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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라넌큘러스(Ranunculus)

금빛 안개 지음노블오즈201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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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화가계의 거장 「르누아스 마르티어스」는 그림에 대한 열망을 잊은 채 하릴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여유작작한 그의 모습에 조수 바티는 발만 동동 구르는데…….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한 여인의 눈부신 모습에 영감을 얻은 르누아스는 그녀를 그리고 싶은 열망과 누군가를 향한 복수심을 동시에 느끼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지극히 감정적으로 붙잡은 그 기회가 르누아스 자신에게 가장 큰 혼란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한 채.
달콤한 로맨스 판타지, 그 두 번째 이야기.
목차
- 시작 전.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이야기
- 매혹
- 열정
- 갈망
- 종결 후.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이야기
작가 소개
지은이 : 금빛 안개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때 행복해지는 이야기, 여운이 남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출간&출간예정작: <에린지움>, <라넌큘러스>, <비밀정원에서의 티타임>, <줄리아, 어디에 있니?>, <사자와 장미>
일러스트 : sizh
커피와 그림과 밤을 좋아하는 몽상가입니다.
책 속으로
벌써 해가 중천에 뜬 한낮임에도 방에는 어스름한 빛만이 얇은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굳게 쳐진 커튼 사이로 다만 가냘픈 햇살이 새어 들어온다. 줄곧 미동 없이 앉아있던 이의 얼굴에 짙은 음영이 덧그려졌다.
“……그래서.”
마침내 그는 마른 얼굴을 대충 감싸고 있던 손을 내리며 속삭였다. 한동안 입 밖으로 내뱉어진 적이 없는 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마디가 굵은 긴 손가락 사이로 느리게 모습을 드러낸 눈동자가 그 공간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을 처음으로 안에 담아냈다.
“찾았나?”
실로 짤막한 물음이었으나 그 안에 깃든 것이 어느 정도로 큰 갈망인지 두 사람 모두 모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문 앞에 자리하고 있던 소년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향해 간결하고도 명료한 확답을 들려주었다.
“찾았어요.”
“어디에?”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가까이에 있던 걸요. 여기에서 100마르 정도 떨어진 다나이스 영지요.”
그러자 정말 기가 찬다는 듯 가느다란 웃음소리가 한 차례 허공을 갈랐다. 이토록 가까이에 있는 것을 모르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아깝게 허비했다니. 아무리 등잔 밑이 어둡다고는 하지만 참으로 얼간이 같은 짓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상당히 유명한 여자더라고요. 일대에 모르는 사람이 없던데요.”
“그래. 그럴 만도 하지.”
“그래도 딱 한 번 본 사람을 기억에만 의존해서 찾는 건 진짜 어려운 거 아시죠? 다 제가 르누아스님의 유능한 조수라서 이렇게 찾은 거예요.”
“그래. 잘했다.”
비록 다른 생각에 잠겨 대충 대꾸해 주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풍기는 분위기만큼은 확연히 한결 부드러워진 채였다. 한동안 달거리 하는 계집애들처럼 예민해져서 계속 흉포한 기류를 뿜어내는 탓에 옆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던 날들이 얼마이던가. 원래도 무언가에 무섭게 집중하거나 반대로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을 때에는 몇 날 며칠 동안 방에만 틀어박혀 있곤 했지만, 이번에는 그 경우가 좀 심하다 싶었다. 날이 갈수록 점점 피폐해져 가는 그의 얼굴을 보며 조수인 소년 역시 얼마나 마음을 졸여야 했던가. 그런데 드디어 찾고자 했던 사람을 발견했으니 이제야 한결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내일 방문하실 거죠?”
“그래야지.”
소년은 여전히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한 남자의 눈치를 살살 보며 조금 용기 내어 슬쩍 몸을 움직였다.
“그럼 전 이만 나가 볼게요.”
한 발짝 뒷걸음쳐 멀어질 때까지도 남자는 계속 시선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적잖이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섣불리 안심한 소년이 막 몸을 돌리려던 찰나.
