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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내 동생 건들면 너희는 다 죽은 목숨이다 1권
몰포 지음도서출판 가하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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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평점 | :  [참여수 0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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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 979-11-300-518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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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나는 열여섯의 로잘리테가 되었다.
침대에서 굴러떨어지고 눈을 떴더니 고전, 막장, 피폐, 치정, 환장의 BL소설 ‘푸른 별밤의 아스테리온’에 빙의했다. 그것도 인생 막다른 길에 다다라 자살하는 남자주인공 아스테리온의 누나 로잘리테로.
스토리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결말에 이르렀는데 그 순간, 로잘리테에 빙의했던 열여섯 살로 돌아와 있었다.
이게 정답이 아닌 것 같았기에 동생을 곱게 키워봤다, 이번엔 외부요인으로 사망했고 로잘리테는 다시 회귀했다.
방향을 바꿔봤다. 동생이 아니라 자신에게 몰두하고 단련했다.
이것도 아닌 것 같다. 마법을 배우다가도 회귀했고, 마탑 졸업논문 완성 파티를 하다가도 회귀했다.
끝없이 열여섯으로 돌아오는 로잘리테 록스버그, 나는 곱게 죽을 방법을 찾고 있다.
2. 작가 소개
몰포
3. 차례
#1~22회차
#22회차 : 열여섯의 로잘리테
#외전 : 아스테리온 록스버그 씨의 인생 ~‘노 로잘리테 노 라이프’~
#외전 : 세이지 오스왈드 씨는 혁명이 하고 싶어
#22회차 : 열여덟의 로잘리테 (1)
#22회차 : 열여덟의 로잘리테 (2)
4. 미리 보기
나는 열여섯의 로잘리테가 되었다.
오후 2시 체크.
창밖의 푸른 하늘 체크.
머리길이 체크. 내 오후 티타임을 준비하는 베키, 릴리, 바이올렛 체크.
정원은 아름답고 새들은 지저귀고 햇살은 포근한 내 공작 저택은 오늘도 평화롭다.
아직은 아빠거지만 뭐 어떤가 난 후계잔데. 앞으로 내 것이 될 거라면 내 것이라 칭해도 별문제 없을 거다.
<21회차>는 20회차와 달리 통상상태임을 확인한 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입을 뗐다.
“베키, 아래층에서 서성이고 있을 아스터 브라운 경을 데려오렴. 릴리, 객식구를 데려오렴. 얘는 나도 어디로 튀어 있을지 모르겠구나. 바이올렛, 찻잔 하나 더 준비하고 고오오오급 양피지와 펜을 준비하렴.”
“예, 작은주인님!”
아유우 셋이서 입을 모아 말하는 게 귀엽기도 하지. 내 명령을 수행하겠다며 치맛자락 들고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은 더 귀여웠다. 이 나이 먹고 나니까 어린애들이 뭐 해보겠다고 용쓰는 거 보면 별게 다 귀엽기는 한데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특히나 귀여워 보였다.
나도 이제 호상할 수 있을 거 같다. 요는 아스테리온 소원만 들어주면 된다는 거 아닌가.
내가 왕위 빼고는 다 가졌는데 리온에게 못 해줄 게 뭐가 있나.
나는 차를 호로록 마시고 바이올렛이 가져온 양피지를 펼쳐 만년필을 들었다. 이곳에도 종이가 보급화되어 있긴 하지만 이런 중요한 일엔 전통을 따르는 법이다. 이른바 허례허식이라고 하지.
지금 같은 경우야 고작 비싼 양피지 한 장을 사용하는 것밖에 되지 않지만 스케일이 커지면 ‘우리 집이 이 정도는 챙길 형편은 된답니다, 오호호!’ 하며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다. 깝치는 상대를 돈지랄로 찍어 누르면 기분이 좋다. 허례허식은 최고다.
“아스터 경을 모셔왔습니다, 작은주인님.”
어머나, 베키. 일처리가 빠르기도 하지. 그러니까 방계에서 첩자로 널 보낸 거겠지? 너 때문에 나는 몇 번을 죽을 뻔했고 아스테리온은 한 번 죽었단다. 설마 레모네이드에 독 탄 게 너였을 줄이야. 그 사실을 알아내고 너의 작은주인님은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기는 줄 알았단다, 망할 년.
“수고했다, 베키. 오늘부로 넌 해고란다.”
“예?”
애가 아직 상황파악이 덜 된 모양이다. 하지만 난 바쁘니까 유려한 필체로 임명장을 써내려가는 데 힘쓰며 곁다리로 손을 내저었다.
“당숙께 안부 전해주렴.”
“……지금까지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드디어 이해했나. 만감이 교차하는지 부들부들 떨며 인사를 올린 베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곳을 떠났다. 돌아가봤자 죽은 목숨일 테니 많은 생각이 들겠지.
아, 다 됐다.
