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헤어진 기억이 없다. 이별을 잊었다.

차라리 사랑을 잊은 게 덜 괴로웠을 거다.

 

“헤어졌다고? 너랑 내가?”

나를 떠난 너를 기억한다. 이별을 기억한다.

차라리 사랑한다고 하지 말지 그랬어.

“사랑해.”

세 글자가 두 사람의 가슴에 시리게 파고든다.

-본문 중에서-

“비켜.”

“우리가 싸웠었나? 아, 젠장. 가만히 좀 있어봐. 머리가 지끈거려. 흔들지 좀 마.”

“비키라고!”

결국 거센 힘에 밀려 뒤로 물러난 수호가 머리까지 치민 화를 이기지 못하고 옆에 있던 화장대 의자를 발로 찼다. 움찔거리는 린의 모습을 본 수호는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가다듬었다.

“후아. 그만하자.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뭔지 모르겠다고? 미안하다고? 잘못했어? 장난해?”

“아,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오빠야말로 지금 여기에서 뭐 하는 건데? 우리 헤어졌잖아.”

린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수호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심상치 않은 린의 얼굴에 수호의 입매가 굳어졌다.

“헤어졌다고? 너랑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린의 얼굴을 보며 가까스로 입술 끝을 올렸다. 하지만, 단호한 린의 표정에 스르르 입꼬리가 내려갔다.

“헤어졌어?”

재차 고개를 끄덕이는 린의 모습에 속이 울렁거림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쏟아낼 것 같아 입을 틀어막았다. 헛구역질을 하며 허리를 꺾자 숨을 쉬기가 힘들어질 정도였다.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 허리를 펴지 못하도록 무언가가 누르는 듯하면서도, 중력이 뒤바뀐 듯 속에 든 모든 것이 역류해 입 밖으로 쏟아질 것 같았다.

“오빠?”

놀란 듯 자신을 부르는 린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쉽사리 몸을 펼 수가 없었다. 일순간 갑자기 공간이 뒤틀리는 듯 시야가 어지러웠다. 입을 막은 채 고개를 들자 이지러진 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린의 모습마저 뒤틀리자 그녀를 바로잡으려 손을 뻗었다. 뻗어진 자신의 손을 잡지 않고 창백한 얼굴로 바라만 보는 린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어둠이 눈앞을 가렸다.

 

-목차-

 

프롤로그

1화. 싸이탄을 만나다.

2화. 그와의 키스.

3화. 그들의 인연은 계속된다.

4화. 또 한 번의 키스.

5화. 그의 기억 속에 꼬마.

6화. 방해꾼의 훼방이 있더라도.

7화. 기억이 나지 않는다.

8화. 그녀의 주위를 맴돌다.

9화. 너와 나 사이를 가로막는 것.

10화. 방해꾼이 돌아오다.

11화. 그의 비밀.

12화. 다시 제자리로.

에필로그

에필로그 2. 린이 모르는 이야기.

 

 

 

 
작가연합카페 그린나래와 로망띠끄에서 활동 중.

- 출간작
종이책 – ‘내 여자는 야하다’(청어람), ‘마침표. 쉼표,’(예원북스), ‘한여름 날의 캐럴’(청어람), ‘Love Appeal Drama’(봄미디어)
이북 - ‘나의 연인 오드아이’, ‘Only 하나’, ‘손끝에 심장’, ‘수호악마’

-출간예정작
‘숨결이 스미다’(청어람-4월 출간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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