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사랑이란 것, 한번 해보고 싶지 않아요? 아플까 겁나고, 힘들까 두렵고, 그 과정이 너무 어렵다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이라는 거.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고. 그런 생각 안 들어요? 난 사랑이란 것 한번 해보고 싶거든요. 당신은 어때요?

아픈 사랑의 끝을 뒤로한 채 홍콩에 도착한 은수. 업무차 만나게 된 장리씨엔과의 인터뷰, 그리고 가슴에 남은 티격거림. 어느새 은수는 장리씨엔과 시간을 함께하며,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의 속마음을 그에게 보여주게 된다.

홍콩 최고의 영화배우 장리씨엔. 지금까지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했던 그가 은수를 만나 사랑의 참맛을 알기 시작하는데…….

나는 가끔 생각하곤 했다.

언젠가 내게 사랑이라 부를 만한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그 순간, 내 심장이 내게 신호를 보내줄 거라고.

그녀와 스치듯 눈길을 마주쳤을 뿐인데도 심장이 저릿해지고,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는 분명 짜릿한 무언가가 느껴질 거라고.

2. 작가 소개

우영주

bax3888@naver.com

‘라벤더’, ‘선샤인’ 집필 중. 그 외 미완성인 글들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

▣ 출간작

모던연애만세

섬싱블루

아이니

이심전심

플래시

햇살처럼 당신이

3. 차례

Ⅲ. 운명

 10장. 우연의 일치, 혹은 운명의 장난

 11장. 회색빛 기억

 12장. 스캔들

 13장. 행복

Ⅳ. 사랑

 14장. 기자회견

 15장. 악몽

 16장. 상흔(傷痕)

 17장. 화해

 18장. 칠석(七夕)

Ⅴ. 그리고 또 인연

4. 미리 보기

리씨엔은 은수의 손을 깍지 낀 채,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푹신한 카펫이 깔린 터라, 발끝에 닿는 느낌이 단단하지 않고 뭉툭했다. 그는 은수를 흘깃 내려다봤다. 은수의 까만 머리카락이 그의 어깨 근처에서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은수는 슬퍼 보였다. 홍콩 빅토리아 피크에서 하늘만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던 그때처럼, 서글프고도 처연한 그러한 표정이었다. 많이 피곤해하는 것 같다며 데리고 나오긴 했지만, 이유를 모르니 그 역시 답답할 뿐이었다. 그래도 먼저 이야기해주기 전에는 참자고 다짐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 그는 주머니 속에 들은 손으로는 있는 힘껏 주먹을 쥐어야만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는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기나긴 복도였지만, 어느새 도착한 걸 보니 그저 짧은 길일 뿐이었다.

「다 왔네.」

「……그러게요.」

두 사람은 문 앞에서 마주 서고는 빙긋 웃었다. 리씨엔은 은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다 이내 그녀를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여전히 서로의 한 손은 다정하게 깍지 낀 채였다.

「헤어지기 진짜 싫다.」

「안 피곤해요?」

그의 투정 어린 말에 은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너무하네. 은수 씨는 나랑 있으면서도 피곤하고 그래요? 난 전혀 안 그런데.」

「나도 그래요. 나도 당신이랑 있으면 하나도 피곤하지 않고 그래요. 좋기만 한데, 뭐.」

자신의 손가락과 한 치의 틈도 없이 단단히 얽혀 있는 그의 손가락도 따뜻했고, 자신의 등을 토닥이는 손바닥도 따뜻했고, 귓가에 가만가만 들려오는 그의 음성도 따뜻했다. 그의 모든 것이 지독하게 따뜻하고 사랑스러워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거짓말이라도 이런 말 들으면 기분 참 좋다.」

「거짓말 아니에요.」

「그러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고. 진짜 얼른 결혼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렇게 문 앞에서 헤어지는 비극적이고 잔인한 일 따위, 두 번 다시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

서로의 몸에 가만히 기대고 있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후, 그가 몸을 떼며 아쉽단 듯 깍지를 풀었다. 리씨엔은 은수의 손에서 카드 키를 받아 들고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입구의 센서가 반응하며 불이 확 켜졌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그만 들어가 쉬어요.」

「그럴게요. 당신도 푹 쉬어요. 운전하고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

그가 귀 옆으로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모아 귀 뒤로 쓸어 넘겨줬다. 하얀 귓불에 앙증맞게 매달린 순백의 진주 귀걸이가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은수 씨랑 가장 잘 어울리는 귀걸이 했네?」

“우리 딸이랑 진주랑 참 잘 어울리는구나? 너무 예쁘다.”

은수의 스무 번째 생일, 그녀의 아버지에게 받은 진주 귀걸이와 목걸이를 화영이 성인이 된 기념이라며 은수에게 줬다. 생각 같아서는 절대 하고 다니고 싶지 않았지만, 화영은 은수가 그 진주 귀걸이와 목걸이를 할 때 참 행복하다며 말하곤 했었다. 그래서였을까. 엄마가 웃는 모습이 좋아 한 번 두 번 하다 보니 어느새 습관처럼 굳어졌는지 엄마가 떠나고 난 이후에도 저도 모르게 계속 하곤 했다. 지금 이 순간, 리씨엔도 엄마처럼 이 귀걸이가, 이 목걸이가 예쁘다 하고 있었다.

