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나는 죽지 않는다. 영원히 죽지 않아. 나를 사랑하면 저주가 생겨, 죽음의 저주가. 그러니 나를 사랑하지 말거라.”

결혼식 첫날밤을 치르기도 전에 시체로 신부를 맞이한 왕자 오마르.

불사귀와 인간의 중간자인 불사귀 사냥꾼 케르세우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운명의 상대로 정해진 그 두 명의 남자 사이에 놓인 쥬르나르.

선택은 그녀의 몫, 그녀의 선택에 따라 소용돌이 속에 놓인 그들 모두의 운명이 바뀐다!

“당신에게서 특이한 느낌이 들어요.”

“특이한 느낌?”

“그래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전생에 만난 적이 있었나 봐요.”

“전생이라.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당신에게 끌렸다면 믿을 텐가?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자고 하면 같이 갈 수 있나? 불사귀들에게 쫓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지켜준다면 믿을 수 있겠어? 쥬르나르, 나는 당신에게 첫눈에…….”

※ 본 도서는 ‘불멸의 연인’ 2부작 중 1부입니다.

※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이름과 시대적 내용 그리고 무기와 언어가 어울리지 않아도 양해바랍니다.

2. 작가 소개

이기옥

서울에서 태어난 서울토박이.

예쁜 두 딸의 엄마이자 멋진 남편의 아내.

로맨스를 사랑하는 사람.

▣ 출간작

이방인

하루

키스는 영화처럼

친구의 신부

초콜릿빛 사랑

유혹

불멸의 연인 1부 外

3. 차례

#프롤로그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제14장

#제15장

#제16장

#제17장

#제18장

#제19장

#제20장

#제21장

#제22장

#제23장

#제24장

#제25장

#제26장

#에필로그

#작가의 말

4. 미리 보기

「그렇군요. 잊어버렸네요. 당신이 그렇고 그런 평범한 여인이 아니라 고귀한 신분의 아가씨라는 사실을. 상대가 누군지 몰라도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쥬르나르는 어제 케르세우스가 한 말에 상처를 받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평범한 여인이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도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곤 했다. 원하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의 결혼은 그녀에게 절망만 안겨주었다.

오마르 왕자가 싫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 소름이 돋아났다. 뭔가가 그의 몸에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그녀에게 거부 반응을 일으키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 생각을 하자 쥬르나르의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녀는 다시 한기를 느끼자 얼른 욕조 안에 몸을 푹 다시 담갔다.

“아가씨? 몸이 안 좋으세요? 어제 또 꿈을 꾸셨나요?”

유모의 음성이었다. 쥬르나르는 욕조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유모가 걱정스런 얼굴로 욕조 옆에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커다란 수건이 들려 있었다.

“아니, 꿈은 안 꾸었어. 그냥 이 문신 때문에…….”

쥬르나르는 유모가 없을 때에는 혼자 목욕을 했다. 손목에 있는 문신을 다른 이가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기다란 끈과 팔찌로 충분히 가릴 수 있었으나 목욕을 할 때는 다 보여지기에 하슈나 다른 하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싫어서 그들을 모두 내보내곤 했다.

“아, 그러시군요. 앞으로 시중은 제가 들겠습니다. 하슈는 너무 입이 가벼워요. 지금도 혼자 목욕하신다고 투덜대더군요. 제가 따끔하게 야단을 쳤습니다.”

“유모. 혹시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 있어?”

“네에? 아가씨…… 설마 오마르 왕자님하고의 결혼 때문에 그러십니까?”

눈치가 빠른 유모이기에 쥬르나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모는 정색을 하고 수건을 펼쳐 들었다. 쥬르나르는 욕조에서 일어나 수건을 몸에 감았다.

“잘 모르겠어.”

“휴, 아가씨처럼 귀족가문에서 자란 여인들은 모두 정략결혼을 하게 되지요. 그나마 아가씨는 신랑 분의 얼굴을 미리 보았으니 행운인 편이고요. 오래전에는 아예 얼굴도 잘 모른 채 결혼을 했지요.”

