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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요괴기담록 3
김탠 지음가하에픽201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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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립 금 | : 0원 |
| 파일용량 | : 926 KByte |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 독자평점 | :  [참여수 0명] |
| 듣기기능 | :  TTS 제공 |
| ISBN | : 979-11-295-008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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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이 모든 건 비밀에 묻혀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야기가 재밌어지기 위해서는 말이다.
검의 후손으로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춘 가문의 딸 선우령(鮮于逞). 그녀는 커서 그 가문의 훌륭한 가주(家主)가 되어야 하는 운명으로, 어릴 때부터 남자처럼 자란다. 그러한 억눌린 삶 속에서 회의를 느끼던 어느 날,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사를 보게 되고 그곳에서 백귀야행의 무리를 이끌고 있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구미호 요괴 두호를 만난다.
인간과 요괴 두령의 기괴한 운명 앞에서 그 둘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나의 곁에 오든, 너의 곁에 가든……. 그 어떤 누군가의 여인이 되었든 나는 령이 행복하다면.”
“…….”
두호는 고개를 숙였다.
“령이 행복하다면 난 원이 없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단지 흑조의 귓가에만 맴돌 뿐, 제발 들리길 원하는 그 누군가에게 들리지는 않았다.
결국, 흑조의 두 눈에서 맺혔던 무언가가 비가 새지 않는 마루를 때려버렸고, 두호는 그냥 그런 흑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두호의 오른손은 살짝 쥐어져 있었다.
두호는 두 눈을 조금은 세게 감고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행복하다면……, 행복해진다면.’
두호는 피식 미소 지었다.
‘뭐든 할 텐데.’
※ ‘가하 에픽’은 다양한 시대, 색다른 소재,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출판 가하의 새로운 브랜드입니다. 로맨틱한 판타지가 가득한 가하 에픽, 지금 만나보세요!
2. 작가 소개
김탠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 출간작
요괴기담록
▣ 출간 예정작
뱀파이어의 신부
3. 차례
#15. 버려진 삵
#16. 달맞이꽃
#17. 반검귀(半劍鬼)
#18. 악란(惡欒)
#19. 연
#20. 미련
#21. 애(愛)
#22. 하빈의 정체
#23. 의미 없는 싸움
#24. 앵초
#25. 눈물의 언약식
#26. 하나의 정리
#27. 인면수와 오쿠리이누
#28. 벚꽃
#29. 매듭
4. 미리 보기
“인면수.”
“예, 두호 님.”
인면수는 예의 바른 목소리로 두호에게 대답했다.
억지로 자신을 옮겨 온 그이긴 했지만, 그는 아주 강했고 주인으로 삼기 걸맞았다. 그럼에 인면수는 나이가 더 많고, 지혜로운데도 불구하고 그의 수발을 들고 있었다.
“……령은 어때?”
인면수는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두호는 창피하다는 듯한 얼굴로, 손을 얼굴에 갖다 대고는 그의 대답을 재촉했다.
“령 님은……, 점점 약해지고 계십니다.”
“……역시……, 그런가?”
두호는 씁쓸한 듯 웃었다. 인면수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두 눈을 꼭 감을 뿐이었고, 두호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한 눈물을 담은 눈을 꾹 감았다.
“반요에서 요괴로 변하거나, 아님 그 과정에서 죽거나 둘 중 하나라더니……. 정말……, 죽는 건가. 령은?”
“……글쎄요.”
인면수는 웃었다. 두호는 그런 인면수의 웃음이 기분 나빴지만, 딱히 대들 이유는 없었다.
인면수는 저번 날, 자신이 기억해냈던 미래를 회상하며 웃었다.
그 웃음이 두호에게까지 닿을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두호 님, 손님이 와 계시는군요.”
“손님?”
두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외의 인면수의 ‘손님’이라는 말에, 그는 혹시 다른 지역에서 요괴가 왔나 싶어 호기심이 가득한 눈동자로 인면수의 옆에 서서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 그 순간…….
◇ ◆ ◇
나는 맨발로 현관을 뛰쳐나갔다. 그런 내 손목을 잡았던 건 가정부였다.
가정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잇지도 못한 채 날 바라보고 있었고, 난 그 손을 확 튕겨내며 현관을 넘어섰다.
