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영 29세. 결혼 3년 만에 강은혁과의 이혼을 결심했다.
다른 여자를 가슴에 품고 사는 남자.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언젠가는 자신을 보아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남자에게 다가서기에 그 여자의 그림자가 너무나 크다.
어느 때엔가 당신이 나를 돌아보는 날이 있을까요?
나, 이제 당신을 놓아 주렵니다…….


강은혁. 33세. 그에게는 첫사랑이었다. 그녀 역시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세상은 그녀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믿었다. 평생을 그녀를 간직하고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영을 만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의 공주님이 사랑이 아닌 돈을 선택해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내와 결혼을 하는 날, 그는 그의 눈앞에 나타난 하영에게 청혼을 한다.
그리고 무색 무미 무취의 맹물 같은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는 알지 못 하였다.
세상 모든 만물을 살아있도록 만드는 것은 요란하고 화려한 빛깔을 지닌 톡 쏘는 맛의 탄산음료가 아니라 아무런 맛도 색도 없는 맑은 물이었다는 것을…….
이제 그 물줄기가 다른 곳으로 흐르기를 원한다.
나는 과연 물 없이 살 수 있을 까?


차수현. 29세.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렸다. 그 세상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세상은 사랑 아니고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한 자신의 오만함을 깨닫는데 결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정확히 3년 전으로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다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신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이제야 깨달았어요.
너무 늦지 않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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