“정말 그랬어?”

“네. 아가씨 부모님들이야 그렇지 않지만. 그나저나 결혼을 서두를지도 모른다는 말이 돌던데 알고 계셔요?”

“뭐, 뭐라고? 몇 달 뒤가 아니었어?”

“아닙니다. 어쩌면 한 달 후쯤에 할 것 같기도 해요. 그 일 때문에 마님이 무척 바쁘세요. 혼수 준비해야 한다시면서 상인들을 들들 볶으시더라고요.”

“왜 그렇게 빨리 …….”

쥬르나르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유모의 도움으로 옷을 다 입고 나서 팔찌까지 차고 나자 그제야 안도의 숨이 흘러나왔지만 불길한 예감은 여전히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주인님의 결정이신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간에 기왕하실 결혼이면 늦추실 필요가 없지요. 벌써 오래전에 결혼해서 아이가 두 명 이상은 되셔야 정상인데 말입니다.”

쥬르나르의 얼굴이 붉어지자 유모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혼자 있고 싶어.”

“네. 그러세요. 서재로 가실 건가요?”

“아니. 오늘은 그냥 방에 있어야겠어.”

쥬르나르는 바느질을 할 생각이었지만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자 그만두었다. 어느새 해는 정오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곧 이어 점심을 먹기 위해 어머니를 찾아갔지만 시장에 가셨다는 말에 혼자 먹었다.

남동생은 놀이친구와 놀고 있었고 쥬르나르는 하루 종일 방 안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저녁 무렵 다시 목욕을 한 후 그녀는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녀가 막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였다. 창문 쪽에서 커튼이 흩날리더니 곧 이어 커다란 그림자가 보였다.

“누, 누구…….”

“겁이 없으시군요. 불사귀였으면 어쩌려고 혼자 계시는 겁니까?”

쥬르나르는 그림자의 정체가 케르세우스라는 것을 깨닫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불사귀들이 들어오려고 마음을 먹으면 문이 있든 창문이 있든 아무 상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맞는 말입니다. 그들에게 방해꾼은 오직 태양뿐이니까요.”

“낮에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불사귀가 되는 조건으로 태양을 등지도록 했을 수도 있지요. 저도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다행인 건 그들이 낮에는 돌아다니지 못하니 그나마 잡기가 수월하다는 겁니다.”

“언제부터 이 일을 했나요?”

쥬르나르의 질문에 케르세우스의 몸이 잠깐 동안 멈추었다. 그는 이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아주 오래전부터입니다.”

“당신에게서 특이한 느낌이 들어요.”

“특이한 느낌?”

“그래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전생에 만난 적이 있었나 봐요.”

“전생이라.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케르세우스는 쥬르나르가 태어나기 전에 봤다는 말을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아주 오래전 쥬르나르가 어머니인 지아의 배 속에 있을 때 지나가던 마기가 그에게 신붓감은 저 여자의 배 속에 있다는 말을 하고 가버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는 마기가 간 다음에 큰 소리로 웃고 말았지만 지아가 리디아로 가는 것을 눈 여겨 본 건 사실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죠?”

“당신 생각.”

케르세우스의 솔직함에 쥬르나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당신에게 끌렸다면 믿을 텐가?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자고 하면 같이 갈 수 있나? 불사귀들에게 쫓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지켜준다면 믿을 수 있겠어? 쥬르나르. 나는 당신에게 첫눈에…….”

쥬르나르는 그의 다음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가 자신을 품에 끌어안았기 때문이었다. 숨이 막힐 듯한 포옹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에게 안겼다. 그녀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그의 심장 뛰는 소리만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겁이 나고 무서워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안전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입술이 자신의 이마에 닿았다. 그리고 곧 그와 입을 맞추었다. 쥬르나르는 그날 여성으로서 깨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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