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종이책 출간본이었던 작품의 무삭제원본을 개정한 작품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둔 밤,
국내유명 언데 웨어 브랜드의 실력파 디자이너 해리는 시내 한 호프집에서 자신을 대놓고 훑어보는 한 남자의 관능적인 눈빛을 마주하고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야릇한 기분에 휩싸인다.
남자의 이름은 시내 중심가에서 ‘닥터 용’ 이란 이름의 피부과를 운영하고 있는 피부과 전문의 문지혁.
한데 알고 보니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빌라, 옆집에 한 달 전에 이사 온 이웃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밤, 뜻하지 않는 일로 그와 묘하게 얽혀버린 해리는 그날 이후, 점점 옆집 그 남자의 페이스에 묘하게 휘말려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당혹스러워하는데…… 처음엔 우연으로만 알아왔던 그 남자와의 만남, 한데, 그와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스쳐오는 알 수 없는 의혹들…….

-본문 중에서-

해리는 밀폐된 곳에 갇힌 사람처럼 숨을 헐떡거리며 힘겨운 저항을 해봤다. 어떻게 하루 만에 이 남자에게 이런 식으로 무너진단 말인가.
“흐아. 우린 겨우, 어제 알게 된…….”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더 이상 말을 못하게 지혁이 해리의 입술을 문채로 또다시 낮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가 꽉 잠긴 채 갈라져 나왔다. 그러면서도 그의 팔은 슬그머니 해리의 가슴을 미끄러지듯 휘돌아 허리를 감싸듯 거머쥐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가 반항할 틈조차 허락 않겠다는 듯 허리를 움켜잡은 그의 팔에 힘이 들어와 있었다. 그 바람에 해리의 몸이 바닥으로 엇비스듬히 기울어져 버렸고 이제 그녀를 받치고 있는 힘은 온전히 그였다. 때문에 해리는 바닥에 쓰러지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지혁의 목에 팔을 휘감으며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날개가 젖어버린 부나방처럼 맥없이 그녀의 뜨거워진 몸은 지혁이 선사하는 관능의 불길 속으로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아. 그, 그만…….”
해리는 지혁의 입술을 피해 고개를 이리저리 뒤로 젖히며 웅얼거렸다. 이미 머리카락은 찰랑거리며 바닥에 닿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건 질문에 대한 옳은 대답이 아니지.”
마치 여차하면 바닥에 드러눕힐 것만 같은 기세로 지혁이 그녀의 목덜미에 고개를 푹 파묻으며 달게 속삭였다. 목덜미에 와 닿는 그의 숨결에 해리는 흣, 하고 엷게 비명을 터뜨리며 진저리치듯 어깨를 말았다. 전류에 감전이라도 된 듯 그의 입김이 와 닿은 살갗이 찌르르해졌다. 그녀는 지혁을 떠밀기 위해 감고 있던 그의 목에서 팔을 풀어봤지만 몸 위로 쏟아지는 남자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기껏 허공에다 대고 팔을 허우적거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몸을 점유한 이상야릇한 열기와 그가 주는 낯선 전율에 사로잡혀 버린 몸은 오히려 기운을 잃은 채 풀어지고 있었다. 해리가 지혁의 입술을 피하면 피할수록 바닥과 그녀의 등의 간격은 점점 더 좁아졌고 그의 상체는 덮칠 듯 그녀의 젖가슴과 바짝 더 밀착되어지고 있었다.
“하아. 잠깐만.”
거의 드러눕혀지기 일보직전에서 해리는 다시금 숨 가쁜 발악을 하듯 지혁을 보았다. 불꽃이 타닥타닥 소리 날 것만 이글거리는 눈길로 그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거칠게 숨을 몰아쉴 때마다 위 단추가 두세 개 끌러진 셔츠 깃 새로 암벽처럼 탄탄한 가슴이 덩달아 씰룩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해리는 숨이 차와 입술을 빨아가며 웅얼거렸다.
“난 아직 준비가…….”
“그럼 지금부터 준비해.”
자르듯 지혁은 해리의 보드라운 목덜미로 입술을 굴리며 속삭였다. 그 바람에 해리는 또 다시 경련에 떨 듯 어깨를 움찔거리며 지혁의 옷자락을 붙잡고 매달려야 했다. 허리를 받쳐 든 그의 팔이 살짝 밑으로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해리는 반사적으로 흘깃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바닥과 자신의 몸 간격을 측정했다. 그의 팔이 아슬아슬한 간격을 유지하며 자신의 몸을 받치고 있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몸이 바닥에 닿고 그의 몸이 그대로 덮칠 것 같아 머리가 아찔한데, 그의 입술은 이미 목덜미를 지나 점점 가슴 골짜기 쪽으로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그 순간 명백히 제 몸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 그였다.
‘하. 이럴 순 없어.’
어떻게 이렇게 꼼짝 못하도록 저를 제압해 버린단 말인가!
하지만 그러면서도 몸은 아주 정직하게 그의 자극에 반응하고 있었다.


프롤로그
제1화 준비되지 않는 이별
제2화 그 여자
제3화 그 남자
제4화 우리는 이웃
제5화 인연의 시작은 이미 오래전
제6화 사랑의 옻
제7화 닥터 용의 정체
제8화 연적
제9화 사랑의 이면
제10화 나의 키다리아저씨, 닥터 용
에필로그

당시는 최선을 다했다 여긴 글이지만, 뒤돌아보면 왜 이렇게 아쉽고, 민망하고, 후회가 밀려오는지……, 가끔 괴로워 자학합니다. 시간이 흐른 후에도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이야기, 언젠가 시간이 지난 뒤 펼쳐들었을 때 조금이라도 후회가 덜 남는 글을 쓰기 위해 몸부림중입니다.

작품: 남편만들기, 운우, 낙인애, 황제의 연인, 적월하연정, 러브스토리, 강호지연, 연인, 쉬즈마인, 윤정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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