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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사실 주인공은 악녀였다 3권
도웅 지음도서출판 가하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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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 979-11-300-524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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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귀족은 귀족답게 품위를 지키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엘리시아 헬렌이 평생을 지켜온 방식이었다.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뭘 잘못한 걸까.
20년을 함께한 약혼자.
“파혼하자.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가 사랑한 여인.
“헬렌 영애, 그만 욕심부리고 우리 좀 놔주세요.”
그들이 쓴 이야기에서 자신은 악녀였다.
두 사람을 괴롭히다 결국 가문이 몰락하고 노예로 전락한 악독한 계집이었다.
모든 것을 잃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준 한 남자.
“내게 와. 공작가를 네 발아래 무릎 꿇려줄 테니.”
그에게 맹세를 건네는 악녀.
“황제로, 만들어드릴게요. 제 복수를 도와주세요.”
소설의 첫 장이 펼쳐졌다.
이것은 악녀의 이야기다.
악녀, 엘리시아의 복수극이 시작되었다.
2. 작가 소개
도웅
로맨스를 쓰고 좋아하지만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삶을 사는 작가 도웅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글이라는 게 재밌습니다. 제가 꿈꾸던 것들을 여기선 실행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글 속 주인공은 저이기도 하고 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의 인물이기도 합니다.
제게 글은 일종의 해소지요.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주인공이 된 여러분을 상상하며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 차례
#8
#9
#10
#11
4. 미리 보기
“이런이런, 이를 어쩌나. 옷을 다 버려버렸네?”
3황자저에 고용된 지 채 하루도 안 됐건만, 어린 하녀 밀리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사고를 쳤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 사용하지 못한 식재료를 근처 빈민가에 나눠주라는 명을 따르기 위해 문밖을 나서던 참에 귀족과 부딪혀 그만 상대의 옷을 더럽히고 만 것이다. 잠깐이나마 제가 아니라 그 귀족 쪽에서 제게 부딪혀온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중요한가.
“그래……. 옷을 다 버려버렸군.”
밀리는 제게 닥칠 일이 두려워 눈을 감고 말았다. 고용 첫날부터 이런 대형 사고라니, 심지어 돈깨나 있어 보이는 귀족이었다. 자신의 월급을 몇 달은, 아니 몇 달로 될까? 어쩌면 몇 년을 모아야 저 외투를 하나 살 수 있을까 말까 할 것이다.
“주인을 보아야겠군. 어쩔 수 없이. 아랫것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는 주인들이 치르는 법이니까.”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생각이 없는지 그 귀족이 하는 말에 밀리는 까무러칠 것 같았다.
“저, 그게…….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서든 꼭 보상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밀리의 간곡한 애원에도 그는 들리지 않는 듯, 저택의 대문 앞에 섰다. 모든 것을 지켜본 경비병들이 그녀를 바라보자 밀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문을 개방해주었다.
“가서 라이딘 가의 콘라드가 왔다고 전하여라.”
분명 한껏 기분이 상할 일이었지만, 이상하게 그 도련님은 들떠 보였다. 어딘지 신난 것 같기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승부에서 이겨 기뻐하는 느낌이다. 어찌 됐든, 밀리는 죽은 목숨이라 생각하고 빌 수밖엔 없었다.
“죄송하지만 주인께서 외출하셔서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한 번만 봐주시면…….”
밀리가 납작 엎드려 빌었지만 그런 것이 통할 사람이 아니다. 소란에 저택을 관리하는 집사가 나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베른의 병사 중 한 사람이었다. 콘라드의 정체를 아는 자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집사치곤 꽤나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와 장대한 기골에 콘라드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여긴 손님 접대를 이런 식으로 하나? 이 집의 하녀가 내게 큰 무례를 범했는데 이딴 식으로밖에 대접을 못 하나?”
콘라드가 큰소리를 내며 그를 제치고 들어가 응접실의 소파에 뭉개고 앉았다. 그리곤 여기저기 둘러보며 뻗댔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엘리시아의 얼굴이 보일 때까지 주저앉아 있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집사라면 몰라도 하베른의 병사인 집사는 그를 그리 두고 보지 않았다.
“옷부터 갈아입으시지요.”
“뭐? 그걸로 보상이 된다고 생각하나? 주인도 없는 이 집에서 내 어찌 그럴 수 있느냐! 주인이 그리 가르쳤어?”
못 배워먹었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거대한 덩치에 압도된 콘라드는 뒷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뻗대고, 소리친 것 자체가 그의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라 어색하고 힘들긴 했다. 그래도 이런 과정을 거쳐서 그녀를 만날 수만 있다면, 대화라도 제대로 나눌 기회가 온다면 그것으로 목적을 달성했다 볼 수 있기에 콘라드는 제 마음속 용기를 꺼내 소파에 뭉개고 누웠다.
“저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이글거리며 퍼져 있는 콘라드를 노려보던 집사에게 하녀 하나가 달려와 속삭였다. 귀가 밝은 콘라드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집사가 말했지만 콘라드는 몸을 일으켜 그의 뒤로 따라붙었다.
“오셨습니까.”
많은 이들이 있지 않은 저택이었지만 사용인들 모두가 모여 주인을 맞았다.