나는 양피지에 임명장을 다 쓰고 잉크를 빨리 말리기 위해 입으로 후후 불었다. 내게서 몇 발짝 떨어져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 아스터 경은 지금 상황이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하긴 얼굴 몇 번 본 적도 없는 내가 뜬금없이 부르질 않나, 불러서 왔더니 자기 부른 하녀는 잘리질 않나. 이게 만약 책잡힌 사람들을 위한 소집이라 짐작한다면 긴장할 만도 했다.
“아스터 경, 세 걸음 앞으로.”
하지만 내가 그녀를 부른 것은 책잡을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내 호위를 3회 역임하며 단 한 번도 아스테리온에게 홀리지 않고 날 지켜준 기사님. 3대째 공작가에 몸 바쳐 일하느라 고집은 드럽게 세고 명예는 더 드으으으럽게 찾지만 일 잘하고 충직한 나의 기사님. 내 인생의 빛과 소금! 아냐. 소금은 짜니까 그저 빛! 아스터 빛!
“꿇어.”
“아가씨, 이게 무슨…….”
“언제 적 아가씨야 꿇기나 해.”
하여간 이 집은 대대로 여기서 일하다 보니 공작가 사람들을 애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아스터의 아버지 되는 윌리엄 경도 5회차쯤에선가 아빠를 도련님이라 불러서 내가 개처웃은 적이 있었지.
그날 나는 공석에서 빵 터진 죄로 사흘 정도 외출 금지를 받았고 사흘 내내 방에서 도련님이래 깔깔깔 웃으며 방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그 일이 아빠 귀에 들어가서 추가로 이틀을 더 외출 금지당했다.
그런 일도 있었지. 정말 먼 옛날의 추억이다.
“빨리.”
얘, 아직 안 꿇고 있었네.
나는 키가 멀대같이 큰 아스터 경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키가 엄청 크고 갈색 머리를 짧게 치긴 했지만 잘 보면 여자인 걸 알 수 있다. 처음엔 콤플렉스라도 있어서 저러고 다니나 했는데 예전에 물어보니 그냥 편해서라는 답을 들었다. 짧으면 머리 감고 나서 빨리 말라서 좋고 옷이며 속옷은 그냥 형제들 거 뺏어 입으면 돈 안 드니까 최고라고 했다.
지금도 아스터 경은 대충 집안 빨랫줄에 널린 것을 가져와 누구 건지도 모르는 사각팬티를 입고 있겠지. 솔직히 트렁크 팬티 최고 편하니까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꿇었습니다, 아가씨.”
아, 꿇었구나.
그럼 지체할 이유가 없지. 나는 의자에 앉아 엉덩이만 돌려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아스터 경을 봤다. 난 왼손에 임명장 양피지를 둘둘 말아 잡고, 오른손을 쫙 펴 아스터의 양어깨와 머리를 톡 건드려 약식의례를 한 뒤 결론만을 입에 담았다.
“아스터 경을, 내, 호위기사로, 임명합니다.”
“예?”
“임명합니다. 나중에 아빠에게 임명장 제출하고 정식 임명 날짜를 받아 오세요.”
“아가씨, 이런 건 간단히 정할 일이…….”
“대답.”
“받들겠습니다.”
아이고 착하다.
나는 임명장을 아스터에게 넘겨주고 바이올렛을 불렀다. 호위 하나 정하는 데도 할 일이 많았다.
우선 치수 재고 ‘제가 로잘리테 록스버그 님의 호위기사입니다. 덤비면 그쪽에게 큰 피해가 가니 알아서 피해 가십시오.’ 하고 자기 표현할 수 있는 옷을 지어야 했다. 공작가 인장 땅땅 박힌 무기도 지급해야 했고, 임명식은 다용도 홀에서 한다 치고 공작가 직속 행정관 불러다 왕실에 정식 기사 작위를 신청해야 했고 오늘부터 일할 테니 그에 관한 급료 변경사항을 양식을 지켜 서류로 만든 다음 집사장에게 전달해야 했다.
내가 이 저택에서 작은주인님으로 불리는 덴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공작가 정식 후계자인 나는 이 짧은 티타임을 마치면 집무실에 틀어박혀 공무를 집행해야 했다. 제기랄, 오빠나 언니 하나쯤 있었으면 걔한테 다 떠넘기고 얼마나 좋아. 미쳐버리겠네!
“바이올렛. 저거 벗겨서 치수 재도록.”
“알겠습니다, 작은주인님!”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나 바쁘다. 빨리 좀 하자.
나는 어차피 벗을 거면서 쓸데없는 저항을 하는 아스터 경을 구경하며 간식을 오물거렸다. 그나저나 이쯤 되면 릴리가 성희롱 범죄자를 데려올 때가 됐는데.
“딜런 님을 모셔왔습니다, 작은주인님.”
음. 그래. 빠르지도 늦지도 않았어, 릴리.
