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종가는 몇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뿌리이고, 그 종가의 중심인 대종손은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중심을 잡고 서 있어야 할 사람이야. 나도 그 옆에 있고 싶어. 그 사람 옆에.”

오지 탐험가를 꿈꾸는 스무 살 선우린. 3년 전 그녀의 고백에 아무런 답도 없이 떠났던 그녀의 첫사랑 서강율이 돌아왔다. 순정을 뭉개고 떠날 때는 언제고 이제와 결혼하잔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인데 진천 서씨 문중의 대종손인 그가 그 어마어마한 집안의 종부가 되어달라니!

“결혼하면 내 꿈이 이뤄진다고? 정말??”

“여자들은…… 확인받고 싶어 하지 않아? 내가 너…….”

“사랑하니 그렇잖아요. 만지고 싶고, 갖고 싶고. 나도 그래요, 선생님. 사랑 그거……, 꼭 물어봐야 알아요? 사랑하는 건 말 안 해도 다 보이는데.”

린이 발돋움해서 그와 입술을 맞췄다. 강율이 덥석 린을 껴안았다. 참으려 할 때마다 이렇게 도발을 하니 그는 미칠 수밖에 없었다.

“어어어, 선생님, 타임, 타임! 안 돼, 이제 접근금지!”

2. 작가 소개

이서윤

iseoyun@daum.net

착실한 직장인에서 일탈을 꿈꾸고파 글을 시작한 소심쟁이.

꿈은 이뤄진다(夢想成眞)라는 믿음을 가진 낭만주의자.

해피엔딩이 좋아 로맨스를 쓰는 해피엔딩 마니아.

작가연합 ‘깨으른 여자들’에서 활동.

▣ 출간작

『안개 속에 숨다』

『왈가닥 결혼하다』

『태양의 제국』

『프레지던트』

『매화우』

『비연』

『독감』

『해후』

『효월』 外

3. 차례

# 8장. 청춘(Ⅰ)

# 9장. 청춘(Ⅱ)

# 10장. 혼란

# 11장. 사랑

# 12장. 돌아가는 길

# 13장. 연인들의 시간

# 14장. 이성지합(二姓之合: 서로 다른 두 성이 합하였다는 뜻으로, 남녀의 혼인을 이르는 말)

# 에필로그

# 짧은 뒷얘기

4. 미리 보기

흐음. 기어이 신음이 터질 것 같았다. 강율은 더욱 린을 바짝 끌어당겼다. 다리와 다리가 엇갈리고 서로의 하체가 틈도 없이 밀착이 됐다. 다음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강율이 린의 상의를 걷어 올렸다. 희뿌옇게 드러난 봉긋한 가슴. 강율의 눈빛에 열기가 솟았다.

“흣!”

그때, 린이 신음 소리를 토해내며 그의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동시에 강율이 고개를 숙여 린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이같이 뽀얀 분내가 올라오는 듯했다.

“선생님!”

린이 그를 부른 것이 보챔인지, 두려움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문득 정신없이 질주하던 강율의 귀가 열렸다.

‘안 돼, 안 돼, 안 돼!’

눈앞에 린의 가슴이 보였다. 말캉하고 보드라운 그곳을 빨아들이고 싶은 충동이 강율을 아프게 했다. 이대로 야수처럼 달려든다면, 작은 몸 위에 그의 입술 자국을 모조리 찍는다면 이 고통이 희미해질까.

‘그러나 여기까지. 소중하다, 아껴주겠다고 했다.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널 아프게 할지도 몰라. 절차를 밟아 맞아들일 소중한 내 사람인데.’

이렇게는 아니었다. 린은 자신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범할 가벼운 사람이 아니다. 강율의 바탕처럼 그를 옥죄던 이성이 꿈틀거렸다. 그러자 린의 온몸을 감싸 안았던 두 팔에 힘이 들어가 후들거렸다.

그 짧은 와중, 강율은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엄한 조부모님의 얼굴부터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하기도 싫은 아버지까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냉정한 생각을 떠올려 몸을 식히려 안간힘을 썼다. 이렇게 이슬 내리는 풀밭에서 린을 안고 싶지는 않다는 그의 고집이었다.

“후우!”

