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 년 뒤의 그대에게 (下) - 로맨스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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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고귀한 나의 여인아. 너는 그 누구보다 사랑받으며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함을 잊지 마라. 행여, 행여라도…… 다음 생에, 다시 나를 만나게 된다면…… 그땐, 그때는…… 도망쳐라. 부디 나에게서 도망쳐라.”

수천 년 동안 반복된 운명의 고리를 끊어내고자 했던 그 남자. 하지만 기억의 봉인에도 불구하고 그를 둘러싼 전생의 인연들이 환생하고 말았다! 이제 그들은 전생에 못다 한 사랑을 다시금 이루고자 하는데…….

환생화(還生話)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7천 년 뒤의 그대에게’!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는 것 같았어. 웃기지? 네가 말했던 그 운명.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아련한…… 느낌. 나도 알 것 같아. 그 기분.

그 사람 품에선…… 참 좋은 향기가 났어. 시원하면서도 은은한 향기. 심장이 막 쿵쾅쿵쾅 뛰는 바람에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안겨 있었어. 바보같이 마음이 설렜었어.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해줄지도 모른다고 착각했었나 봐. 하긴, 난 뭘 해도 너만큼 안 되는데. 난 뭘 해도…… 가질 수 있는 게 없는데. 잊고 있었네.”

※ ‘가하 에픽’은 다양한 시대, 색다른 소재,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출판 가하의 새로운 브랜드입니다. 로맨틱한 판타지가 가득한 가하 에픽, 지금 만나보세요!

2. 작가 소개

청화(聽樺)

저질 체력인 탓에 산보다 바다를 좋아해서 항상 바다 근처에 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물 공포증이 있어 해수욕을 절대 할 수 없는 일인.

가슴 벅찬 감동과 눈물을 쏙 뽑아내는 애절함이 공존하는 작품을 써보는 것이

생의 목표인 은둔형 외톨이.

▣ 출간작

7천 년 전의 그대에게(환생화(還生話) 시리즈 1부)

얼음 왕자의 사랑(환생화(還生話) 시리즈 2부)

그대입니다(환생화(還生話) 시리즈 3부)

3. 차례

#프롤로그 2

#1. 파문

#2. 호감

#3. 반지

#4. 암운

#5. 구출

#6. 협상

#7. 선택

#8. 각성

#9. 월세

#10. 소원

#11. 급습

#12. 희비

#13. 진실

#14. 오해

#15. 절교

#16. 상처

4. 미리 보기

“그 반지……?”

“예쁘지?”

“왜 네가 끼고 있는 거야?”

“넌 이 반지를 알아보네? 어때? 어울려? 그 사람한테 달라고 했어.”

“당장 돌려줘.”

“왜 돌려줘?”

“그 사람한텐 중요한 물건이야. 돌려줘.”

“너 이상하다? 그 사람이 나한테 주고 싶다고 해서 받아 온 건데. 왜 돌려줘? 싫어. 이제 내 거야.”

후끈 달아오른 설희의 목소리가 고조될수록 아령의 마음은 점점 더 나락의 끝으로 추락했다. 바보 같은 기대가 허물어져 가슴을 할퀴어댔다. 고작 일일 파트너에 무엇을 바랐던 것인지.

“그 사람이 순순히 줬을 리가 없잖아?”

“이 반지에 대해서 뭐라도 아는 사람처럼 말한다?”

“예전에 얼핏 들었던 거 같아. 중요한 물건이라고“

“그래? 정말? 그럼, 그런 중요한 반지를 나한테 줬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 사람도 나에게 마음이 있는 걸까?”

“그, 그렇겠지.”

그저 홧김에 한 한마디에도 뺨도 맞고 사과까지 해야 했던 동생의 유품이었다. 그 붉은 반지를 자랑스럽게 끼고 만지작거리는 설희의 모습을 아령은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

‘쉽게 줄 수 있는 반지면서, 나한텐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던 거래?’

원망 섞인 의문이 머릿속을 빙빙 돌았다.

“그 사람도 나처럼 첫눈에 호감을 가졌던 걸까?”

“그야…… 모르지.”

“처음 병실로 찾아왔을 때, 너도 봤니? 그 사람이 날 보면서 떨고 있었던 거…… 너도 봤어?”

“그랬어? 아니. 난 잘 모르겠던데.”

“아냐, 분명히 떨고 있었어. 난 느낄 수 있었거든. 그 사람도 날 보고 설렜던 거겠지? 아! 생각할수록 너무 행복하다! 이 반지는 커플링 전까지 소중히 간직해야지.”

