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 도령 1 - 로맨스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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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기능	: TTS 제공
ISBN	: 979-11-295-1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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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내가 여자라고 입 밖에만 꺼내봐라. 그때는 너 죽고 나 죽고, 아주 우리 다 죽는 거야.”

장원급제했으나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은 오라비 대신 오라비 행세를 하고 궁에 들어간 환희연. 아니, 환장! 과거 급제자들을 위한 축하연에서 술을 한 잔 마시고 일어났는데 세상에…… 여긴 어디? 저 남정네는 누구?? 설마 내가 세자와 합방을?

“뭘 그리 생각하누, 부끄러우냐. 태어나긴 사내로 태어났지만 마음은 여인이라 여기는 것이?”

예. 그 한 마디만 하면 저놈은 제 손아귀 안에 들어오는 건데, 뭘 저리 꾸물꾸물, 참 속 터진다. 현은 얼마 없는 인내심이 달랑달랑하는 걸 느낀다. 아, 윽박지르고 싶다. 말해라, 이놈!

“나를 오라버니라 불러도 좋다. 물론 너랑 나, 둘만 있을 때만.”

“…….”

“못 믿겠어? 내가 세자이니라. 난 한 입으로 두 말 안 하느니. 세자의 말을 못 믿으면…….”

“나는 여인이 아니라고!”

※ ‘가하 에픽’은 다양한 시대, 색다른 소재,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출판 가하의 새로운 브랜드입니다. 로맨틱한 판타지가 가득한 가하 에픽, 지금 만나보세요!

2. 작가 소개

예요

http://blog.naver.com/merubi

▣ 출간작

변장 도령

천일야화

환장 도령

▣ 출간 예정

우드럽미

용왕님의 유혹

3. 차례

#1. 전염병이 휩쓸다

#2. 장원급제, 환장

#3. 피하고 싶은 현실

#4. 막돼먹은 윽박

#5. 실험, 그것은 실수

4. 미리 보기

“저는 사내가 아닙니다.”

“응, 알지. 알아. 그들도 그리 말을 하더구나. 그렇지만 작은 고추 너도 달릴 건 달리지 않았느냐. 그걸 부정할 수는 없지. 암, 심정적으로는 여인 쪽에 가깝다고는 하나 몸이…….”

힐끗, ‘몸이…….’ 하면서 눈을 재빠르게 힐끗, 현이 장이 쪽으로 까만 눈동자를 빠르게 굴렸다. 그러다 빤히 쳐다보고 있는 장이의 눈동자에 닿고는 화들짝, 도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네놈의 몸은 사내지 않느냐.”

“…….”

“그, 그렇지?”

“…….”

“거봐. 나도 알 건 안다니까. 놀라긴 했지만 놀라운 일이긴 했지만…… 이해는 한다고…….”

“…….”

“나는 서책 외우는 것 빼고는 다 안다. 이해능력도 빠르고 포용력도 넓고. 백성을 사랑하는 진정한 임금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소외받는 백성들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 내가 꿈꾸는 진정한 이 나라의 미래지. 암.”

“…….”

기방에서 만난 그 여인 같던 사내들을 탓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 눈앞의 저놈도. 세자 현은 저쪽에서 아무 말도 없자 초조하게 입술을 달싹거리며 기다렸다. 눈치를 보아하니 많이 감동 받은 것 같은데 실은, 이게 다 요량이 있어서다. 여기서 저놈의 비밀을 털어놓게 만들어놓고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을라고. 일단은 그거. 그런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멍청이처럼 앉아 있으니. 하, 이건 제 입으로 털어놔야 하는데,

“뭘 그리 생각하누. 부끄러우냐?”

“…….”

“태어나긴 사내로 태어났지만 마음은 여인이라 여기는 것이?”

예. 그 한마디만 하면 저놈은 제 손아귀 안에 들어오는 건데, 뭘 저리 꾸물꾸물, 참 속 터진다. 현은 얼마 없는 인내심이 달랑달랑하는 걸 느낀다. 아, 윽박지르고 싶다. 말해라, 이놈!

“나를 오라버니라 불러도 좋다. 물론 너랑 나, 둘만 있을 때만.”

“…….”

“못 믿겠어? 내가 이 나라 세자이니라. 난 한 입으로 두말 안 하느니. 세자의 말을 못 믿으면…….”

