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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기억 속을 걷다 1권
최은유 지음로망띠끄201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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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기적처럼 살아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여자, 송휘린.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녀는 소중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그런 그녀가 운명처럼 그녀의 심장 공여자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식받은 심장에 봉인된 기억을 서서히 떠올리게 된다.
이식받은 심장이 기억하는 남자는 두 명.
녹음이 우거진 숲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마음을 가진 남자, 한윤제.
과거의 상처로 인해 현재와 미래를 저당 잡힌 채 위태롭게 살아가는 남자, 서인우.
과연 두 명 중 어떤 남자가 그 심장의 주인일까?
그 심장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과연 어떤 남자를 사랑하게 될까?
- 본문 중에서 -
따사로운 햇살, 목덜미를 간질이는 바람, 다정하게 속삭이듯 흐르는 노래, 그리고 윤제로부터 퍼져 나오는 안온한 숲의 향기. 이 모든 것들이 밤잠을 설치고 너무 일찍 일어난 휘린에게 가물가물 졸음을 몰아다 주었다. 이 귀중한 시간에 졸린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신비로운 인체는 하여튼 그게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당신의 눈가에 솟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 애절한 파바로티의 사랑의 묘약이 잠의 묘약처럼 휘린을 잠들게 했다.
가볍게 톡, 하고 휘린의 머리가 윤제의 어깨에 떨어졌다. 휘린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달큰하고 포근해서 윤제는 마른 침을 삼켰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간지럽고 따뜻해서 미소가 지어졌다. 작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은 연약하고 애틋해서 가슴이 뻐근해졌다. 윤제는 어깨에서 조금 힘을 빼고 휘린이 불편하지 않게 몸을 조금 낮췄다. 그리고 햇살이 내려앉는 연 잎을 잠시 응시하다 눈을 감았다. 귓가에 흐르는 아리아는 나른하고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어느 맑게 갠 날 저 푸른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한 줄기 연기를 바라보게 될 거야. 한참 동안을 그는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내 어린 아내여, 오렌지 꽃이라 늘 부르던 그 이름을 부르리라. 마리아 칼라스의 애절한 소프라노가 끊어질 듯 이어졌다. 윤제는 한 쪽 무릎을 굽혀 팔을 걸치고 다른 손은 심장으로 가져갔다. 쿵쿵, 제 박자대로 성실하고 멋지게 뛰고 있는데도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윤제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머리를 나무에 기대었다. 시간이 물처럼 조용히 흘러갔다.
윤제가 눈을 뜬 것은 습기를 잔뜩 묻히고 있는 바람이 볼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어깨에는 휘린이 기대어 잠을 자고 있었다. 꽤 깊이 잠이 든 모양이었다. 먼 하늘이 낮게 내려와 있어 곧 비를 뿌릴 것만 같았다. 윤제가 몸을 살짝 틀자 휘린이 그대로 윤제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한 팔로 안은 휘린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윤제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말간 얼굴이 윤제의 심장 박동을 엉클어뜨려버렸다. 박자를 잃고 제멋대로 뛰던 심장이 일순간 멈춰버렸다. 열린 눈꺼풀 안에 까맣고 촉촉한 눈망울이 윤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점점 커지는 동공, 놀라 벌어지는 빨간 입술, 숨을 참고 가두는 가슴. 윤제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까워지는 윤제의 입술을 바라보며 휘린은 그 큰 눈을 깜빡깜빡, 느리게 감았다 떴다.
“눈을.”
휘린의 입술 바로 위에서 윤제의 상쾌하고 따뜻한 숨결이 흩어졌다.
“감아야지.”
휘린이 천천히 눈꺼풀을 내려 눈을 감는 순간, 윤제의 부드러운 입술이 휘린의 빨갛고 도톰한 입술 위에 내려앉았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과 입술이 만나 살짝 맞물렸다. 윤제의 큰 손이 감싸고 있는 휘린의 볼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윤제의 입술이 떨어져 나갔는데도 휘린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숨을 몰아쉬느라 고요하던 가슴이 뜰썩였다.
