남자.”
“난 아이를 낳았다고요.”
발악하듯 소리 지르는 지서 때문에 멈췄던 분노가 치솟아 오르려 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아닌, 다른 사내의 아이를 낳았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하지만 윤지서란 여자를 원하는 마음은 그 어떤 감정보다 더 격렬했다.
“갖고 싶어.”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은 나와 결혼할 수 있을 정도로?”
조금 전의 떨림은 모두 사라지고 침착하게 묻는 음성에 그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아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그녀가 자신에게 독을 내뿜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그는 자신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에 갇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어둡고 칙칙한 구렁에서 그를 다시 꺼내준 것은 어이없게도 윤지서 바로 그녀였다.
과연…… 자신의 아이가 아닌데 받아들일 수 있을지. 하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그녀가 자신 아닌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지독한 독기에 휩싸인 것처럼 그녀를 간절히 원했다. 두 번 다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또다시 배신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자신도, 그녀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는 원하지 않아. 하지만 윤지서 당신은 간절히 원해.”
“그럼 거래 끝났네.”
“내가 아이를 받아들여야 하나?”
“당연히.”
너무나 쉽고 간단하고 단순 명료한 대답이었다. 윤지서란 여자를 소유하기 위해선 아이까지 덤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게 말은 쉽지, 저 작은 여린 몸 안에 자신의 아이가 아닌 다른 이의 아이가 장악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하준은 숨을 쉬는 것초차 여의치 않았다. 그녀의 몸 안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설하준 자신의 영토였다.
“아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널 가질 수 없다니 받아들여야지.”
믿기지 않는지,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그녀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해졌다.
“왜, 내가 못할 거라 생각하나? 넌 태초부터 내 거야. 누구도 손을 대선 안 되는 오직 이 설하준의 것이지.”
독점욕이 드러난 그의 말에 그녀는 할 말을 잃은 듯 가만히 서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이 소리를 내며 뚝 바닥에 떨어졌다.
“이 집으로 아이 데려와. 그리고 결혼, 그까짓 것 하지. 못할 이유 없잖아?”
“진심이에요?”
“내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이나? 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안 건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손을 잡아 거칠게 끌어당겼다. 힘없이 딸려오는 몸을 이끌고 현관에서 왼편으로 꺾어지는 복도로 향해 오른쪽으로 틀자마자 문을 열어젖혔다. 눈앞에 커다란 침실이 나타났고 그 중앙에 덩그러니 침대만 놓여 있었다. 그제야 잡고 있던 손을 놓아준 뒤 그는 천천히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넋이 반쯤 나간 상태로 서 있는 그녀를 향해 채찍질을 하듯 사납게 말했다.
“원하는 것을 받았으면 약속은 지켜야지. 벗어.”
붉은 혀끝이 메마른 입술을 적셨다. 말라버린 입술이 촉촉이 젖는 것을 보며 그는 자신의 남성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열기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이대로 바로 폭발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였다.
“윤지서.”
“나, 당신 아이 안 낳아요.”
“안 돼.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지. 그것도 사내아이를.”
말도 안 되는 억지였다. 그러나 그녀를 붙잡아두는 방법이 이뿐이라면 더한 짓도 할 수 있었다. 남아선호사상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일종의 보험이나 다름없었다.
“내 아이에게 유산을 줘요. 똑같이.”
“욕심이 많군. 안 된다고 하면…….”
“무효예요.”
그녀가 한마디 할 때마다 몸 안으로 독기가 스며든다. 말이 창과 칼이라면 이미 자신은 죽음에 문턱에 다다랐을 것이다. 똑같은 재산분배라……. 어차피 자신이 죽고 나면 쓸 수 없는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지만 그는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좋아.”
“뭐…… 뭐라고요?”
“좋다고. 앞으로 네가 낳는 내 아이와 똑같이 재산 분배해준다고. 불만 있나?”
믿을 수 없어 하는 지서를 냉담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경멸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결국 그녀가 원하는 것은 다른 것도 아닌 돈이었다는 사실에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님이 허락…….”
“얻고 싶은 것을 다 얻은 다음에 부모님을 거론하다니, 너무 지능적이라고 생각지 않아?”
“내가 당신과 결혼하려 이런 수를 쓴 거라고 생각하나요?”
“아닌가?”
창백해진 얼굴과 대조적으로 눈빛은 장난이 아니었다. 여차하면 물어뜯을 것처럼 으르렁대는 지서를 보며 그는 싱긋 웃었다.
“이제 좀 솔직해지는 게 어때?”