“바티.”
별안간 남자가 나지막하게 이름을 불러왔다.
“네?”
한순간 말을 더듬을 뻔했지만 소년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태연함을 가장해 반문했다. 하지만 이어진 말에는 그만 꼼짝없이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내려놔.”
가끔은 만만하다시피 웃음이 헤프고 나이 어린 조수가 평소 무슨 짓을 해도 한량처럼 너그러운 마음씨를 보였던 남자가 지금 이 순간에는 더없이 서늘한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두 번은 용서 없다.”
한편으로는 섬뜩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냉랭한 경고에 뼛속 깊은 곳까지 한기가 들어차는 듯했다. 그의 눈동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갑고 날카로웠다. 그 안에서 조용히 도사리고 있는 섬뜩한 광채에 오싹 소름이 끼쳤다.
소년은 그의 자비 하에 지금까지 묵인되어왔던 일들이 이번만큼은 절대로 수용되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눈치 빠르게 사실을 깨우친 소년이 등 뒤에 숨기고 있던 것을 본래 있던 자리에 다시 조심스럽게 놓아둔 뒤 엉거주춤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가 문을 닫고 나설 때까지도 남자의 시선은 한곳에 고정된 채 두 번 다시 그를 향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수 바티도 그저 소리 없이 스르륵 문을 닫고 자리를 떠났다.
바티가 사라진 방 안에는 무거운 적막만이 감돌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발치에 있는 하얀 종이에 못 박혀 있었다. 방 안은 아직 어두웠지만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그의 눈에는 종이 속의 형체가 선명히 보였다. 아니, 언제고 그 얼굴이 잠시간이나마 흐렸던 적이 있을까……. 지금도 눈을 뜨나 눈을 감으나 바로 가까이에서 그 윤곽을 덧그리듯 또렷이 시야에 비치는 얼굴.
별들의 무덤처럼 눈이 아리게 반짝이던 렘브로스 강과 그 다리 위에서 조각난 빛을 성화처럼 두르고 있던 여자. 바람을 따라 연약한 광채를 발하며 나부끼던 금사. 허공에 포말을 그리던 순백의 베일. 그리고 짧은 주저함이 새겨진 시선 끝에서 느리게 추락해 내리던 그 아스라하고도 위태로운…….
“……찾았어.”
그는 환상처럼 흔들리는 광경으로부터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날 이후 몇 번이고 머릿속에 그려 온 장면이 당장에라도 눈앞에서 흩어져버릴까 두렵기라도 한 것처럼. 바보 같은 말이지만 그는 환영 속의 여자가 자신을 향해 눈을 맞출 때마다, 숨이 멎는 듯했던 그때의 감상을 아직도 생생히 느끼곤 했다.
“드디어…….”
마치 믿기지 않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확인시키려는 것처럼 그는 다시금 되뇌었다.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 지금 그가 있는 공간에는 누군가를 스케치한 그림들이 무수히 많이 널려져 있었다. 습작이기 때문에 서명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것이었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었다.
마침내 그는 눈을 떴다. 비 오는 날의 하늘을 통째로 가져다 놓은 것 같은 흐린 회색의 점이 암흑 속에 빗물처럼 번졌다. 동시에 그것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강렬한 열망을 품은 채 형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어.”
그는 비로소 만족스럽게 웃었다.
출판사 서평
지난 5년간 초상화를 그릴 수 없었던 르누아스가 어렵게 다시 잡은 것은 붓일까, 아니면 복수를 향한 칼일까.
기회는 언제나 선택을 요구한다.
그는 과연 『아네샤 크라바트의 초상』의 절망을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싶다」는 열망으로 시작되어 복수를 위해 지속되는 인연, 텅 빈 마음속에 가득 담기는 진심과 혼란스러움 속에서
만약 당신이라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지금,
붉은 꽃 한 송이가 테이블 위에서 가만히 지고,
시간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