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도 결코 지워지지 않을 영원한 사랑

마음속에서 몰아치는 광풍을 이기지 못해 전쟁터로 나가 혈귀가 된 설륜량.

청초한 매화 같은 가랑을 보자마자 그는 그녀만이 그 광풍을 잠재울 수 있다는 걸 알아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저버리고, 그녀의 마음을 다른 이가 차지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왜 내가 싫은 거냐! 너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마저도 바칠 수 있는데!’

사랑이란 햇살처럼 따사롭고 보드라운 거라 알고 있었던 가랑.

시린 달빛 같은 설륜량을 만난 후 그녀는 가슴이 아리고 시큰거리는 것도 사랑이라는 깨닫게 된다.

하지만 운명은 잔혹하게도 그녀의 마음속에 사랑이 아니라 사무치는 그리움만 가득 차게 만들었다….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사랑을.’

▶잠깐 맛보기

“왜, 나를 밀어내느냐! 가랑, 왜 매번 나를 거부하느냐!”

맹수같이 눈을 번득이며 금방이라도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처럼 그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그 목소리에 분노보다 더 많이 실린 건 지독한 아픔과 처절한 외로움이었다.

가랑의 가슴은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손을 뻗어 그의 머릿결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그의 목에 팔을 둘러 다정히 속삭여 주고 싶었다. ‘당신을 사모합니다.’ 하고. 진작 그 사랑을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여심이었다.

가쁜 호흡이 들통 나지 않도록 입술을 지그시 깨문 가랑은 헐떡거리는 설륜의 숨결을 외면하듯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나를 봐라! 이 어둠 속에서도 나는 네가 보인다. 너를 느낀다, 가랑! 정녕 네 맘속에 나는 들어 있지 않은가!”

“이렇게…… 몸을 가진다고 해서 마음까지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잘 알 텐데요. 당신이란 사내는 참으로 어리석군요. 역시, 한낱 칼잡이에 지나지 않아.”

“거짓말이지? 가랑, 너도 나를 원하고 있지 않느냐.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 주려무나.”

가랑은 당장이라도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콧등을 비비고, 목을 끌어안고 답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염원일 뿐. 그녀는 달빛처럼 서늘하게 자르듯 말을 내뱉었다.

“아니. 맹세코 당신을 원하지 않습니다.”

▶목차

제7장 추일, 우적소우 (秋日, 遇的小雨:가을날, 가랑비 속의 재회)

제8장 낙화유수 (落花流水:떨어지는 꽃, 흐르는 물)

제9장 적월하연정 (寂月下戀情:고요한 달빛처럼 흐르는 사모하는 마음)

제10장 향설지련 (香雪之戀:눈보다 깨끗한 영원한 사랑의 향기)

제2부. 매혹된 영혼

제1장 해후

제2장 매혹된 영혼

제3장 천년유애

* 이 전자책은 2008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되어 2010년도에 eBook으로 판매되었던 〈적월하연정(寂月下戀情)〉을 재출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