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다리 아파요?”
편안한 사람이라고 사내에 정평이 나있는대로 현우는 정말 편안했다.
나영이 무심히 손을 종아리로 가져간 것을 보고는 그녀의 상태를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집안 내력인가?
지성이 루아에게 보이는 세심함이 현우에게도 엿보였다. 결혼을 하면 아내에게 자상할 것 같은 따뜻한 남자. 이런 남자가 이 세상에 많은데 왜 그녀에게 배당된 남자들은 하나처럼 무심한 것인지.
“봅시다.”
“어머, 아니에요.”
“왜 이러실까? 나영 씨 답지 않아요.”
“그래도. 이러면…….”
“나영 씨가 지성이 비서로 있을 때 내게 타준 인삼차 값이라고 생각해요.”
놀라는 나영의 발에서 구두를 벗긴 현우가 발을 잡고 빙빙 돌렸다. 그는 그 와중에도 사방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처제를 데리고 가 가능하면 서루이의 질투를 끌어내 봐.’
지성의 부탁이었다. 트러블이 있는 연인들은 맞부딪혀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빠르다는 것은 현우도 알고 있었다.
루이가 조금 전 당도한 것을 보았으니 어디 슬슬 속을 질러볼까?
이제는 사돈이 돼 버린 나영이 자꾸 발을 빼려해 좀 더 힘을 줘 발목을 잡은 현우의 입가에 짓궂은 웃음이 서리기 시작했다.
나영은 귀여운 여자였다. 지성의 비서로 재직할 때부터 호감이 있었기에 지성의 부탁으로 오늘의 동행을 쾌히 승낙했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속셈은 연인들의 힘 겨루는 싸움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만하세요. 팀장님. 고맙습니다.”
나영은 조심스럽게 현우의 손에서 발을 빼 구두를 신었다. 맨발의 편안함에 노출 되었던 오른 쪽 발이 구두가 싫다고 아우성이었다. 생각대로라면 양쪽 다 구두를 벗어버리고 맨발로 있고 싶지만 꾹 참았다.
처지가 바뀌었으니 행동도 바뀌어야 했다.
그녀가 이곳에 온 것은 남지성의 처제며 현우의 파트너로 온 것이니 천방지축 날뛸 순 없었다.
잘못했어. 차라리 만나자고 하던지 회사로 찾아갈 걸.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인지 루이를 찾아가는 것보단 보단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것을 택했는데 그따위 더러운 소리나 듣게 될 줄 뉘 알았으랴.
서루이 빨리 와. 단판 짓고 집에 가서 쉬고 싶어. 이곳은 너무 피곤하단 말이야.
“팀장님. 저 배고파요. 먹을 것 좀 갖다 주세요.”
“뭘로 가져다줄까?”
“닭다리요.”
“음료는?”
“음, 콜라.”
역시 잰틀하구먼. 두 말없이 뷔페 테이블을 향해 걸어가는 현우의 뒷모습이 보다가 나영은 슬그머니 구두를 벗었다. 살 것 같았다.
“이런 짓 두 번 안 한다.”
파티니 뭐니 웃긴다는 생각만 들었다. 발을 꾹꾹 누르다가 인기척에 재빨리 구두를 찾아 신었다.
“벌써 가져 오셨어요?”
환한 미소가 다가온 사람을 확인한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현우라고 생각한 인기척의 주인은 루이였던 것이다. 기다리고 벼르고 있었음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반가움인지 미움인지 확실치 않은 감정이 가슴에서 소용돌이쳤다.
아무 표정이 나타나지 않는 루이의 얼굴을 보며 나영은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자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웃자. 웃어.
“앉아요. 목 아프니까.”
말은 잘 듣네?
나영의 옆에 앉은 루이의 시선이 고집스럽게 연못을 향해있었다.
“나한테 할 말 있으면 해 봐요.”
할 말이 없다면 굳이 그녀에게 다가오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영은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그녀 역시 할 말이 아주 많았다.
“내게 와.”
아주 조심스러운 어투였으나 말과 표정은 상당히 거만했다.
“당신에게 오라고?”
“그래.”
“왜?”
“내 몸이 원해.”
힘이 좍 빠졌다. 루이는 여전히 결혼식장에서 했던 말을 되풀이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아이는? 아이도 원해요?”
“……원하지 않아.”
“당신 말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 마음이 조금도 변하지 않은 거겠지?”
“그래.”

이름. 변 정애.
나이, 키, 몸무게 3대 불가사의로 국가적 비밀. 단지 가로와 세로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들 때 마다 먹는 걸 줄여 여전히 먹는데 목숨 걸고 사는 아줌마.
결혼전엔 남편을 거느리고 사는 꿈을 꾸었으나 오랜세월 남편을 모시고 살고 있다. 두 아들 역시 거느린다고 말하긴 어렵다.
가끔 3부자의 구박을 참고 사는 모습에 대견함을 느낀다.
로맨스 소설에 깊이 중독되어 무지하게 읽고 있고 그러다 용기 내어 쓰게 되었다. 읽는 것과 쓰는 것에 깊은 행복을 느낀다.

앞으로도 조금씩 나아지는 글을 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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