콘라드는 그 광경을 보며 비웃었다. 어디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것도 아닌데 다들 반가운 얼굴로 환영하는 것이 보기 싫었다. 특히나 주인 내외를 반기는 듯한 분위기가.
“황자님을 뵙습니다.”
많은 얼굴들 사이로 엘리시아가 나타나자 콘라드는 사용인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가 인사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용인들의 얼굴은 당혹으로 굳었고, 황자 또한 유쾌하지 않은 듯해 재미있었다. 그리고 엘리시아는…….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래, 라이딘 공자가 내 저택엔 어쩐 일이지. 내 짧은 기억엔 초대장을 보낸 적이 없는데. 혹 우리가 아주 오랜 친우였나?”
하베른이 물었지만 콘라드의 시선은 엘리시아에게 고정이었다. 그가 대답을 유보하는 동안 황자는 더러워진 그의 의복을 보곤 모든 상황 파악을 마쳤다.
“콘라드 라이딘, 들리지 않는가. 물었다. 내 저택엔 어쩐 일이지. 나와 약조도 하지 않고 말이야. 혹여, 사고가 있었다고 한들, 자네는 귀족의 애티튜드도 배우지 않은 것인가.”
매번 능글거렸던 하베른이 얼굴을 굳히고 묻자 그제야 콘라드는 눈을 돌려 황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저하의 하녀가 제 의복을 이렇게 만들어버려 오늘 제 모든 일정이 망가졌습니다. 당장 의복뿐 아니라 피해 입은 시간까지 보상을 논의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이 꼴로 다른 곳을 오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엘리시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콘라드는 고작 저딴 얼룩 따위에 발목이 잡힐 만한 인사가 아니다. 평생을 옆에서 챙겨줬던 그녀로선 어이가 없었다.
“저하, 그럼 저는 먼저 올라가보겠습니다.”
그 목적이 무엇인지도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엘리시아는 더더욱 말을 아꼈다. 이런 짓까지 해가며 저를 만나 할 말이 전혀, 궁금하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엘리시아가 속삭이는 소리에 콘라드는 당황했다.
“저, 저기…….”
“라이딘 공자, 그럼 응접실로 가지. 피곤할 테니 당신은 올라가 있어.”
자연스레 뺨에 입을 맞추고 올라가는 엘리시아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콘라드는 그녀를 붙잡을 타이밍을 놓치고 어버버할 수밖엔 없었다.
“갔어요?”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엘리시아는 책을 보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하베른에게 물었다.
“응, 거의 바로 가던데.”
그럴 것이다. 하베른에겐 볼일이 없었을 테니까. 아마 시답잖은 대화를 하자며 꼬투리를 잡고 늘어질 계획이었겠지.
“갑자기 왜 저렇게 집착하는 거야?”
“글쎄요. 저쪽 애정 전선에 문제가 생긴 걸지도 모르죠. 그게 아니더라도 원래 욕심이 많던 사람이에요. 제게 집착하면 싫어하다가도 또 자신이 제일 애정을 받아야 만족하는 사람이거든요.”
엘리시아는 콘라드를 잘 알았다. 근 20여 년간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었으니까. 예전 약혼녀 자리에 있었을 때도 그녀가 지적하면 진저리치다가도 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으면 옆에 와서 알짱거리곤 했으니.
“당신이 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자꾸만 질투 나. 당신이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였으면 좋겠어.”
다소 심술궂은 말에 엘리시아가 웃었다.
“그러는 저하는요?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저예요? 그건 아닐 거잖아요.”
“너야.”
단호히 대답하는 그의 능청스러움이 재미있어 엘리시아의 입에선 작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
“거짓말. 저랑 이렇게 가까워진 지 얼마나 되었다구.”
하베른이 그녀의 손끝을 들어올려 입을 맞췄다. 그리곤 검지 끝을 아프지 않게 살짝 물었다.
“말했잖아. 내 세계는 너라고. 세상에 한 명뿐인데 그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겠어?”
반항기 어린 강아지 같아서 엘리시아는 그의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었다.
“콘라드가 절 자꾸 찾아오는 건 괜찮고, 제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질투 난다니 이상한 세계네요?”
그가 괜한 걸 묻는다며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 자식은 내 신경을 거스를 가치도 없는 존재니까. 내가 흔들리는 건 당신에 의해서 뿐인걸. 자꾸 와서 당신을 귀찮게 하는 건 굉장히 짜증 나지만 그것 외엔 없어. 당신이 별 신경 안 쓰는 것 같으니까 됐어.”
이상한 데서 단호했다. 하지만 그런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어 엘리시아는 천천히 그의 머리칼을 흩트렸다. 손안에서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머리카락의 감촉이 좋아 만지작거리는데 그가 다급하게 손목을 붙잡았다.
“나는 괜찮긴 한데, 그럼 저녁은 건너뛸까?”
불거진 핏줄과 약간은 달아오른 그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제가 어떤 자극을 가했는지 깨달은 엘리시아는 조금 물러났다.
“저녁은 드셔야죠.”
가볍게 그의 얼굴을 잡아서 웃곤 자리에서 비켜 나왔다.
“엘리시아, 이건 아니지.”
그의 억울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엘리시아는 웃으며 방 밖으로 도망갈 뿐 그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진짜 이건 아니지! 당신은 내 세계라니까, 세계가 이런 벌을 내리면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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