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 도령 2 - 로맨스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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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295-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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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그때는 네가 사내인 줄 알았지. 하지만 여인이면 말이 달라져. 모르느냐? 손만 스쳐도 혼인이다. 그러니 너는 나하고 혼인해야 한다. 내가 책임을 지마.”

장원급제했으나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은 오라비 대신 오라비 행세를 하고 궁에 들어간 환희연. 아니, 환장! 과거 급제자들을 위한 축하연에서 술을 한 잔 마시고 일어났는데 세상에…… 여긴 어디? 저 남정네는 누구? 설마 내가 세자와 합방을?

“뭘 그리 생각하누, 부끄러우냐. 태어나긴 사내로 태어났지만 마음은 여인이라 여기는 것이?”

예. 그 한 마디만 하면 저놈은 제 손아귀 안에 들어오는 건데, 뭘 저리 꾸물꾸물, 참 속 터진다. 현은 얼마 없는 인내심이 달랑달랑하는 걸 느낀다. 아, 윽박지르고 싶다. 말해라, 이놈!

“나를 오라버니라 불러도 좋다. 물론 너랑 나, 둘만 있을 때만.”

“…….”

“못 믿겠어? 내가 세자이니라. 난 한 입으로 두 말 안 하느니. 세자의 말을 못 믿으면…….”

“나는 여인이 아니라고!”

※ ‘가하 에픽’은 다양한 시대, 색다른 소재,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출판 가하의 새로운 브랜드입니다. 로맨틱한 판타지가 가득한 가하 에픽, 지금 만나보세요!

2. 작가 소개

예요

http://blog.naver.com/merubi

▣ 출간작

변장 도령

천일야화

환장 도령

▣ 출간 예정

우드럽미

용왕님의 유혹

3. 차례

#6. 서책과 생간을 권하다

#7. 계속되는 거짓말

#8. 부담스런 후원자

#9. 비밀의 산행

#10. 성묘와 오리

#11. 일의 시작

#12. 송추이

#13. 어긋나거나 깊어지거나

#14. 진실과 벌칙

#15. 드러나는 과거

#16. 쓸모없어진 환장

#17. 그들의 운명

4. 미리 보기

남대문 사거리 앞에 하나밖에 없는 책방으로 책을 사러 오긴 했다. 뻘쭘하게 서 있던 장이를 재촉해 책을 고르라 엄포를 놓은 후 설한은 여유롭게 자신의 흥미를 끄는 책들을 뒤지고 있었다. 책방 입구에서 머뭇거리며 서 있던 장이가 생전 처음, 이토록 많은 책은 생전 처음인 이곳을 동그란 눈으로 훑었다.

오라버니가 공부할 때는 구하는 책이 없어 본 책을 또 보고 외운 책을 또 외우고, 나중에는 그 책을 불쏘시개로 써버려도 그 내용이 머릿속에 남았다 했다. 책 하나 제대로 사주지 못해 그리 고생을 시켰었는데, 여기는 무언가.

“이게 다 서책이야?”

“그럼, 먹을 것으로 보이냐?”

“책을 읽으면 굶어도 배가 부르다고 했다, 우리 오라버니가…….”

“?”

책을 고르던 설한이 이상한 얼굴로 돌아보자 장이가 화들짝, 옛 생각에서 깨어나며 고개를 탈탈탈, 저었다.

“라버니라고, 성이 오씨, 이름이 라버니. 내 친구. 친구…….”

“더는 타박하지 않고 넘어가지. 여기 온 목적이 그것이 아니니.”

“봐주는 거냐?”

“네 말의 반이 헛소리다. 똑똑한 내가 걸러 들어야지.”

“…….”

“왜, 장원보다 똑똑하다 하니 망발 같으냐.”

“그런 거 아냐.”

“그럼 책이나 골라. 나는 이것으로.”

벌써 한권 집어 든 걸 장이가 건너다본다. 저도 어서 골라야겠다 생각하고 서책들을 뒤적이기 시작하는데 영.

“글씨가 왜 이리 많누…….”

“…….”

못할 말이라도 한 것처럼 설한의 눈빛이 매섭다. 기어코 그는 자기가 서 있던 책장 앞에서 건너와 좀 멀리 떨어져 있던 장이의 손목을 붙들고 안으로 들어간다. 앞쪽에 잘 진열된 책들을 지나쳐 다른 곳으로. 책방의 안쪽으로 이끈 그가 어느 진열대 앞에 장이를 세웠다. 그리고 빳빳한 턱짓으로 끄덕.

“여기.”

“여기?”

보라는 것 같아 그쪽 책들을 뒤져본다. 과연, 장이가 잡아든 책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그림이…….

“허억!”

“이런 것은 재고가 있을 때 사가야 한다. 나중에 오면 다 팔리고 허탕만 치지. 인기가 좋다고.”

“허어헉!”

고만 놀래고 계산이나 하자고 또 손을 잡아끈다. 놓아야 하는데, 이런 요상한 책은 어서 손에서 놓고 다른 걸로 골라야 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장이는 어느새 계산대 앞에 와 서 있었다. 책방 주인이 두 사람이 고른 서책 값을 매기며 그런다.

“설한 도련님, 평소처럼 장부에 기입해둘까요?”

“그러시게.”

“예, 유월 갑자일. 영의정 대감댁 서책 두 권. 기입해두었습니다.”

“도서명은 적지 말게나.”

“예, 아무렴요. 영의정 대감께서 물으시면 이놈이 깜빡 잊고 기입을 못했나이다, 아뢰겠습니다아.”

“그럼, 수고하게.”

