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가 아리의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촉촉한 입술이 와 닿자 아리는 가슴이 떨리었다. 류는 혀로 맑고 영롱한 구슬을 핥았다. 짭짤한 소금기가 느껴졌으나 류에게는 달콤하기만 하였다.
“무겁지 않소?”
류가 가체를 올린 아리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내려주시어요. 답가를 보낸 이후 오늘 밤만 오기를 기다렸어요.”
아리가 부끄러워하며 답했다. 그 모습이 류의 가슴을 살금살금 간질였다. 류는 당장 아리를 눕혀 탐하고 싶었다. 그녀의 온몸에 입술 도장을 찍어 제 것이라 그리 확인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류는 끓어오르는 욕정을 애써 내리눌렀다.
아낄 것이었다. 아끼고 아껴 평생토록 소중한 추억이 되도록 모든 것을 아리와 함께 나누어 기억할 것이었다.
그리하여 류는 불면 날아갈 새라 만지면 깨어질 새라 부드럽고 감미롭게 아리를 어루만졌다.
류가 가체를 내려 한쪽으로 치웠다. 가체 아래 짓눌려 있던 고운 머리카락들이 그제야 숨을 쉬었다. 류는 검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훑으며 쓸어내렸다.
“생각나오?”
“…….”
“황궁의 보랑에서 그대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우리가 참으로 인연이라 생각했다오. 그대의 이 고운 머리를 묶고 있던 댕기가 바람을 타고 내 손에 들어왔거든.”
류가 그때를 생각하는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리는 볼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때 류에게 험한 말을 했던 탓이었다.
“잊어주세요.”
아리가 유혹하듯 류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어찌 잊겠소. 절대 잊을 수 없소. 그 순간 바람과 함께 그대가 내 안으로 들어와 버렸는데 어찌 잊을 수 있겠소. 잊으려 해도 잊지 못하오.”
류가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리의 머리카락을 연방 쓸어내렸다.
두 사람은 한동안 그렇게 서로를 안고 있었다. 사랑의 온기를 함께 나누며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사랑하오. 우리를 만나게 해준 그대의 머리카락을.”
류는 삼단같이 늘어진 머리카락을 입으로 가져가 입 맞추었다.
“사랑하오. 나를 담고 있는 그대의 눈을.”
류가 아리의 눈에 가볍게 입술을 대었다.
“사랑하오. 세상을 오시하며 나를 애태운 그대의 코를.”
류의 입술이 아리의 코끝으로 부드럽게 내려왔다.
“사랑하오. 은애한다 말하는 그대의 고운 입술을.”
마침내 류가 아리의 입술을 머금었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술을 혀로 핥으며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차분하게 기다렸다.

- 본문 중에서 -

 
2017년 세이렌 공모전 입선 수상.
2016년 카카오 페이지 x 동아 장르 소설 공모전 특별상 수상.
2013년 북큐브 주관 ‘2013년 대한민국 e 작가상’ 입선 수상.

지은 책으로는 ≪입술에 스치는 혀≫, ≪삐뽀삐뽀! 사랑주의보≫, ≪초야 上, 下≫, ≪중독된 연인 1, 2≫, ≪사랑에 빠지는 7초의 법칙≫, ≪키스의 열량≫, ≪레디 액션!≫, ≪사랑에도 정의가 필요하다≫ 등이 있다.
hong-ry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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