“나는 여인이 아니라고!”

아까까지는 사내가 아니라고 하더니 도로 성질이다. 꽤나 많이 봐줘서 오냐오냐했더니 어디다가 성질을 내고 그러누! 응!

“네 이놈!”

현이 꾹꾹 눌렀던 성질을 터트린다. 그런데 저놈이 먼저 발딱 몸을 일으켜 선수를 친다. 소똥자루만큼 땅에 붙은 놈이.

“나는 여인이 아냐!”

“어디서 반말을! 너 돌았니!”

현에게 대드는 장이의 눈이 금방 시뻘겋게 충혈됐다. 그게 아마 무척 억울하다 느낀 모양이다.

“아냐, 아니라고!”

“미쳤구나, 완전히 뺑 돌았다.”

그게 아마 제 딴에는 밝히기 매우 어려운 치명타였나 보다. 암, 비밀도 큰 비밀이지. 그걸 들켰다고 생각하니 저리 난리가 난 거다. 아무것도 아니면 저럴 건더기도 없지 뭐. 현은 콧방귀를 흣, 뀌었다. 약점은 약점이로다. 이제 너는 내 손바닥 안이다, 이놈. 장원급제 이놈.

찌릿, 앉으라고 현이 손을 까딱거린다. 그래도 장이는 꿋꿋이 버티고 섰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떠오른다. 들키는 줄 알았지만 세자가 다시 오해를 했다. 차라리 사실을 고할 좋은 기회라고, 이왕 들킨 것 다 털어놓고 궁을 나가겠다고 생각했는데. 세자가 저를 여인 같은 사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으니.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 환장의 가슴속에 하나의 얼굴밖에 안 떠오른다.

“어머니…….”

아직 초가집 그 방에 홀로 누워 계실 어머니. 죽어버린 오라버니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어머니만은 꼭, 살리고 싶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하니까 더는.

“어머니가 뭐.”

세자가 환장을 바라보며 꿍얼거린다.

“무엇이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데?”

갈등하고 서 있을 시간이 없다. 더는. 장이는 마음을 굳세게 다잡았다.

“어머니한테 내가 얼마나 귀한 아들인데…… 감히 그딴 소리를 지껄여?”

“허!”

완전 미쳤다.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아무리 듣기 싫은 소리라도 그렇지, 지금 누구 앞에서 감히 누구더러 ‘지껄여’ 같은 망발을……. 현은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번개처럼 환장의 앞으로 튀어가 그놈의 팔을 으스러질 듯 쥐고 흔들었다.

“이 환장!”

“세자 너!”

“뭐?”

너무 기가 막혀서 어이가 없다. 감히 세자한테 세자라니. 아니, 그건 맞는데, 세자 저하! 그래야지! 쏘아보는 눈빛 속에 공기마저 타버릴 심정이다. 진공상태 같은 그곳에서 오직 서로의 눈동자만 찌릿찌릿. 그리 삭막해진 주위의 공기로 싸해진 방 안에 동지섣달 살얼음마저 끼는 듯하다.

“다시 한 번 그런 소릴 했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다.”

“허, 허헛!”

“내가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알아?”

“그래, 알지. 잘 알지. 장원급제씩이나 한 천재, 수재가 아니신가. 그래, 임금님도 문무백관들도 다 경외의 시선으로 봐주니까 어디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지?”

“그래, 없다! 그러니까 너도 입 다물어!”

“헛, 허헛!”

진짜 처돌았다. 너무 당당하니까 오히려 할 말이 없는 거 있지. 세자 현은 당돌해 자빠진 이 소똥자루한테 손을 쳐들었다. 뺨이라도 한 대 쳐버리려고 모양을 잡는데 이쪽의 손이 올라간 모양을 눈으로 후룩, 훑은 저쪽에서 먼저 짝!

“옥!”

으윽, 돌아간 뺨을 붙들고 현이 뻥하게 머리를 숙였다. 이게 뭐지? 아니, 진짜 이게 뭐냐고? 이게 무슨 우사인가? 여기가 지옥인가? 저는 세자인데, 태어나서 한 번도 이런 취급은 당해보지 않았다 그 말이지. 이, 이젠 당했네. 아,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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