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나는 지금 협박을 하는 거다. 끼어들지 마.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꽃을 다른 누군가에게 넘길 생각은 없어. 오로지 나만의 것이어야 하지.”

수려한 외모에 뇌까지 섹시해 제국의 일등신랑감으로 꼽히는 리온 골드화이트 공작. 결혼은 비즈니스의 연장이라 여기는 지극히 귀족적이며 건조한 사고방식을 가진 그의 앞에 작은 새 같은 여자가 나타나고 그는 그녀를 ‘갖기’로 결심한다.

레인보우 가의 차녀 비올라는 선천적으로 약한 몸에 조용한 일상을 보내던 중, 골드화이트 공작의 적극적이다 못해 공격적인 구애를 받고 혼란에 빠진다. 설마…… 공작 각하가 날 사랑하실 리 없어!

두 사람의 잇는 운명의 정체는?!

“그대가 왜 나를 무서워했는지, 이해했어. 그건 당연한 거야. 포식자를 만난, 가련하고도 애처로운, 내 유일한 꽃이여…….”

“제게 이러지 마시고 연회장에서 다른 레이디를 찾아보세요!”

“아니, 그대는 단 하나뿐이지, 비올라.”

유혹하는 얼굴로 리온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내가 원하는 것도 단 하나야. 바로 그대.”

비올라는 리온이 멋대로 제 이름을 부르는 것을 지적하려던 것도 잊었다.

“그러니 어쩌지? 그대가 내게 오는 수밖에.”

※ ‘가하 에픽’은 다양한 시대, 색다른 소재,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출판 가하의 새로운 브랜드입니다. 로맨틱한 판타지가 가득한 가하 에픽, 지금 만나보세요!

2. 작가 소개

김유린

물병자리, A형

사랑하는 사람과, 보물같은 꼬맹이와 행복한 삶을 사는 중.

3. 차례

#1.

#2.

#3.

#4.

4. 미리 보기

‘이 남자는 내 어디를 보고 이렇게 집착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자신은 아버지와 남동생, 저택 내의 고용인 외에, 남자를 대면한 적이 극히 적었다. 늘 시녀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첫사랑조차 없었다. 다른 소녀들이 집안 교류차 어렸을 때부터 다른 가문의 아이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는 일도, 영지에 내려가버려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마거릿과 덴파레는 아카데미에서 친구를 사귀고 직접적으로 이성과 대화하는 법을 체득한 모양이지만, 자신은 다르다. 늘……. 생각해보면 이 약한 몸뚱이 때문에 사방이 막힌 벽에 둘러싸인 기분이 든다.

한숨을 삼키다가, 문득 손등에 느껴지는 거칠한 감촉에 정신이 들었다.

어느새 은근슬쩍 멍하니 생각에 잠긴 비올라의 빈틈을 찾아, 리온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에 자신의 손가락으로 슬쩍슬쩍 장난을 치고 있었다.

“……각하. 이게 무슨…….”

두근거린다기보다는 조금 황당한 기분이 든다. 그는 이런 유치한 장난을 치면서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게, 아무래도 자신이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비올라는 약간 착잡한 기분으로 제 손등을 꼭 잡는 커다란 손을 쳐다보았다. 손은 생각보다 크고, 거칠었다. 그리고 뜨거웠다. 굵은 손가락은 울퉁불퉁해서, 어렸을 때 아빠 손을 잡고 걸었을 때가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만큼 큰 손이었다. 한 손으로 비올라의 양손이 한 번에 잡힐 정도의.

“레이디 비올라. 내게 오면 안 되는 건가?”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지위도 아무것도 없는 백작가의 차녀예요. 각하와 어울리지 않아요.”

시선을 내려 무릎 위에 있는 얽힌 손가락을 본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리온은 자신을 원하고 있다. 비올라는 문득 입을 열었다.

“각하께선, 왜 저를 원하세요? 저는 아름답지 않아요. 저는 장녀도 아니고, 차녀라서 지참금도 많지 않아요. 어차피 각하께선 그런 보잘것없는 재산 따위는 필요도 없으시겠지요. 게다가 서로 알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아요. 그러니 저는 각하께서 제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비올라는 얼굴을 들고, 맑은 보라색 눈동자로 리온과 눈을 마주했다. 리온은 진지한 비올라의 표정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그래, 내가 설명을 제대로 못했던 것 같군.”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헛기침을 한 후, 단 둘뿐인 응접실을 한번 둘러보더니 식은 차를 단숨에 마셨다. 빈 잔을 내려놓은 뒤, 그는 입을 열었다.

“내가 전에 말했듯이, 내겐 외모나 지위, 재산 같은 것은 의미가 없어. 그러니 내겐 모든 여자는 다 똑같지. 나풀거리고 화려하고 향긋하고. 내겐 죄다 귀찮은 존재나 다름없어. 그런데 레이디 비올라. 그대는 달라. 처음엔 그저 어린 소녀라고 생각했지. 그 다음엔 그대가 단지 소녀일 뿐만 아니라 어엿한 성인이라는 것도 깨달았어. 그리고 놓치기 싫다고 생각했지. 내 생을 통틀어,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어. 그러니 나는 그대에게 떼를 쓰는 거야.”

“……떼요?”

비올라가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를 말하는 리온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리온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려 공작씩이나 되는 사내가 떼를 쓰는 거지. 갖고 싶다고. 솔직히 말해서 사랑이란 걸 난 잘 모르겠어. 책에서 읽거나 부모님을 봐도 이해할 수 없었지. 잡히지도 않은 허영 같은 것 말이야. 그래, 나는 사랑을 일종의 허영심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나도 알아. 나는 그대를 가지고 싶은 게 일종의 허영심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가지고 있어. 그래, 이상하게도 그대를 내 곁에 둔다면 내 허영심이 충족될 것 같단 말이지.”