책방 주인은 서책을 한 꾸러미로 곱게 쌌다. 그러고는 설한이 아닌 장이 쪽에다 그걸 내밀었다. 어서, 받으라고. 딱 봐도 이쪽이 낮아 보이는 거다. 책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웬만한 양반도 책 하나 구입하기가 가볍지 않다. 그런 형편에 영의정 대감댁은 이 책방을 먹여살리는 단골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단골손님 대신 그 똘마니 정도로 보이는 이에게 책을 들라 내민 것은 장사치의 오랜 촉이다.

끄응, 책 꾸러미를 받아 들고 책방을 나선다. 장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 길만 가는 설한 옆으로 발을 재며 따라붙었다.

“책값이 비쌀 터인데.”

“우리 집에 재물이 넘친다.”

“…….”

“우리 아버지가 영의정 대감인 건 너도 알지?”

“……응.”

“내가 그 집 큰아들이다. 그것도 알지?”

“으응.”

“그럼 내일까지 그 서책을 읽고 나와 감상을 나누자.”

“내가 왜?”

휘릭, 번들번들하는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그가 돌아섰다. 졸졸졸, 곁을 따르던 장이를 힐끗 쳐다보며 성을 낸다.

“갑과 2등이라 무시한다 이 말이냐?”

“여기서 그 말은 왜 꺼내? 상관도 없는데…….”

“지금 네 말이 그거지 않아. 갑과 1등인 신분에 갑과 2등이랑은 서책 감상도 못 나누겠다…….”

“아아! 알았어. 고만해. 억지 춘향도 그만하면 옷고름을 풀겠으니.”

장이는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억지 좀 고만 부려. 그걸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설한이 말을 보탠다.

“두 개 다 네 것이다. 내가 고른 책도 한번 읽어보아.”

“…….”

책을 두 권이나 사주다니. 비싼 책은 한 해 치 농사랑 맞먹는 가치인데, 장이는 너무 부담스러워 목소리를 쥐어짠다.

“아니, 읽고만 줄게. 책 주인은 그쪽이다.”

“…….”

“책은, 읽어.”

아까 그 그림책은 놓치고 싶지 않다. 장이는 볼이 조금 벌게져서 그러고 섰다. 이것은 신세계니까. 여인일 때는 듣도 보도 못했다. 이래서 돈 돈 하는가. 돈이 많으면 못 가지는 것이 없으니. 오라버니가 살아 있을 때는 돈을 모으고 모아, 일 년에 책 한 권, 그것도 누가 쓰고 다 떨어진 헌책을 수소문해다 사주곤 했다. 이리 좋은 책을 품에 쥐고 보니 가슴이 아리다. 오라버니 생각이 절로 난다.

순식간에 청승맞아진 장이의 꼴을 보고 있던 설한이 못마땅한 얼굴을 비친다.

“그럼 주인 말을 듣든가. 내일 저녁에 우리 집으로 와라. 기다리고 있을 테니.”

“…….”

그는 돌아섰다. 이쯤에서 헤어지면 딱 좋겠다. 서로의 집으로 흩어지기 좋은 거리이다. 설한이 조금 발을 떼다 마지막으로 힐끗 돌아섰다.

“그때는 저 시커먼 놈 떼놓고.”

“응?”

“혼자 오라고. 안 잡아먹을 테니.”

설한이 비단도포를 날리며 걸어가버리자 장이는 책 꾸러미를 품에 안고 주위를 빙 둘러 살핀다. 열심히 고개를 갸웃거려 누군가를 찾는데, 저쪽 골목 안에서 겁보 형님이 그림자처럼 튀어나왔다. 후, 장이는 제게 걸어오는 그를 보고 마음을 놓았다.

“겁보 형님…… 난 또 다른 사람인 줄 알고. 포졸이나 붙었나 싶었지요.”

“영의정의 아들이라고?”

“예, 다 들으셨습니까?”

“이상한 점은?”

“없습니다. 이번에 과거에 같이 급제한 사람이지요. 갑과 2등.”

“…….”

“정말이요. 별로 흉악한 자가 아닙니다.”

“……짐이나 내라.”

겁보는 장이가 소중하게 안고 있는 책 보따리를 쑥 빼서 제가 들었다. 한 손에 달랑 들고 집으로 앞장서 걷는다. 그 뒤를 장이가 졸졸 따르며 그런다.

“겁보 형님. 내가 무슨 일을 당할까 봐 쫓아오신 겁니까? 제가 걱정돼서요?”

“…….”

“으흐흑, 그럴 줄 알았다면 갑과 2등 속이나 더 뒤집어놓을걸 그랬어요. 그가 덤비면 형님이 짠, 나타나셔서…….”

“항상 경계해라. 조심하고.”

“예, 그러고 있어요.”

시무룩하게 푹, 고개를 숙이고 탈탈탈, 가죽신을 끌면서 걷는다. 저만치 앞에 집이 보이자 겁보가 경고의 말을 흘린다.

“여인인 것을 들키면 끝장이니.”

“…….”

겁보는 잠시 느려진 장이의 걸음을 기다려주었다. 여인인 환장을 옆에서 지키며 감시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송 의원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다. 잠시 둘의 위치는 역전되었다. 투덜거리며 앞서 걷는 장이를 뒤에서 따르며 겁보는 그 축 처진 어깨를 본다. 사내의 옷을 입혀놨으나 여전히 한참 모자라 보인다. 옷 짓는 이에게 저 어깨 솜이나 넉넉히 넣어달라 그래야겠다. 다음번에는.

“꼭꼭 숨겨야 해.”

집의 대문을 넘는 장이를 바라보며 겁보는 날 선 말을 뱉어본다. 자신의 주인이 그에게 내린 명령. 장이가 여인인 것을 들키지 않고 일을 수행해낼 때까지 철저하게 보호해야 할 사람. 겁보는 그 낯선 이름을 불러본다.

“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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