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비고, 차가워져 더 이상 사람을 담을 수 없는 곳에 그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사람을 잃고, 사랑을 잃고 더 이상은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유련이었다. 그러나 국혼으로 맺어진, 단순한 정략적 대상일 뿐인 제윤에게서 느낀 그 기묘한 감정. 텅 비었다고만 생각했던 마음은 그의 말 하나하나에 떨리기 시작한다. 제윤은 천자인 그녀를 한낱 인간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서로에게 속하며 사랑의 기쁨을 알아가던 유련과 제윤이었으나 운명은 다시금 두 사람에게 가혹한 시련을 내리기 시작하는데….

▶잠깐 맛보기

“죽으려 했소?”

시선을 돌린 유련은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텅 빈 눈빛으로 그의 마음을 서늘케 했다.

“모든 것을 버리려 했소?”

여전히 미동도 없는 유련의 앞에 제윤이 무릎을 꿇었다. 앉은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손바닥을 그녀의 볼에 대었다. 그대로 힘을 줘 어긋난 시선을 제게로 돌렸다.

“유련……, 나의 유련!”

커다란 눈에 울컥 물기가 차올랐다. 이제는 울지 못한다고 지끈 사려 물었던 입술이 제윤의 다사로운 손끝에 닿자 바르르 떨었다.

“내가 사람인가? 사람으로 보이는가?”

“내 여인……, 내 사람.”

투둑, 수정같이 굵고 진한 눈물이 계속 흘러내리는 유련의 뺨 위에 제윤의 손끝이 얼핏 닿았다.

“그대를 용서하지 못해. 내게는 그대를 보라하고, 홀로 떠나려던 그대를, 나는 용서하지 못해.”

이런 것이 두려움일까.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한 번도 두려움을 느낀 적 없던 사내가 눈앞에서 잃을 뻔한 여인을 두고 격하게 몸을 떨었다. 감히 사랑이라 부르지 못하고, 마음에 둔 여인을 향해 그는 거친 숨을 토해 냈다.

가지 못해! 이제 혼자 두지 않아! 절대…… 절대 내 곁에서 벗어나게 두지 않아!

▶목차

9장 빈 가슴에 그대를 채우고

10장 연가

11장 이연

12장 별리

13장 그대에게 가는 길

14장 청해성

15장 청호장

16장 마른 가슴에 뜨는 또다른 태양, 희망

결

짧은 덧붙임

외전

* 이 전자책은 2007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태양의 제국>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