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박하나 편 4 - 로맨스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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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295-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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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사랑한다니까 왜 자꾸 못 믿어. 저를 다 주어버릴까 봐 겁이 나는 마음 다 쏟아붓고 있잖아, 지금 너에게. 안 보여? 바보.

대한민국, 서울에 살고 있는 여대생 박하나. 슈퍼에 심부름 다녀오는 길에 자판기 문을 열었다가 그대로 조선 시대로 타임슬립! 그곳에서 폭군으로 명성이 자자한 임금인 환을 만나게 된다.

결국 그녀는 낯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장을 하고 ‘하나’가 아닌 임금의 종 ‘멍구’로 살아가게 되는데…….

건방진 종 멍구와 폭군 임금 환의 유쾌통쾌하면서도 달콤한 로맨스!

“사랑한다.”

헛웃음밖에 안 난다. 사랑한다고? 딴 여자랑 자놓고 그 아침에 사랑한다고? 웃으라는 거지. 그냥 웃기나 하라는 거지. 다 끝난 마당에 화낼 힘도 없다.

“오해 안 해.”

“하나야.”

“너 원래 그런 놈이잖아. 미안, 방해해서.”

이리 까다로운 여자, 태어나서 처음이다.

※ ‘가하 에픽’은 다양한 시대, 색다른 소재,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출판 가하의 새로운 브랜드입니다. 로맨틱한 판타지가 가득한 가하 에픽, 지금 만나보세요!

2. 작가 소개

예요

http://blog.naver.com/merubi

▣ 출간작

변장 도령

천일야화 박하나 편

환장 도령

▣ 출간 예정

우드럽미

용왕님의 유혹

3. 차례

#1. 입궁, 목욕물을 데우라

#2. 원하던 첫날밤

#3. 잘못된 단의 선택

#4. 몸살과 얼음물

#5. 단의 질투, 나는 아이를 가졌다

#6. 배에 실려 간 여인들

#7. 단과 환의 첫날밤

#8. 망가져버린 관계

#9. 떨어질 수 없는 두 마음

#10. 중전이 되어라

#11. 다시 돌아온 과거

#12. 간택이 되어 궁으로

#13. 이 숙원의 발악

#14. 부러지는 대나무

#15. 씻을 수 없는 오명

#16. 다시 만난 밤

#17. 서울에서

#박하나 외전

4. 미리 보기

“어머!”

단이 잠에서 깼다. 그녀는 자신들의 잠자리 앞에 서 있는 하나를 알아보고 사색이 된다. 얼른 이불을 걷어차고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녀는 당장 하나의 앞에 엎드려 앉았다. 무릎을 개고 앉은 그녀의 몸매가 호리병처럼 유려하다. 탄력 있는 엉덩이와 탐스러운 골반이 여자가 보기에도 아름답다. 얼굴도 예쁘지만 그 몸도 가히 최고다. 그동안 옷 속에 꼭꼭 숨겨두고 아까워 어찌 살았나 싶다.

그러니까, 저렇게 예쁘니까 환이 품었을 거다. 주르륵. 또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단이 하나에게 엎드려 빈다. 풍성한 가슴이 말을 할 때마다 출렁인다. 거기에 환이 얼굴을 묻고 빨아댔을 걸 생각하니 하나는 스스로 무너진다.

단은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며 용서를 빈다. 제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하나의 얼굴이 엉망이다. 보지 않아도 안다. 다 안다. 속에서는 기쁨이 샘솟는다. 다 찢어놓을 것이다. 환과 붙어먹은 네년의 아랫도리를 모조리 다.

“용서해주십시오! 하나 님. 이년을 죽여주시지요. 매를 치고 벌을 내리시면 달게 받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아흐흑…….”

견딜 수가 없다. 단이 잘못을 빌면 빌수록 현실은 더 또렷하게 인식된다.

그래, 환이 외도했다. 다른 이를 품었다. 다른 여자, 저 말고 다른 여자. 사랑한다더니. 다 거짓말이었다.

“당장에 죽으라면 죽겠사옵니다. 어젯밤 술에 취하신 전하의 손길을 거부할 수가 없었사옵니다. 부디 이년을 죽여주시지요!”

“…….”

끝내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을 줄줄 흘리고 만다. 너무 울어서 가슴이 흑흑 댄다. 벌렁거린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서럽고 분하고 밉다. 다 끝났어. 다. 꽉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사지가 다 달달.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다.

무슨 정신인지 모르겠다. 향이가 머리라도 잡으라고, 뺨이라도 후려치라고 했지만 제 앞에서 벌벌 떠는 단에게 그럴 순 없다. 그녀가 무슨 잘못이 있는가. 임금이 원하니 어쩔 수 없었지. 그가 그런 사람이잖아. 가지고 싶은 거 결국 갖고야 말잖아. 저는 그게 사랑인 줄 알고 속았지만.

