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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곰 씨네 하우스
레몬아이싱 지음로망띠끄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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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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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춘천 어느 마을에 공 씨 4남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백합을 닮은 청순한 외모에 기운 센 천하장사 공은진. 첫째의 부담과 책임감보다 1등으로 태어났다는 자부심이 더 큰, 아빠 같은 큰누나. 펜션의 실질적인 소유주다.
저 싫은 건 죽어도 못하는 고집쟁이 둘째 공은수. 지적도 잘하고 잔소리도 잘하고 남 무안 주기도 잘 하지만, 그만큼 남 걱정하기도 잘하는 엄마 같은 왕누나. 3일에 한 번씩 춘천과 서울을 오가는 방송작가.
엉뚱하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세계 최강 엉뚱녀 셋째 공은성. 슬픔은 웃음으로 행복은 더 큰 행복으로 바꿀 줄 아는 내면이 더 예쁜 반누나. 이벤트 의상 제작이 직업이지만 늘 만드는 건 뒷전이고 엽기 패션쇼가 주목적이다.
한 번 보면 깨물어 주고 싶고, 얘기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귀여운 막내 공은찬. 4남매의 청일점으로 날카로운 추리력과 눈치 99단의 소유자. 직업은 다정분교 1학년.
[곰 씨네 하우스]의 마스코트 차우차우 견 반달이. 은성의 엉뚱한 작명 솜씨로 졸지에 반달곰이라는 누명을 쓰고 살아가는 짖지 못하는 개. 반달곰으로 사는 내내 막내 은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펜션 지킴이.
-본문 중에서
끊어진 전화를 노려보던 재림의 눈에 고속도로 방향 표지판이 들어왔다. ‘춘천’이라는 단어에 아무 생각 없이 핸들을 꺾고 속도를 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재림의 차는 한적한 1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언뜻 지나친 길가에는 차 한 대가 깜빡이를 켜고 서있었고 어딘지 낯익은 남자 한 명이 욕설을 뱉고 있었다. 못 본 듯 지나쳤다.
낯선 길에 차를 세우고 잠시 눈을 붙였다. 이틀이나 잠이 들지 못했었나보다. 엉겁결에 올라간 총지배인의 자리는 고객에게 머리를 숙이는 일 보다 누군가의 정수리를 보며 인사를 받는 일이 더 많은 자리였다. 자연히 아랫사람들의 수군거림을 감수해야 했고, 사람들의 가식적인 미소에 역시나 같은 마음으로 미소를 지어야 했다. 언제나 긴장이 되었다. 진심이 작용하는 시간은 하루 중 단 한 시간도 없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날이 어두워져 있었고, 잘 곳을 찾기 위해 다시 시동을 걸었다. 민박이나 펜션이라는 단어에 집중하며 달리다 그만 외길로 빠져버렸다. 그런데 그때, 천천히 들어가려던 재림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저게 뭐야……기……린?”
기린이 자전거를 타고 웬 아이를 태운 채 재림의 차 앞을 달리고 있었다.
하마터면 핸들을 잡은 손을 놓을 뻔했다. 일방통행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자갈 밭 길에서 자전거가 피해 주질 않으니 딱히 갈 만 한 곳도 없었다. 재림의 눈에 들어온 신기한 자전거 주인은 잠시 후 한 집으로 사라져버렸다. 깃발이 펄럭이는 해적선, 아니 펜션이었는데 재림의 차 범퍼가 이미 마당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이가 먼저 자전거에서 내려서고 기린은, 아니 기린 탈을 쓴 사람은 내리자마자 자전거를 채워두고 재림에게 다가왔다.
“누나, 그거 벗어야지.”
“훗, 알아.”
은성은 재림의 바로 앞에서 기다란 기린 목을 벗고는 답답했던지 심호흡을 내쉬었고 그 덕에 재림의 얼굴에 그녀의 숨이 흩뿌려졌다. 그는 탈을 벗어던진 은성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뒤이어 은성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차는 이쪽으로 주차하시면 되거든요.”
한동안 말이 없는 재림의 옷자락을 누군가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그것이 좀 전의 남자 아이임을 알아차렸다.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좀 전까지 악몽을 꾸며 달려왔던 자신이, 이제는 판타지도 아니고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난쟁이가 되어버렸다.
“아저씨, 다른 데서 잘 거 아니죠? 우리 누나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많게 봐도 이제 초등학교에 올라갔을 것 같은 아이는 오히려 제 누나의 보호자라도 된 듯 또박또박 변호를 하고 있었고, 막 탈을 벗은 여자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빈 방 있습니까?”
