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소를 푸르게 만들 수 있는 단 한 사람

위험에 처한 가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난초 같은 여인, 서주.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으나 홀로 남아 슬픔을 삼키는 가희를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유현은 그녀를 곁에 두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가희가 자신의 마음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고 유현은 떠나 버린 서주에 대한 생각에 한편으로 괴로워한다. 가희 역시 유현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서주를 기억하고 있는 그녀로서는 그에게 마음을 주기가 쉽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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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어? 오늘이 우리 첫날밤이라는 걸? 나는 아무런 보상도 없이 이 결혼을 지속할 만큼 관대한 사람이 못 되거든.”

유현은 이상한 자극을 받고 있었다. 새우처럼 몸을 말고 애처로운 모습으로 안고 있는 것이 고작 그의 전화라니. 그는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내 마누라께서 사생활을 간섭받지 않기를 바라시는 거군. 그거 좋지. 그러려면 신부로서의 의

무도 충실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이렇게나 악질일 줄은 몰랐네요.”

그의 긴 그림자가 가희의 몸 위로 드리워졌다. 얇은 입술을 비틀어 올린 그가 가희의 어깨를 꼭 쥔 채 힘주어 일으켜 세웠다.

“잘 들어. 스무 살 이상의 강간은 법정에서도 죄라고 인정하지 않아. 그 나이 이상은 여자의 동의 없이 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거든. 어떻게 할래? 받아들이겠어? 아니면 날 죽여 버리겠어?”

하체를 고정시킨 그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점점 옥죄어오는 통증에 가희는 숨이 가빠져 왔다.

“평생 당신을 받아들일 일 따위는 없을 거예요.”

* 이 전자책은 2004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파초〉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