“이제 눈, 떠도 돼.”
휘린은 두 손을 올려 얼굴을 가렸다. 작은 얼굴을 숨긴 두 손의 손가락 끝이 바르르 떨렸다. 입맞춤을 하고 난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한 휘린이었다.
“부끄러워요.”
윤제가 휘린의 두 손을 잡아 내렸다. 여전히 감고 있는 휘린의 두 눈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휘린이 어깨를 움찔하며 눈을 더욱 꼭 감았다.
“미키마우스가 다 봤을 거예요.”
윤제는 휘린의 후드티에 프린트되어 있는 장난꾸러기 미키마우스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느닷없이 장난기가 동했다.
“더 부끄러운 짓 하기 전에, 눈 떠.”
더 부끄러운 짓이라니? 휘린이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자신을 내려다보며 보일 듯 말 듯 웃고 있는 윤제의 얼굴을 바라보던 휘린은 다시 눈을 스르륵 감았다. 천천히 다가온 윤제의 입술이 조금은 더 격정적으로 휘린의 입술을 열었다. 휘린의 숨결은 모두 윤제의 부드러운 입술에 갇혀버렸고 이내 윤제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아, 이러다 심장이 터져 죽는 것은 아닐까? 아니야, 숨이 막혀서 죽는 걸지도 몰라. 아니, 아니. 어쩌면 한윤제 이 사람이 나를 다 먹어 치워서 내가 사라질지도 몰라.
휘린은 윤제의 셔츠 자락을 꼭 붙들었다. 손끝이 저릿해져 왔다. 귓가에서 댕그랑, 댕그랑, 종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며 아득하게 울려 퍼졌다.
입술을 천천히 뗀 윤제가 손을 올려 발갛게 달아오른 휘린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흐트러진 뜨거운 숨을 내뱉는 빨간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느릿하게 쓸어냈다. 천천히 눈을 떠 조용히 맞춰오는 휘린의 눈동자를 내려다보며 윤제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숨은, 쉬어야지.”
“죄송해요. 서툴러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녀는 소중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그런 그녀가 운명처럼 그녀의 심장 공여자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식받은 심장에 봉인된 기억을 서서히 떠올리게 된다.
이식받은 심장이 기억하는 남자는 두 명.
녹음이 우거진 숲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마음을 가진 남자, 한윤제.
과거의 상처로 인해 현재와 미래를 저당 잡힌 채 위태롭게 살아가는 남자, 서인우.
과연 두 명 중 어떤 남자가 그 심장의 주인일까?
그 심장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과연 어떤 남자를 사랑하게 될까?
- 본문 중에서 -
따사로운 햇살, 목덜미를 간질이는 바람, 다정하게 속삭이듯 흐르는 노래, 그리고 윤제로부터 퍼져 나오는 안온한 숲의 향기. 이 모든 것들이 밤잠을 설치고 너무 일찍 일어난 휘린에게 가물가물 졸음을 몰아다 주었다. 이 귀중한 시간에 졸린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신비로운 인체는 하여튼 그게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당신의 눈가에 솟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 애절한 파바로티의 사랑의 묘약이 잠의 묘약처럼 휘린을 잠들게 했다.
가볍게 톡, 하고 휘린의 머리가 윤제의 어깨에 떨어졌다. 휘린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달큰하고 포근해서 윤제는 마른 침을 삼켰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간지럽고 따뜻해서 미소가 지어졌다. 작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은 연약하고 애틋해서 가슴이 뻐근해졌다. 윤제는 어깨에서 조금 힘을 빼고 휘린이 불편하지 않게 몸을 조금 낮췄다. 그리고 햇살이 내려앉는 연 잎을 잠시 응시하다 눈을 감았다. 귓가에 흐르는 아리아는 나른하고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어느 맑게 갠 날 저 푸른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한 줄기 연기를 바라보게 될 거야. 한참 동안을 그는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내 어린 아내여, 오렌지 꽃이라 늘 부르던 그 이름을 부르리라. 마리아 칼라스의 애절한 소프라노가 끊어질 듯 이어졌다. 윤제는 한 쪽 무릎을 굽혀 팔을 걸치고 다른 손은 심장으로 가져갔다. 쿵쿵, 제 박자대로 성실하고 멋지게 뛰고 있는데도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윤제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머리를 나무에 기대었다. 시간이 물처럼 조용히 흘러갔다.
