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헤어져 있었던 연인. 그 남자 서태리는 아무런 말도 없이 대학 졸업을 앞두고 그녀, 홍유현의 곁을 떠나버렸다. 3년 후 그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그녀, 홍유현 앞으로 돌아왔다. 의학 잡지사의 오너와 잡지사 소속기자로 다시 서로의 곁에 머물게 된 그들.
그녀가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와 이별하기만을 기다리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 지 1년, 드디어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다시 그녀를 찾고 말겠다는 비장함으로 똘똘 뭉친 서태리. 급기야 그는 유현에게 일본출장을 명령하게 되고, 태리는 유현이 묶고 있는 호텔로 찾아간다. 오직 두 사람만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곳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계획하는 서태리. 두 사람의 멈췄던 시계바늘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본문 중에서-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마.”
그녀가 몸을 담고 있는 자쿠지 주위로는 자쿠지 높이만큼의 대리석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고, 몇 개의 계단을 올라 자쿠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간이 커튼을 쳤다.
“타이밍 한번 기막히네. 눈 떨림 심해서 마그네슘제 사왔는데…….”
“그, 그럼 그것만 놓고 얼른 가.”
여전히 굳세게 커튼을 붙들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그는 계속해서 그녀 가까이에 다가오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커튼의 트임 사이로 얼굴만 내어놓았다.
“무단 침입이야. 이건 명백히.”
“이 방도 엄연히 내가 예약한 방이야. 누가 믿어 줄까? 그러게 이 늦은 시간에 온천이라니. 그냥 있었음 이 마그네슘제도 네가 받았을 거고, 거기서 끝이었을 건데. 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걱정돼서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면 믿어 줄래?”
그는 물기 젖은 촉촉한 그녀의 얼굴을 긴 손가락으로 쓰다듬더니 아예 계단에 앉아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히꾹.”
그가 가볍게 입을 맞춰 오자 엘리베이터에서의 키스가 생각이 나 저절로 딸꾹질을 하더니 이내 손에 쥐고 있던 커튼 자락이 느슨해졌다. 그사이를 놓칠 리 없는 그가 커튼을 젖히자 둥글고 흰 그녀의 어깨가 드러났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때로.”
그의 나직한 물음에도 그녀는 차마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가녀린 어깨를 떨고선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그녀의 젖은 머리칼을 쓸어내리고 이마에서부터 코까지 입을 맞췄다. 검정색 드레스 셔츠를 입은 그가 답답한지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끌어 내리자 그녀는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왜? 벗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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