그리고 기이하고도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달려, 야산의 입구까지 단 몇 분 만에 도착했다. 우리 본가와 야산이 가깝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니, 이럴 생각 할 시간이 없어.’
난 더 빠르게 달렸다. 최대한,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아주 빨리.
달맞이꽃을 내 품 안에 안고 덜덜 떨리며 힘이 풀리기 시작하는 다리에 조금 더 강하게 힘을 주고는 내달렸다.
고른 산길을 올라가, 험준한 샛길로 빠지지 얼마 되지 않아 오른쪽의 익숙한 돌이 보였다.
‘석이다!’
곧 신사가 나온다는 표식이자, 두호와 내가 첫 만남을 이루었던 그 근처였다.
난 달맞이꽃을 품에 꼭 안아 들고 눈물을 머금으며 달렸다.
너무 미안해서, 두호에게 정말 미안해서.
‘내가 오해할 만한 행동을 했던 거야! 이건 정말 내가 잘못했던 거야!’
탁탁탁탁탁탁!
균일하고 규칙적인 빠른 발걸음 소리는 내 발걸음 소리였고, 그 소리는 내 귓가를 다그치듯 때려 왔다.
난 내 머리를 퍽퍽 치며, 빠르게 신사의 입구에 도착했다. 침착하게 서서 요기를 느낄 순간 따위 없었다. 차라리 뛰어올라가겠어.
치이익!
마치 드리프트를 걸듯, 한쪽 발을 쭉 뻗어 멈춰 선 후, 먼지 묻은 예복을 털고 눈물을 머금으며 신사의 입구에 발을 들였다.
쩡!
평소의 웅웅거리는 묘한 감촉이 아닌, 마치 전기에 통한 듯한 찌릿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난, 그 느낌에 신경 쓸 틈 없이 신사의 바로 앞에 서서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아무래도 흑조가 없는 것을 보아, 두호가 신사에 있을 것만 같았다.
처음은 마루에 올라가 두호의 방문을 열었다.
드르륵!
하지만 보이는 것은 휑한 방 안과, 아직까지도 내 체취가 남아 있는 이부자리였다.
난 후다닥 문을 다시 닫지도 못한 채 빠르게 뛰쳐나온 후,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신사의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 그 순간, 현재 꽃샘추위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햇볕과 햇살이 내 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두호야!”
난 그에게 안기기 위해 다시 한 번, 그 발을 내디뎠다.
◇ ◆ ◇
와락!
두호는 자신에게 안겨 오는 이 마르고, 어여쁜 여자를 살며시 내려다보았다.
인면수는 그저 눈을 감은 채 이 따뜻한 바람을 맞고 있었고, 두호는 조금 먹먹한 손을 부들거리며,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녀의 손에는 달맞이꽃이 들려 있었고, 두호는 자신을 끌어안는 이 여린 형체를 살며시 놓아주며 말했다.
“몸은……? 괜찮아, 이제?”
두호는 령의 마른 팔을 쥐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순간, 자신의 손아귀 안에 너무나도 작게 들어오는 그녀의 팔을 보고 흠칫 놀란 후,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령은 샐쭉 웃으며 말했다.
“응, 나 이제 괜찮…….”
“너……. 왜 이렇게 말랐어? 얼굴은 또 왜 이래. 너 아직 아파……?”
“어?”
령은 그제야 자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번 쭉 훑어보기 시작했다. 앙상하고 마른 다리, 그리고 팔꿈치의 뼈가 툭 튀어나온 여린 팔.
그리고 훌쭉 말라버려 들어간 배와, 드러난 갈비뼈, 볼륨 없어진 가슴과 윤기가 전혀 돌지 않는 시체 같은 피부.
“이러지 마……. 이러지 마 제발……. 제발 령……. 제발 이러지 마…….”
두호는 눈물을 흘렸다. 멍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그는 이상 미묘한 감정을 일으키게 만들었고, 그의 두 눈물은 령의 두 볼에 조금씩 ‘툭!’거리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두호……? 왜 울어……?”
두호는 곧바로 ‘엉엉’소리 내 울 것만 같은 입을 억지로 틀어막고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듯 령을 감싸 안으며, 눈을 감은 인면수에게 외쳤다.
“제발……, 제발 살려줘. 제발 령을 살려달라고……. 제발……!”
