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를 아우르는 뒷조직, 블랙스톤과 아버지를 향한 복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열혈형사, 신강은.

새로운 파트너로 들어온 박무철를 향해 의심어린 눈빛을 띄었지만
어느 샌가 호의로, 애정으로까지 발전을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믿어달라던 그가
블랙스톤의 스파이일 줄이야!

혼란스러운 그녀에게 새어머니가 소개해준 맞선남 엘리트 검사 윤재만의
대쉬가 계속되는데…….


-본문 중에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쥐고서 강은이 손을 더듬거려 물을 찾았다. 뜨거운 햇살에 눈 뜨는 것조차 괴로웠다. 창문도 없어 눈이 부실정도로 밝은 집이 아닌데, 왜 그런가 싶어 꾸역꾸역 눈을 떠, 머리를 벅벅 긁어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푹신푹신한 침대, 그리고 심플한 실내장식. 아무리 봐도 강은의 골골한 방안이 아니었다. 배가 간지러워 긁었더니, 어머나, 옷이 어디로 간 거지? 슬금슬금 침대주변을 살폈지만, 옷은 보이지 않았다. 순간 강은이 이불 아래를 보았다. 처음 보는 커다란 파자마를 입고 잠든 강은이 놀라며 이불을 머리맡까지 끌어올렸다.
“잘 잤어?”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내려놓으며 무철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새빨개진 얼굴로 강은이 이렇다 할 말 한마디 못하고, 울상이 되어있었다. 기억이 뚝뚝 끊겨서 별다른 기억이 나지 않고 왜 여기에 그것도 무철과 함께 있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박, 박 형사. 뭐야? 나 강간당한 거야?”
“강간은 내가 당했지.”
“뭐야. 무슨 상황이야! 내 옷은?”
“뭐? 잘 안 들리는데…… 꼬리가 잘린 느낌이네.”
“옷 어디 있냐고…… 요.”
“세탁소에 맡겨놨어. 우선에 이거 입고 있어.”
무철이 그에게 자신의 흰 셔츠를 내밀었다. 강은의 너저분한 옷은 어제 그녀가 얼마나 술을 꾸역꾸역 마셔댔는지 그에게 업혀 가던 길에 전부 토해서, 세탁소에 맡겨 놓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에 쥐구멍을 찾고 싶어진 강은이 이불 밖으로 얼굴도 제대로 내밀지 못하고 애꿎은 이불 만 잡아당기며 끙끙대었다. 하는 수없이 무철의 옷을 받아든 강은은 침대에서 어기적거리며 그 옷을 입고, 부엌으로 나왔다. 이미 무철이 아침식사를 차려놓은 후였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집은 정말 텅텅 빈 느낌이었다. 혼자 사는 오피스텔이라고는 하지만, 언제라도 방금 떠나버릴 집처럼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우리 어제 만났어요?”
“그럼 니가 어떻게 여기 있겠어? 토스트 구워놨는데 뜨거울 때 먹어.”
강은에게 식빵 한쪽을 내밀며 무철이 남은 커피를 마셨다. 머리를 빌빌 꼬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그놈의 술이 원수다. 뭐 기억이 나야 생각을 하든 말든 하겠지. 오만가지 인상으로 구겨져 당장이라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상황 좀 설명해줄래요?”
“지나가는데, 포장마차에서 웬 이상한 여자가 쓰러져 있기에, 동정하는 셈치고, 집에 데리고 온 거지. 아니지, 존경스러운 선배님이 취해있으시기에 모시고 온 거지.”
한손을 턱에 괴고서 무철이 씽긋 웃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되받아쳤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서부터 줄곧 무철이 이상했다.
“저기요, 박 형사님.”
“네. 신 형사님.”
강은이 그에게 얼굴을 바싹 들이 내밀자 무철 역시 만만치 않게 얼굴을 내밀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어제 실수 했어요?”
“뭐 적당히……. 까지는 아니지만 주사가 꽤 난폭하던데.”
“그런데 왜 반말하세요?”
“기억 안 나?”
“예.”
“그럼 기억 해봐.”
나쁜 인간이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고 있는 강은 앞에서 신경도 쓰지 않고, 무철은 빵을 먹으며, 조간신문을 보고 있었다. 어느 누가 보아도 단란한 신혼부부의 일상으로만 보였다. 괜한 생각에 강은은 빵 한 조각을 입에 물고서 무철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샤워를 하고 나왔는지, 아직 말리지 않은 머리칼에서 물이 묻어있었다. 입고 있는 셔츠가 경찰청에 나올 때와는 정말 딴판이었다. 정말 생각했던 게 맞아떨어졌다. 나름대로 겉치장 해놓으면 봐줄 만한 얼굴이니 말이다. 혼자 중얼대던 강은은 다시 무철과 눈이 맞았다.
“반하면 곤란해. 난 어린애는 상대안하거든.”
“박 형사님, 원래 사람이 그래요?”
“왜?”
“달라요. 평소랑.”
“조금 있으면 맡겨놓았던 옷가지고 올 거야. 그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가, 문 잠그고 나와.”

‘긍정적으로 살자’가 모토.

만화를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출간작]

사랑에 길을 잃다, 겨울여행자, 란을 위하여, 파이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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