윤제가 눈을 뜬 것은 습기를 잔뜩 묻히고 있는 바람이 볼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어깨에는 휘린이 기대어 잠을 자고 있었다. 꽤 깊이 잠이 든 모양이었다. 먼 하늘이 낮게 내려와 있어 곧 비를 뿌릴 것만 같았다. 윤제가 몸을 살짝 틀자 휘린이 그대로 윤제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한 팔로 안은 휘린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윤제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말간 얼굴이 윤제의 심장 박동을 엉클어뜨려버렸다. 박자를 잃고 제멋대로 뛰던 심장이 일순간 멈춰버렸다. 열린 눈꺼풀 안에 까맣고 촉촉한 눈망울이 윤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점점 커지는 동공, 놀라 벌어지는 빨간 입술, 숨을 참고 가두는 가슴. 윤제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까워지는 윤제의 입술을 바라보며 휘린은 그 큰 눈을 깜빡깜빡, 느리게 감았다 떴다.
“눈을.”
휘린의 입술 바로 위에서 윤제의 상쾌하고 따뜻한 숨결이 흩어졌다.
“감아야지.”
휘린이 천천히 눈꺼풀을 내려 눈을 감는 순간, 윤제의 부드러운 입술이 휘린의 빨갛고 도톰한 입술 위에 내려앉았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과 입술이 만나 살짝 맞물렸다. 윤제의 큰 손이 감싸고 있는 휘린의 볼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윤제의 입술이 떨어져 나갔는데도 휘린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숨을 몰아쉬느라 고요하던 가슴이 뜰썩였다.
“이제 눈, 떠도 돼.”
휘린은 두 손을 올려 얼굴을 가렸다. 작은 얼굴을 숨긴 두 손의 손가락 끝이 바르르 떨렸다. 입맞춤을 하고 난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한 휘린이었다.
“부끄러워요.”
윤제가 휘린의 두 손을 잡아 내렸다. 여전히 감고 있는 휘린의 두 눈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휘린이 어깨를 움찔하며 눈을 더욱 꼭 감았다.
“미키마우스가 다 봤을 거예요.”
윤제는 휘린의 후드티에 프린트되어 있는 장난꾸러기 미키마우스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느닷없이 장난기가 동했다.
“더 부끄러운 짓 하기 전에, 눈 떠.”
더 부끄러운 짓이라니? 휘린이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자신을 내려다보며 보일 듯 말 듯 웃고 있는 윤제의 얼굴을 바라보던 휘린은 다시 눈을 스르륵 감았다. 천천히 다가온 윤제의 입술이 조금은 더 격정적으로 휘린의 입술을 열었다. 휘린의 숨결은 모두 윤제의 부드러운 입술에 갇혀버렸고 이내 윤제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아, 이러다 심장이 터져 죽는 것은 아닐까? 아니야, 숨이 막혀서 죽는 걸지도 몰라. 아니, 아니. 어쩌면 한윤제 이 사람이 나를 다 먹어 치워서 내가 사라질지도 몰라.
휘린은 윤제의 셔츠 자락을 꼭 붙들었다. 손끝이 저릿해져 왔다. 귓가에서 댕그랑, 댕그랑, 종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며 아득하게 울려 퍼졌다.
입술을 천천히 뗀 윤제가 손을 올려 발갛게 달아오른 휘린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흐트러진 뜨거운 숨을 내뱉는 빨간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느릿하게 쓸어냈다. 천천히 눈을 떠 조용히 맞춰오는 휘린의 눈동자를 내려다보며 윤제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숨은, 쉬어야지.”
“죄송해요. 서툴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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