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녀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사랑이란 이름을 담보로 그녀를 붙잡기엔 그녀의 재능이 너무 아까웠기에 잘했다고,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당당히 서 있는 그녀를 본 지금 태형은 그녀를 보내 준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녀를 다시 붙잡을 수 있을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시간만 흘러갔을 뿐, 그도 그녀도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냉정한 그녀의 모습에 자꾸 겁이 난다.

다시 찾아온 기회, 결코 놓치고 싶지 않지만, 과연 그녀를 잡을 수 있을까?

8년 만에 재회한 지안과 태형.

짧았지만 강렬했던 그해 여름처럼 두 사람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이 오래된 커플을 만나 보실까요?

[본문 중에서]

문이 닫히자 룸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천지를 흔들어대는 음악 소리와 화려하게 번쩍이는 불빛들과 격리된 또 다른 공간. 보기에도 주눅이 들 정도로 그 화려함을 자랑하는 W호텔 나이트클럽 VVIP룸, 그 중심에 그녀 손지안이 서 있다.

어두운 룸 안을 둘러보며 자신에게로 향하는 눈동자를 하나하나 똑바로 쏘아보는 그녀의 두 눈이 도전적으로 반짝였다.

‘하나, 둘, 셋……, 다섯.’

“이게 다야?”

열리지 않을 것 같던 그녀의 붉은 입술이 열리며 허스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너무 적은가? 더 불러 줘? 그래도 액수는 같아. 알지?”

액수 따윈 상관없다는 듯 싱긋 웃으며 그녀가 한쪽 입술 끝을 올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이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진 태형은 퉁명스럽게 그녀를 재촉했다.

“시간 없어. 바로 시작하지.”

“오케이!”

주저 없이 돌아서서 방 안에 설치되어 있는 음향 시스템으로 다가간 그녀가 우아한 동작으로 버튼을 누르자 곧 온 방 안이 감미로운 선율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여전히 등을 돌리고 서 있는 그녀는 음악에 맞춰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가볍게 몸이라도 풀 모양인 듯한데, 단순한 스트레칭으로 이루어진 동작만으로도 태형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꽤 오랜 기간 발레를 했을 거란 것을. 틀어 올린 머리를 천천히 돌려주는 그녀의 간단한 동작에 길고 가느다란 목선이 도드라지자 앉자 있는 관객들은 벌써부터 흥분으로 입 안이 마르는지 여기저기서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겨우 뒷모습뿐인데,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데 벌써부터 이런 반응이라면, 곤란하다. 

‘이 녀석들을 부르는 게 아니었는데.’

넋을 빼고 앉아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자 태형은 갑자기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금방이라도 레이저를 뿜어낼 것만 같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친구들을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옆에 앉은 재윤에게로 향했다. 역시 생각대로 재윤의 표정은 다른 녀석들과 달리 처음처럼 무표정하기만 하다. 

이 녀석은 지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녀석 말대로 내가 실수하고 있는 것일까?

이 방을 들어서기 한 시간 전까지도 자신을 말리던 재윤의 모습이 떠오르자 태형의 마음은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음악이 서서히 느려지자 그녀의 동작도 음악을 따라 천천히 느려지기 시작하다 음악이 멈추자 그녀의 움직임도 그대로 멈췄다. 

이게 끝인 건가 하는 의문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몰려드는 안도감에 긴장으로 굳어진 자신의 어깨를 가볍게 추스르는데, 갑자기 멈췄던 음악이 강한 비트를 동반한 빠른 템포로 변하며 그녀가 그들에게로 돌아섰다. 그 순간 룸 안의 모든 남자들의 눈과 입이 크게 벌어지고야 말았다. 그제야 태형은 깨달았다. 재윤의 말대로 자신의 실수가 확실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젠 자신의 마음을 인정해야 할 때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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