「예뻐요?」

「응. 귀걸이도, 목걸이도. 그러고 보니까 은수 씨랑 진주랑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바늘로 심장을 사정없이 찌르는 듯, 가슴 언저리가 말도 못하게 아팠지만 은수는 눈물을 머금고 엷게 웃기만 했다.

「당신 눈에 예뻐 보인다면…… 그걸로 됐어요. 나, 그만 들어갈게요.」

「그래요. 피곤한 사람, 오래 붙들고 있었네.」

룸 안으로 들어간 은수가 이윽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좋은 꿈 꿔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잠시 후 조용히 문이 닫혔다. 담담한 표정으로 뒤돌아가던 그가 갑자기 우뚝 멈추어 섰다. 기다란 복도의 반쯤 와 있었다. 그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그의 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PREMIUM SWEET’란 글자가 보이자, 그는 문을 두드렸다. 처음엔 가볍게 두드리다, 이내 소리가 거세어졌다.

「은수 씨, 문 좀 열어봐요.」

곧, 발소리가 자박자박 들렸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동시에 센서의 불이 들어오면서 입구가 환해졌다. 환한 불빛 아래, 은수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씨엔? 무슨 일…….」

은수가 말을 채 잇기도 전에, 그는 무작정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현관문을 닫았다. 콰당, 꽤 요란한 소리가 울렸고, 그는 그녀를 벽에다 밀어붙이고 두 팔 사이에 가두었다. 두 사람 다 아무 말이 없었다. 번쩍, 하고 들어왔던 현관불이 꺼지고 응접실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만이 현관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흐릿하게나마 스며들었다.

어둑어둑한 가운데, 은수를 응시하던 그가 다짜고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처음이었다. 늘 다정하게 입 맞추던 그답지 않게, 강렬하고 열정적인 키스였다. 그녀의 입술을 통째로 집어삼킬 것처럼 거세게 삼키고 또 삼켰다. 서로의 혀가 뒤엉키고, 서로의 입술이 어우러졌다. 불꽃이 화르르 타오를 것만 같았다.

그의 손이 부드러운 실타래 같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둠 속에서도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보드라운 뺨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가락이 희고 여린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을 즈음, 그는 아쉬운 듯 입술을 뗐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내가 왜 이러는지 궁금해요?」

애틋한 눈길로 은수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그가 손가락으로 부어오른 은수의 입술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의 손끝이 닿은 입술이 얼얼하고 쓰라렸다. 흐릿한 어둠에서 그를 올려다보는 은수의 눈가에 맑은 눈물이 서서히 괴었다. 그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했다. 오늘따라 이상도 했겠지. 불안하기도 했겠지. 툭, 눈물샘이 터져버리고 은수의 하얀 볼을 따라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발, 울지 마. 당신이 울면, 난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려.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단 말이야.」

나……, 그다지 성격이 좋지 못해. 당신이 말해주기 전에는 묻지 말아야지, 몇 번이나 다짐하고 다짐해도…… 당신 우는 거, 당신 마음 아파하는 거, 당신 힘들어하는 거! 죄다 보이는데, 나더러 어쩌라고. 불안해 죽겠어. 오늘 저녁 내내, 불안했어. 혹시나 당신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나. 마치 당신이 금방이라도 내 눈 앞에서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그래서 불안해 미치겠어.

은수의 입술에 대고 안타깝게 속삭이던 그가 다시금 자신의 입술을 묻었다. 조금 전과는 다른 눈물이 날 정도로 다정하고 따스한, 그녀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듯 사랑스런 입맞춤이었다. 마치 조금 전, 자신이 아프게 했던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을 치료하기라도 하듯, 그의 키스는 달콤하면서도 정성스러웠다.

두 사람의 입술 섞이는 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조심스레 일깨웠다. 그의 손가락에 닿은 촉촉한 물기가 말라버리고 나서야, 리씨엔은 고개를 들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힘들면 언제든 말해요. 난 항상 당신 편이고, 당신 곁에 있으니까.」

들릴락 말락, 자그맣게 속삭이는 그의 말소리는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그의 깊은 눈길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던 은수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은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또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럴게요.」

그도 웃었다. 손가락 틈에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쓰다듬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감싸 안아 품으로 당겼다.

「당신 곁에 항상 내가 있단 거, 무슨 일이 있어도 잊지 마.」

서로의 가슴 뛰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리던 순간이었다.

총 0개의 독자서평이 있습니다.

올려주신 서평은 자신의 소중한 마음의 창 입니다. 모두와 함께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서평을 부탁드립니다.
한줄 서평은 한번만 남길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소식 : 이북 열람 후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도 별점과 서평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