갑자기 지서가 돌변했다. 그가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되자 하준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말이 다 맞다며, 원하는 것은 돈이라며 대놓고 말했다. 추악한 현실 앞에 화가 났지만 여유롭게 대처했다.
“그럼 우리 거래는 끝난 거네. 지금에 와서 겁에 질린 표정 어울리지 않아.”
“어른들의 허락을 받아내지 못할 거예요.”
“상관없어. 너와 결혼할 때 우리 부모님이 반대했었나.”
“진짜 이 결혼, 할 생각이에요?”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묻는 말에 짜증이 났다. 언제까지 싸울 수는 없다. 이미 마음을 굳힌 그와 달리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농담이었어요. 나는…… 나는 당신과 결혼 따윈…….”
“해야지. 벗으라는 말 안 들렸나? 아니면 예전처럼 내가 해주기를 바라는 거야?”
그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앉았던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망설임 없이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느리지만 한없이 자극적인 행동으로, 단추를 풀어내는 모습을 그녀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운동으로 단단해진 몸이 드러나자 지서는 눈을 감아버렸다.
“눈 떠.”
“이건 미친 짓이에요.”
“어떻게 하지? 난 그 어떤 순간보다 진지한데. 윤지서, 자신감을 가져봐. 네 아이까지 받아들일 정도로 널 원한다고 하잖아. 네 손바닥에 올려놓고 날 갖고 놀아봐.”
지서의 눈이 번뜩였다. 그때까지 맹렬하게 도망칠 생각만 하던 눈동자가 사납게 변했다. 이대로 자신이 물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과 동시에 말도 안 되는 폭탄을 터트렸다.
“당신 아이일 거란 생각 전혀 안 해봤어?”
“해봤지. 하지만 이제 누구 아이든 상관없어. 윤지서가 낳은 아이라는 것 외에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설마 이제 와 내 아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당신 아이일 수도 있잖아.”
“재미있군. 내 아이라면…… 왜 지금까지 참고 있었지?”
지서는 한동안 말을 잃은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다. 빨리 대답하란 말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당신한테 복수하기 위해서.”
그녀의 말에 장마철의 끈적거리는 습기처럼 기분 나쁨이 몸을 감쌌다. 복수라니…… 누가 누구한테? 윤지서가, 설하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고? 머리 굴리는 방법이 너무나 저급해 상대하기조차 싫었다.
“나한테 네가 복수한다고? 내가 너한테 하는 게 아니라?”
“당신 나한테 무릎 꿇고 비는 날 올 거라고 했던 말 기억이나 하고 있으라고. 이쯤에서 우리 게임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누구 마음대로!”
감히 자신을 갖고 놀려고 하다니. 이 설하준을 발아래 둔 채 잘근잘근 밟아대는 이 오만한 여자를 밟아주고 싶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의 목을 감싸고 있는 진달래색 스카프를 벗겨냈다.
“늦었어. 날 자극하지 말았어야지. 한번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끝까지 지킬 거야. 하지만 행복하게 해준다는 말을 못하겠군.”
쫘아악 옷을 찢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미친 듯 반항하는 그녀의 옷을 찢어버렸다. 화려한 레이스의 브래지어가 보였고 저항하던 손길 때문인지 가슴 한쪽이 수줍게 빠져나왔다.
그녀의 무릎 뒤와 목 뒤로 손을 넣은 뒤 안아 올려 침대로 던졌다. 그리고 도망치려 하는 그녀의 위로 올라갔다. 사나운 암사자처럼 할퀴려 드는 손을 붙잡아 머리 위로 올렸다. 버둥거리는 다리를 몸으로 눌렀다.
“쉬잇.”
아이를 달래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에 지서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흐트러진 호흡이 제자리를 찾고 사나운 몸부림이 가라앉자 그제야 그녀의 눈이 그를 향했다. 서로의 눈동자에 아로새긴 모습을 찾아가는 동안, 오랫동안 잊고 있던, 아니 잊으려 했던 원초적인 불꽃이 맹렬한 기세로 타올랐다. 홍매화처럼 붉은 입술이 보일 듯 말 듯 벌어진 입술 사이로 비쳐지는 것을 보며 그는 꼭꼭 감춰두었던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
“윤지서, 널 갖고 싶어. 허락해줘.”
하얀 피부에 돋아나는 소름, 희미하나 반응하는 피부,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모든 것을 기억했다. 자신을 원하던 눈빛, 작은 몸짓까지 물빛을 머금은 새까만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저항하는 몸짓은 없었다. 이제 막 처음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사내처럼 심장이 요란한 북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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