강율의 긴 한숨이 린의 가슴 안에서 터졌다. 고뇌 섞인 뜨거운 숨결이 린의 몸을 떨게 했다. 그예 강율이 린의 가슴 위로 말려 올라간 브래지어를 내렸다. 그리고 그 위에서 한동안 거친 숨을 골랐다. 밖으로 드러난 린의 몸을 소중히 쓰다듬다, 점점 체온이 식어가자 티셔츠 자락을 내려 그녀의 몸을 가렸다. 그 가슴에 머리를 묻은 강율을 린 또한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그러니 폭풍우 치는 바다가 가라앉듯 마음이 편해졌다. 어린 시절, 짧게 짧게 느끼던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했다.

“린!”

강율이 문득 입을 열었다. 마음은 진정되고 있어도 목소리는 여전히 가라앉아 무거웠다.

“네.”

“왜 안 물어보니?”

“뭘요?”

린의 목소리도 갈라졌다. 처음 경험한 흥분으로 살짝 떨렸다.

“왜 그랬냐고.”

린이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강율의 등을 쓰다듬기만 하다가 입을 열었다.

“물어봐야 해요?”

“여자들은…… 확인받고 싶어 하지 않아? 내가 너…….”

강율이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대로 사내의 욕심을 채우고 싶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사랑하니 그렇잖아요. 만지고 싶고, 갖고 싶고. 나도 그래요, 선생님.”

린이 강율의 귓가에 속삭였다. 강율이 고개를 들고 몸을 바로 하자, 둘의 시선이 맞닿았다.

“사랑 그거……, 꼭 물어봐야 알아요?”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그에게 린이 싱긋 웃었다.

“사랑하는 건 말 안 해도 다 보이는데.”

린이 발돋움해서 그와 입술을 맞췄다. 동시에 강율이 숨을 멈췄다. 그의 심장이 마비 직전이다.

“린아!”

강율이 덥석 린을 껴안았다. 밤바람에 싸늘해진 얼굴을 끌어다 비볐다. 참으려 할 때마다 이렇게 도발을 하니 그는 미칠 수밖에 없었다.

“어어어, 선생님, 타임, 타임! 안 돼, 이제 접근금지!”

린의 손이 강율과 자신의 가슴 사이를 힘주어 벌렸다. 넋을 놓듯 그를 올려다보던 린의 얼굴이 차츰 짓궂게 변했다.

“타임? 접근금지? 또 왜?”

강율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그건…… 벌이에요, 벌.”

“무슨 벌?”

“예고, 경고도 없이 찌, 찐한 일 했잖아요.”

린이 순간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찌찌 만졌잖아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엉뚱한 말이 나와버렸다. 강율의 시선이 너무 뜨거워 결국 린은 고개까지 푹 숙였다. 저지를 때는 모른다. 항상 린의 고민은 일을 벌이고 나서 찾아오는 결과가 가슴에 걸린다는 점이다. 극복하기 위해 언제나 대범한 척해보지만 소심한 성격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았다.

“찐한 일?”

강율이 짓궂은 음성으로 물었다. 그의 서늘한 손가락이 린의 따뜻한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흠칫하는 린의 움직임이 느껴질수록 강율은 은근 애가 탔고, 장난기가 동했다.

“내 찌, 찌찌 만졌잖아요.”

가느다란 린의 목소리가 새어나온 순간이었다. 강율의 심장이 헉 멎었다. 린을 쓰다듬던 손길도 얼었다. 가슴에서 머리를 쿵쿵 들이받는 린을 느끼며 강율은 말도 잃었다.

‘찌찌……. 그래, 찌찌.’

강율이 인정했다. 한참 만에야 무너진 멘탈. 정신을 복구하고 그제야 들썩들썩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기를 쓰고 막았다. 도무지 이 녀석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다 아는 것 같으면서도 또 백지 상태인 것 같고. 알듯 말 듯 교묘히 그를 애태우기 일쑤였다.

“경고 같은 거 없이 나는 더한 것도 할 거야.”

“응? 뭐?”

강율의 단호한 목소리에 린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빛이 반짝였다. 강율에 대한 호기심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네 손가락 발가락 열 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조리 깨물어놓고, 내 거라고 온몸 구석구석에 도장 찍어놓을 거다. 나는 휴대전화에 누구는 내 거라 적어놓는  일 따위는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