나는 입실을 허락하고 성범죄자인 내 사촌을 봤다. 우리 집안 유전자가 강하게 발현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은발과 금안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불쌍할 정도로 곱슬머리였다. 은발 곱슬은 굉장한 위화감이 있다. 나랑 아빠랑 리온은 생머리라 다행이다.
“불렀냐 로잘리테.”
“네 불렀습니다. 이대로 죽겠습니까 집안에서 퇴출당하시겠습니까.”
나는 바쁜 몸인지라 상대가 테이블 의자에 앉자마자 본론을 말했다. 여전히 구석에서 옷 치수를 재고 있는 아스터에게 눈짓했더니 아스터는 요령 좋게도 검집을 들어 언제라도 출검(出劍)할 준비를 했다.
그나저나 딜런 얘는 여자가 방구석에서 헐벗고 옷 치수 재고 있는데도 눈길도 주지 않는다. 참, 이거 리온을 향한 마음만은 올곧다 해야 할지.
“웬 협박질이야? 드디어 네 주제를 깨닫고 위기감이라도 느끼셨나? 이 몸이 워낙 후계에 걸맞은 재목이어야 말이지.”
지랄 마라. 너보다 잘난 놈은 방계에도 수두룩하고, 직계 방계 다 털어서 나보다 공작령을 잘 다스리고 왕실에 압박 잘 넣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작님 하룻밤 실수로 리온이 저렇게 산다고 해도 내 동생인 데에는 변함이 없단다. 이 말로도 못 알아들을 정도의 바보라면 향후 공작가에 폐가 되겠지.”
“…….”
“소중한 아드님을 잃은 숙부님께 조문편지 보낼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아프구나.”
나는 옷소매로 눈물을 찍어 닦는 척했다. 아무리 쓰레기라고 해도 젊은 애가 요절하는 꼴은 보고 싶지도 않고, 벌써부터 아스터의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공작가 사람이 아니게 되더라도 자작위는 가지고 있으니, 숙부님께 토지 조금 떼어 받아서 저기 멀리 시골 가서 여생을 보내렴. 그 말을 둘러둘러 말하자 딜런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치고 일어나더니 씩씩거리며 나가버렸다. 이제 리온을 정식으로 집에 들이고 숙부님께 딜런이 한 일을 통보한 다음 호적에서 파버리면 된다.
바쁘다 바빠. 리온아 알고 있니, 누나는 널 위해 매번 이렇게 바쁜 나날을 지내왔단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치수를 다 잰 것인지 옷을 모두 챙겨 입은 아스터가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미심쩍은 얼굴로 딜런이 나간 문을 바라봤다.
“보복이라도 하면.”
“그럴 배짱 없어.”
난 웃으며 아스터의 말에 부정했다. 그리고 맞은편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내가 바이올렛에게 추가로 부탁한 찻잔은 아스터 경을 위한 것이었다.
“3시까지 얼마나 남았지?”
“넘었습니다만.”
이런 젠장.
얼른 마시고 일하러 가야겠다.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뤄봤자 내일의 내가 고생할 뿐이다.
“……편히 있다 가도록 하자.”
하지만 조금만 느긋하게 있어볼까.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내 집에 있어보는 것도 오랜만이고, 아스터와 얘기를 나누는 것도 오랜만이기도 하고.
결론을 말하자면 나도 조금 쉬고 싶다는 소리다. 정신적으로.
나는 아스터에게 입힐 예쁜 옷 얘기며, 임명식 일정에 대한 얘기며, 브라운 일가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정말 오랜만에 포근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제 가서 아빠가 떠넘긴 일 해야지.
“작은주인님! 작은주인님 큰일 났습니다!”
오늘부로 호위기사가 된 아스터를 대동하고 이제 막 내 방에 딸린 응접실을 나가려는데 누군가 급하게 외쳤다.
헉헉, 가쁜 숨을 쉬며 뛰어와 내게 보고를 올리는 하녀는 별관 소속의 올리비에였다. 얘가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는데 무슨 일이지?
“딜런 님이……! 딜런 님이 리온을……!”
음…….
딜런 님이, 리온을…… 음…….
저기 음…….
선생님 제가 지금 예감이 안 좋은데 그거 아니죠? 그거 아닐 거예요, 하하. 설마 선생님이 저한테 그런 짓을 하시려구, 하하.
◇ ◆ ◇
아직 마음의 정리도 되지 않았는데 나는 내가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말았다.
오후 2시 체크.
창밖의 푸른 하늘 체크.
머리길이 체크. 내 오후 티타임을 준비하는 베키, 릴리, 바이올렛 체크.
정원은 아름답고 새들은 지저귀고 햇살은 포근한 내 공작 저택은 오늘도 평화롭다.
나는 찻잔에 담긴 따뜻한 차를 한 모금 호르륵 마셨다.
“하…….”
선생님…….
전보다 난이도가 오른 것 같은데 제 착각일까요, 선생님…….
나는 열여섯의 로잘리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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