설희는 반지가 껴진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에 고이 얹고 기쁜 듯 눈을 감았다.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령은 저녁 파티에서 보았던 지환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난처한 자신을 구해주던 그 사람의 다정한 목소리. 모두가 보는 가운데서도 당당하게 맞서던 든든한 모습. 그리고 자신을 번쩍 안으며 감싸주던 굳건한 손길. 오붓한 드라이브와 행복했던 미소까지. 왜 이렇게 가슴이 착잡하게 아리는 것일까?

“설희야, 자니?”

“…….”

아령은 작은 목소리로 설희를 불러보았다. 이미 깊게 잠들어버린 그녀는 새근새근 코를 골았고, 아령은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나 달빛에 반짝이는 붉은 반지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실은 나도 오늘 멋진 일이 있었어.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감동적인 일 말이야. 근데 네 얘길 듣고 나니까…… 역시 내가 아니었던 거 같아.”

푸념 섞인 아령의 목소리가 두 사람이 눕고 나니 좁기만 한 방을 잔잔하게 돌고 있었다.

“부모님 위패를 모신 절에 다녀오는데 꼭 하늘에서 폭우가 내리는 기분이었어. 한참을 서럽게 울고 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왔어. 손수건을 내밀어줬지만 눈물이 범벅이 되서 그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어. 사고로 안경을 잃어버려서 그때도 못 알아봤지.

강후를 만나러 어떤 클럽 앞에 갔는데, 운명처럼 거기서 그 남자와 다시 마주친 거야.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는 것 같았어. 웃기지? 네가 말했던 그 운명.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아련한…… 느낌. 나도 알 것 같아. 그 기분. 헤헤.”

아령은 혼자서 재미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무릎을 감싸며 웃고 있었다.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어야 되는데 이상하게 마음하곤 반대로 자꾸 따지고만 있는 거야. 고맙다는 말도 해야 되는데 도리어 심술을 부리고 소리를 질러댔지 뭐야. 내가 생각해도 참 이상했어.

그런데 말이야, 그냥 쉽게 한마디 말로 성의를 표시해버리고 나면 왠지 그 사람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릴 거 같아서. 애써 트집을 잡고 붙들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어. 내가 정말 신데렐라라도 되고 싶었던 걸까? 나 같은 게…….”

언제나 많은 남자들의 로망이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자신의 친구 설희를 바라보던 아령은 실없는 질문을 하고선 스스로를 비웃었다.

“처음엔 자꾸 일이 꼬이는 사건만 생겼던 거 같아. 그때는 잘도 따지면서 열심히 싸워댔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예전처럼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거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 너 모르지? 솔직히…… 나 너무 무서워.”

작은 한숨이 무릎을 감싸 안고 있는 그녀의 손끝을 스치며 새어나갔다.

“그 사람 품에선…… 참 좋은 향기가 났어. 시원하면서도 은은한 향기. 심장이 막 쿵쾅쿵쾅 뛰는 바람에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안겨 있었어. 그 품이 너무나 넓고 포근했어. 음…… 그냥 좋았던 거 같아. 잘 모르겠는데, 이런 기분을 행복하다고 하는 걸까? 미안한데…… 강후에겐 왜 이런 마음이 생기지가 않는 걸까? 나 나쁜 앤가 봐.”

샘이 나서일까, 아령은 조금씩 일그러지는 표정으로 새근새근 잠든 설희를 원망스레 내려다보았다.

“바보같이 마음이 설렜었어.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해줄지도 모른다고 착각했었나 봐. 하긴, 난 뭘 해도 너만큼 안 되는데. 난 뭘 해도…… 가질 수 있는 게 없는데. 잊고 있었네. 헤헤헤. 설희 넌 좋겠다. 그 사람이 너만 바라보며 웃어줬을 거 아냐. 나한텐 매번 화내고 구박만 하는 모습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아마도 인연은 너희 두 사람인 거겠지? 난 그저 오작교 역할이었던 걸 거야. 그렇지? 그런데 설희야…….”

툭. 툭. 감싸 안고 있던 이불 위로 굵은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왜 싫을까? 난…… 너도 많이많이 사랑하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싫을까? 왜 이렇게 네가 미울까?”

아령은 답이 떠오르지 않는 물음을 홀로 던져놓고 끝내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한없이 들썩이는 흐느낌은 새벽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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