◇ ◆ ◇
난 도저히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돌아온 흑조는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그것은 두호와 비파, 인어, 대귀, 나무 정령 요괴들, 꼬리가 둘 달린 고양이 요괴 이묘귀까지…….
갖가지 요괴들이 내 주변을 둘러싼 채 앉아 있었다. 인면수의 앞에서.
“……왜 그러는 거야, 두호……? 나……, 혹시 어디 아픈 거야? 그렇지만 나 여기 올 때도 전혀 힘들…….”
“괜찮을 거야……. 넌……. 넌 절대 안 죽어. 내가 살릴 거니까.”
두호는 벚꽃처럼 져버린 내 윤기 없는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이미 혈관이 다 보이는 내 손은……, 정말…….
‘죽는 거야?’
금방이라도 시체가 되어 쓰러질 것 같았다.
그리고 불안에 떠는 나와 두호의 영향으로, 점점 요괴들은 모여들고 모여들었다.
“어, 령 님 아니신가?”
“두호 님은……, 두호 님이 왜 저러시지?”
“령 님이 왜 저렇게 마르신 거야……? 그새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나?”
“그 왜, 반요가 되셨다잖아…….”
“아 맞아 그랬지…….”
온갖 쑥덕이는 소리와, 이런저런 나에 관한 소리들이 내 귓가에 들려왔다.
분명히 작은 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그들이 나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심히 말하고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왜 인면수 근처에 모여 있나 싶었더니, 두호에게 귓속말로 들었다.
인면수는 미래를 볼 수 있다고.
근시일 내에 가까운 미래이며,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럼, 요괴인 그가 내 미래도 읽을 수 있는 걸까?
인면수는 그저 나와 눈을 빤히 마주할 뿐이었다. 인면수는 아무 말 없이 몇 분 동안이나 내 눈을 바라봤고, 나도 어째선지 그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그동안 두호는 계속 내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고, 요괴들은 모두 조용해지고 있었다.
“……령 님.”
“……응.”
인면수는 날 불렀다. 난 허리에 둘러진 두호의 팔을 풀고, 인면수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그의 눈을 마주 바라봤다.
“제 열매 중 하나를 드시겠습니까?”
“……뭐?!”
인면수의 너무나도 태연한 말에, 나는 그만 큰 소리로 깜짝 놀라고 말았고, 나는 그 열매가 ‘얼굴’이 달린 그 열매인 줄 알고 놀랐지만, 다른 이들은…….
“열매라니! 그건 여러 가지 혼령이 압축된 거라고!”
“인간이나 반요가 섣불리 먹었다간 큰일 나!”
“그걸 몰라서 그러는 거야, 인면수?!”
두호도 마찬가지였다. 두호도 벌떡 일어선 채 분노가 아른거리는 표정으로 인면수를 노려보고 있었고,
이 상황에서 단 한 명, 인면수만이 여유로운 표정을 흘리며 웃을 뿐이었다.
“가지를 내려 제 열매를 드리겠습니다.”
“……!”
“인면수, 너 진짜……!”
인면수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태도로 내게 열매를 내밀었고, 내가 알던 그 열매는 그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연한 무지개 빛깔로 빛나는, 아주 아름다운 모습.
누가 봐도 한번 베어물어보고 싶은 모양의 탐스러운 외형이었다.
모두들 나를 말렸고, 두호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 과일을 뺏어들려 했지만, 난 이상하게도 그 과일을 놓을 수 없었다.
인면수는 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그저 여유로운 웃음을 흘릴 뿐이었고, 난 그의 기대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그 열매를 한입 베어 물었다.
사각!
열매가 베어 물리는 소리가 들리자, 일순 요괴들은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난, 너무나도 달콤하고 맛있는 향기에 살짝 미소 지으며 그 과일을 한입, 한입씩 베어 물고는 결국 두 손을 탁탁 털며 비워버렸다. 그리고 난 점점 피곤해져오는 것을 느꼈다.
아침에 뭘 먹긴 먹었는데……, 이런 맛있고 처음 보는 오묘한 과일 먹어서,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 걸까?
두호와 다른 요괴들은 여전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난…….
털썩
그들을 돌아본 채로, 인면수 쪽으로 몸을 치우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여기까지가 내 기억의 끝이었다. 인간으로서의 나.
선우령의 기억이 말이다.
통신판매 신고번호 : 제 2011-부산서구-6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