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애련정 로맨스판타지 공모전 당선작*

차례

1. 프롤로그 - 나는 악마다

2. 봄

3. 그날의 기억

4. no shake

5. 누구세요?

6. 기억 속의 당신

7. 찾았다 꾀꼬리

8. 봄 그리고 은우

9. 사랑은 음악과 함께

10. 한 걸음 더 가까이

11. 고백

12. 추억 하나

13. 동창생

14. 행복의 시간

15.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

16. 루멘

17. 다시 만난다면

18. 틀린 그림

19. 비밀

에필로그

|하나

상큼 달콤하면서도 도시적인 로맨스 소설들을 써오고 있다. 인기 작품엔 사람들의 마음을 다양한 무지갯빛 색깔로 볼 줄 아는 사탕가게 처녀의 사랑을 다룬 <나의 달콤한 사탕가게>가 있습니다.

 나는 원래 사람이었다. 사람으로서의 기억은 아홉 살이 마지막이다.

나는 크리스마스가 싫다.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그때가 나는 정말 싫다. 해마다 그때가 되면 유난히 더 불행했으니까.

내 세 번째 크리스마스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네 번째 크리스마스에는 새아빠가 들어왔다. 내 다섯 번째 크리스마스에는 엄마에 대한 새아빠의 폭력이 시작됐고, 여섯 번째 크리스마스에는 엄마가 집을 나갔다. 일곱 번째 크리스마스에는 집 나간 엄마대신 죽도록 맞았다. 그 폭력은 아홉 번째 크리스마스 전까지 계속 됐다. 새아빠의 폭력은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 갔지만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나마 그 사람이 있어서 밥은 굶지 않았으니까. 그때의 난 맞는 것보다 굶는 게 더 무서운 배고픈 아이였다.

‘누구든 좋으니 제발 나를 데려가 주세요.’

새아빠의 폭력이 시작된 뒤로 나는 매일 기도했다. 그리고 내 간절한 기도를 들은 그는 아홉 번째 크리스마스에 내 방 창문을 두드렸다.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쓴 그는 어둠과 함께 왔다. 그는 모자를 벗으며 자신을 악마라고 소개했다. 나는 그가 악마라는 사실보다 그의 머리칼이 빛나는 금빛이라는 것에 더 관심이 갔다. 어둠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칼. 그 머리카락을 가지면 어둠속에 숨어 있어도 사람들이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너무나 탐이 났다. 함께 가자는 그의 말에 ‘어디로’가 아닌 엉뚱한 질문을 했다.

“당신을 따라가면 나도 그런 머리카락을 가질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