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우세요, 아가씨?」
마차 창밖으로 스치는 바깥 풍경을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로슬린 채드윅은 뚜벅 묻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두렵냐고? 그녀는 이제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에 돌봐줄 사람이라곤 하나 없는 외로운 신세였다. 정들었던 그 모든 곳을 뒤로 하고 그녀는 이렇게 불확실한 미래와 삶을 향해 정처없이 길을 가고 있다. 정말로 두려운가? 아니, 겁에 질려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네티 맥도널드가 그런 그녀의 심정을 알 수 없을 뿐더러, 굳이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고 싶지 않았다. 네티는 어제 아침 영국 국경을 넘었을 때부터 걱정이 되는지 조바심을 쳤다. 예전에 하던 대로 투덜거리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려고 무진 애를 쓰긴 했지만 말이다. 지긋지긋한 로랜드(스코틀랜드의 남부지방)를 지날 때는 과장된 몸짓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쾌활하게 수다를 떨었다. 스코틀랜드는 무려 그녀가 42년을 살아온 삶의 터전이었는데 막상 사랑하는 스코틀랜드를 떠난다는 게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이렇게 쫓기듯 국경을 지나 영국으로 가다니 말이다. 영국이라니！ 그러나 네티는 40여년을 살아온 그 소중한 기억들을 그렇듯 헌신짝 팽개치듯 쉽게 떨칠 수 없었고, 언젠가는 반드시 고향으로 가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고향을 등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로슬린은 점점 칠흑빛으로 변하는 네티를 보고 애써 미소 지으며 안심시키려고 개암나무 열매 같은 눈을 살짝 깜박거렸다.
「무엇 때문에 내가 두려워하겠어, 네티? 아무튼 아무도 모르게 가까스로 그 죽음의 밤을 빠져나왔잖아? 조르디는 애버딘(스코틀랜드의 도시)과 에딘버러(스코틀랜드의 수도)를 몇 주 동안이나 뒤지겠지만 우리가 런던으로 간 줄은 생각도 못할 거야.」
「그랬으면 좋겠네요.」
네티는 지금까지 그들이 해낸 일에 대해서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영국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스러움을 잠깐 동안이나마 잊으려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악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걸 말았을 때, 그 악마 같은 남자는 자다가 숨이 막힐지도 모르죠. 흠,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전 던컨 어르신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르신은 아가씨를 위해 과연 어떤 일이 최선의 선택인지 이미 알고 계셔서 아가씨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도록 단단히 준비하신 거예요. 아가씨가 영어를 잊지 않고 제대로 쓰는지, 난 들어보지 못해 은근히 걱정이 되긴 하지만, 신경쓰지 마세요. 어르신은 아가씨를 가르치려고 숙녀인 척 거들먹거리는 그 가정교사를 데려왔던 거잖아요. 그걸 잊진 않으셨겠지요? 지금 우리는 그 비열한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곳으로 가는데, 특히…….」
로슬린은 네티가 마지막 내뱉은 말이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경멸스런 말투라는 것에 싱긋 웃었지만, 더는 빈정거리는 것엔 참을 수가 없었다.
「영국인을 만나면 내가 영어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곧 알게 되겠지. 내가 하는 모든 말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바로 얼마 전부터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걸,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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