“옷…… 입으세요…….”

아무것도 못 걸치고 벌벌 떠는 그 모양이 안쓰럽다. 하나는 돌아섰다. 저를 배신한 건 단이 아니라 환이다. 삐걱. 발걸음이 바르지 못하다.

“……멍구야?”

드디어 잠에서 깼나 보다. 강단 있게 돌아볼까 하다가 그만둔다. 비참해. 눈물이 먼저 떨어진 길로 하나가 휘청거리며 발을 내딛는다.

“멍구…….”

멍구다. 일어나자마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반가웠다. 그런데 불러도 답이 없다. 왔으면 품에 안길 것이지 도로 가버리는 건 뭐람. 그러다 돌린 고개에 놀라운 모습이 걸린다. 단이다. 그녀가 알몸으로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머릿속이 번쩍한다. 제 버릇은 제가 잘 안다. 환은 얼른 이불을 들춰본다.

이런. 눈이 저절로 감긴다. 저 역시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다. 바닥에는 잘 개인 단의 옷이 보인다. 어젯밤에 술상을 받고 여인을 품에 끌어안았다. 저는 그게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인제 보니 단이었던 모양이다.

술에 취했다. 만취했다. 그래서 그만 정신을 놓아버렸다. 그게 단인 줄도 모르고 품어버렸다. 젠장. 개처럼 산 지난날이 원망스럽다. 아무 여인이나 품어댔던 방황이 소름 끼치게 싫다. 이 순간, 정말로.

“서라!”

알몸 그대로 환은 뛰쳐나갔다. 하나의 손목을 붙들어 매고 어깨를 돌려세운다.

“으허헝…….”

펑펑 우는 그 얼굴이 다 상했다.

“오해하지 마. 이것은 그냥…….”

“으허헝…….”

원망스러운 눈빛밖에 없는 그 앞에 환의 입이 딱 막혔다. 어떤 변명이 통하겠나.

“사랑한다.”

일단 몸을 끌어안았다.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다.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제게는 오직 멍구뿐이란 말이다. 어쩌자고 그런 실수를 했을까. 환이 숨이 막히라 하나를 안아본다.

“허, 허…….”

헛웃음밖에 안 난다. 사랑한다고? 딴 여자랑 자놓고 그 아침에 사랑한다고? 웃으라는 거지. 그냥 웃기나 하라는 거지. 다 끝난 마당에 화낼 힘도 없다. 하나는 스륵, 몸을 빼서 나온다. 손으로 환의 맨 어깨를 밀어놓고 허탈하게 웃어 보인다.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는데 입은 웃고 있으니. 환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오해 안 해.”

“하나야.”

“너 원래 그런 놈이잖아.”

“하…….”

“미안. 방해해서.”

“야!”

환은 거칠게 팔을 잡았다. 가지 말라고. 미안하다고. 제가 해야 할 말을 저쪽에서 대신하고 있다. 임금은 그런 거 모른다. 해본 적도 없고 하기도 싫다. 이리 까다로운 여자, 태어나서 처음이다.

“놔!”

당장에 팔을 뿌리친다. 아예 더는 못 붙들게 손까지 휘두른다. 허공에 붕붕.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얼굴로 씩씩대더니 노려보고 가버린다. 하나가 환의 지밀을 떠난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환이 머리를 구겨 쥔다. 뭐 저런 게 다 있나. 자리에 풀썩, 무릎으로 주저앉아 눈을 감아버린다. 으악! 답답한 환의 절규가 지밀 안을 채운다.

등을 돌리고 앉아 단이 옷을 주워 입었고 환은 생각을 정리한다. 한참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은 단이 흑흑 대며 운다. 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제 허물이라고 죽여달라 한다. 다른 궁녀를 불러 단을 데려가게 했다. 숙소로 가서 안정을 취하라고.

텅 빈 방 안에 혼자 앉아 생각하고 또 했다. 어째서 단에게 손을 댔을까.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다. 말하지 않았나. 단은 누이 같은 사람이라고. 오랜 시간 함께해서 이제는 가족 같은데. 제가 미쳤다. 미친놈이다, 저는. 부정할 수 없다.

아무 여자나 품어대는 그 버릇, 이렇게 사고를 칠 줄이야. 멍구가 나타나고는 한눈 한번 팔지 않았는데. 아니 다른데 눈 돌릴 정신도 없었는데, 그놈 하나만 바라보기도 벅차서. 그랬는데, 그런 제 마음을 믿고 있었는데.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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