백합을 닮은 청순한 외모에 기운 센 천하장사 공은진. 첫째의 부담과 책임감보다 1등으로 태어났다는 자부심이 더 큰, 아빠 같은 큰누나. 펜션의 실질적인 소유주다.
저 싫은 건 죽어도 못하는 고집쟁이 둘째 공은수. 지적도 잘하고 잔소리도 잘하고 남 무안 주기도 잘 하지만, 그만큼 남 걱정하기도 잘하는 엄마 같은 왕누나. 3일에 한 번씩 춘천과 서울을 오가는 방송작가.
엉뚱하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세계 최강 엉뚱녀 셋째 공은성. 슬픔은 웃음으로 행복은 더 큰 행복으로 바꿀 줄 아는 내면이 더 예쁜 반누나. 이벤트 의상 제작이 직업이지만 늘 만드는 건 뒷전이고 엽기 패션쇼가 주목적이다.
한 번 보면 깨물어 주고 싶고, 얘기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귀여운 막내 공은찬. 4남매의 청일점으로 날카로운 추리력과 눈치 99단의 소유자. 직업은 다정분교 1학년.
[곰 씨네 하우스]의 마스코트 차우차우 견 반달이. 은성의 엉뚱한 작명 솜씨로 졸지에 반달곰이라는 누명을 쓰고 살아가는 짖지 못하는 개. 반달곰으로 사는 내내 막내 은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펜션 지킴이.
-본문 중에서
끊어진 전화를 노려보던 재림의 눈에 고속도로 방향 표지판이 들어왔다. ‘춘천’이라는 단어에 아무 생각 없이 핸들을 꺾고 속도를 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재림의 차는 한적한 1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언뜻 지나친 길가에는 차 한 대가 깜빡이를 켜고 서있었고 어딘지 낯익은 남자 한 명이 욕설을 뱉고 있었다. 못 본 듯 지나쳤다.
낯선 길에 차를 세우고 잠시 눈을 붙였다. 이틀이나 잠이 들지 못했었나보다. 엉겁결에 올라간 총지배인의 자리는 고객에게 머리를 숙이는 일 보다 누군가의 정수리를 보며 인사를 받는 일이 더 많은 자리였다. 자연히 아랫사람들의 수군거림을 감수해야 했고, 사람들의 가식적인 미소에 역시나 같은 마음으로 미소를 지어야 했다. 언제나 긴장이 되었다. 진심이 작용하는 시간은 하루 중 단 한 시간도 없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날이 어두워져 있었고, 잘 곳을 찾기 위해 다시 시동을 걸었다. 민박이나 펜션이라는 단어에 집중하며 달리다 그만 외길로 빠져버렸다. 그런데 그때, 천천히 들어가려던 재림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저게 뭐야……기……린?”
기린이 자전거를 타고 웬 아이를 태운 채 재림의 차 앞을 달리고 있었다.
하마터면 핸들을 잡은 손을 놓을 뻔했다. 일방통행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자갈 밭 길에서 자전거가 피해 주질 않으니 딱히 갈 만 한 곳도 없었다. 재림의 눈에 들어온 신기한 자전거 주인은 잠시 후 한 집으로 사라져버렸다. 깃발이 펄럭이는 해적선, 아니 펜션이었는데 재림의 차 범퍼가 이미 마당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이가 먼저 자전거에서 내려서고 기린은, 아니 기린 탈을 쓴 사람은 내리자마자 자전거를 채워두고 재림에게 다가왔다.
“누나, 그거 벗어야지.”
“훗, 알아.”
은성은 재림의 바로 앞에서 기다란 기린 목을 벗고는 답답했던지 심호흡을 내쉬었고 그 덕에 재림의 얼굴에 그녀의 숨이 흩뿌려졌다. 그는 탈을 벗어던진 은성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뒤이어 은성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차는 이쪽으로 주차하시면 되거든요.”
한동안 말이 없는 재림의 옷자락을 누군가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그것이 좀 전의 남자 아이임을 알아차렸다.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좀 전까지 악몽을 꾸며 달려왔던 자신이, 이제는 판타지도 아니고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난쟁이가 되어버렸다.
“아저씨, 다른 데서 잘 거 아니죠? 우리 누나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많게 봐도 이제 초등학교에 올라갔을 것 같은 아이는 오히려 제 누나의 보호자라도 된 듯 또박또박 변호를 하고 있었고, 막 탈을 벗은 여자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빈 방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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