“각하. 정말 그건 사랑고백 같은 건 아닌 것 같네요.”

조금이라도 로맨틱한 분위기가 생길 틈이 안 생기는 대화다. 비올라는 그녀의 손을 꽉 쥐고 있는 그의 손을 떼어놓으려고 했다.

“그래, 사랑이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그대를 원해. 내 곁에 있어줘. 그러기 위해 나는 무슨 짓이든 할 거야. 다행히도 내 옆자리는 비어 있지. 오로지 그대만이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약속해. 그대 외에는 어떠한 여자도 내 옆에 있지 못할 거야.”

리온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도망치지 마. 혹시라도 다른 이들이 그대를 시기할지라도.”

“제 거절은요? 저는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살 생각은 없어요.”

비올라의 차가운 거절이 리온의 마음을 할퀴었다. 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고, 또 그런 생각을 인식하지도 못했다. 오로지, 지금 그의 눈에 빛나는 것은 비올라뿐이었다. 그녀를 가지겠다 마음먹은 순간부터, 리온의 세상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조차 아주 어렴풋이 깨닫고는 있지만, 지독한 소유욕에 가려져 금세 잊혀졌다.

“어차피 그대는 다른 사랑은 찾지 못할 거야. 내가 구애하는데 그 누가 그대를 데려가려 할까? 나의 꽃. 그러니 나를 택해. 나를 사랑해. 내 곁에 있어.”

달콤한 목소리로 유혹한다. 그는 자신의 외모와 지위를 활용할 줄 알았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창문에 반사된 빛에 붉은빛을 흩뿌리고, 그의 붉은 입술이 부드럽게 휘어진다. 새파란 하늘을 따다 박아놓은 것 같은 눈동자는 비올라에게서 떨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리온은 애틋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비올라의 귀에 속삭였다.

“오로지 그대에겐 나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어, 레이디 비올라.”

속삭이는 숨결이 비올라의 귀를 희롱한다. 입술은 스칠 듯 말 듯 귀를 지나 볼을 향하고, 그녀를 잡고 있지 않은 다른 손은 비올라의 뺨을 쓰다듬었다.

“맹세해. 그대에게만 충성하지. 그대는 참 까다로운 여자야. 보석이나 비단 같은 것들보다 내 인생을 걸어야 겨우 얻을 수 있다니.”

내 인생은 참 비싸. 그는 작게 키득거렸다. 그 바람에 뜨거운 체온이 비올라의 뺨에 느껴져 그녀는 움찔하고 말았다.

“이상하지? 그대가 얼굴을 이렇게 붉히면, 조금 위험한 생각이 든단 말이야.”

무슨 생각……?! 비올라는 얼굴이 불타오르는 것 같아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런데 그럴수록, 리온의 몸이 숙여져 마치 잡아먹히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내 인내심이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어. 하지만 더 이상은 참기 힘들군.”

그는 그녀의 옆에 바짝 붙어 어느새 한 손으로는 비올라의 머리를 받치고, 한손으로는 허리를 휘감고 있었다. 소파에 거의 기대다시피 뒤로 밀려난 비올라는 꼼짝없이 리온의 얼굴을 가까이서 마주해야 했다.

“나의 꽃.”

검은 그림자가 햇빛을 등지고 내려앉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이 어쩐지 이상해서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리온에게 매달렸다. 그의 품은 그녀가 안기엔 너무도 컸고, 뜨겁고, 숨결은 달콤했다.

“하읍…….”

그의 입술에선 어쩐지 페퍼민트 향이 났다. 싸늘한 향이 지나가면 방금 마신 홍차 맛이 난다. 아니, 어쩐지 부끄러운데, 왜 이런 잡생각만…….

비올라가 멍하니 딴 생각을 하자, 리온은 그녀의 달콤한 맛이 나는 입술을 벌리고 혀로 치열을 훑었다. 놀라 입을 벌리자 기다렸다는 듯, 그는 무자비한 공격을 시작했다. 감고, 빨아올리고, 다시 그녀의 입안을 구석구석 탐험했다. 그녀에게선 향긋한 사과 맛이 났다.

그녀는 너무 강한 자극에 놀라 숨 쉬는 것도 거의 잊고 리온에게 매달렸다. 말이 되지 못하고 흩어진 숨결은 신음으로 남았다. 그것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질척하게 츄웃 하는 부끄러운 소리만 응접실에 울려 퍼졌다.

“……푸하! 하아!”

마침내 그가 떨어지자 비올라는 거의 녹초가 되어 있었다. 묘하게 흐트러진 눈동자, 반질거리는 입술, 붉어진 두 뺨……. 키스가 끝나자마자 참았던 숨을 몰아쉬느라 그녀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 리온에게 거의 안겨 있었다. 그 자태를 리온은 기꺼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매우 흡족하다. 참아내기가 무척 힘들지만, 그는 매일 새롭게 자신의 인내심을 확인했다.

“이래도? 그대는 이제 내 거야.”

리온은 쿡쿡 웃으며 비올라의 손을 잡고 잘 보이도록 살짝 들어 올렸다.

언제 끼웠는지, 비올라의 손가락엔 휘황찬란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그녀는 항의할 기운도 없어 리온의 품에 안겨 있었다.

……이거 사기 아냐?

말할 기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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