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림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현재까지 쭈욱, 영우만 좋아했다. 영우를 향한 마음을 조용히 다이어리에 쏟아 내며 5년의 짝사랑을 지켜가던 어느 날……! 다이어리가 없어졌다. 사색이 되어 온 학교를 이 잡듯 뒤져 봤지만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도무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 이틀, 사흘…… 일주일. 일주일 뒤, 분실한 다이어리를 주웠다며 낯선 남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알고 봤더니 그는 영우와 같은 과 동기 이시준.

‘과 동기가 주워갔을 거란 최악의 생각은 해본 적 없. 다. 고!'


은세림
“난 겁이 나, 네가 꿈일까 봐. 아침에 일어나 눈물짓게 될까 봐.”

이시준
“네 앞에 서 있는 사람 다른 누구도 아닌, 환상도 아닌 진짜 이시준이야.”



● 본문 중에서

“내 다이어리!”
세림은 기쁨 마음에 다이어리를 덥석, 잡았다.
잡았다?
테이블 위에 가만히 뉘여 있던 다이어리가 순식간에 쏙, 손길을 피해 사라져버렸다. 세림이 어찌된 일인고 남자를 보니, 그의 손에 다이어리가 들려 있었다.
“공짜로는 못 돌려주지.”
그는 짓궂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황당한 세림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멍하게 그를 올려 보았다.
공짜로 못 돌려주면, 사례금이라도 달란 얘긴가? 밝히기는. 그토록 애타게 찾던 다이어리였다. 그 정도 인심이야 못 써줄 것도 없다.
“그럼 혹시 사례를…….”
……말씀 하시는 건가요? 라고 하려는 데, 그가 불쑥 말을 꺼냈다.
“태종대학교 05학번 국어국문과 은세림, 그리고 같은 학교 의예과 05학번 박영우.”
남자가 능청스레 웃었다. 세림은 어, 하듯 눈동자를 굳혔다.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된다. 저도 모르게 벌려진 입은 황당함에 다물어지지 않았다. 놀라움은 곧 분노로 바뀌고 만다.
“호, 혹시…… 다이어리 안에, 내용 보셨어요? 그런 거예요?”
“…….”
“아, 아니. 아무리 다리어리를 주웠어도 그렇지! 그런 걸 보며 어떻게 해요?”
당황스러움에 세림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높아졌지만, 남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다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두 눈을 도끼같이 뜨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불규칙적으로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에이씨, 설마 주변 사람들한테 다 말하고 다닌 거 아니야? 미치겠네!
“같은 학교 의예과 05학번 이시준.”
한껏 인상을 구기며 생각에 잠겨 있던 세림은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남자를 있는 대로 째려보았다.
“나야.”



● 미리보기

없다, 없어!
세림은 한참 전부터 사색이 된 얼굴로 과실의 서랍이며, 책상을 헤집었다. 신문과 각종 음식점 전단지들이 수북한 책상은 금세 어질러지고 만다.
과실 창가에 위치한 컴퓨터로 리포트를 정리하던 동기는 굳은 얼굴로 세림을 흘깃 쳐다보았다. 정신을 홀딱 빼놓는 그녀 때문에 덩달아 자신까지도 리포트에 집중할 수가 없다.
“도대체 아까부터 뭘 찾는 거야?”
“다!”
엎드린 채로 소파 밑바닥을 살피던 세림이 대답하다 말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다?
동기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다, 뭐? 전부 다?”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으이구!
무어라 대꾸하려던 세림은 이내 아랫입술을 깨물며 어색하게 웃어 버렸다.
여기에는 없나 보다.
그녀는 두 주먹을 꾹 쥐며 자리에서 일어나 과실을 허둥지둥 나섰다. 들키고 싶지 않은 물건을 찾는 사람처럼 수상쩍은 모양새다.
큰일이다!
세림은 화장실 앞을 왔다갔다 거리며 쌍꺼풀 라인이 예쁘게 그려진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초조함이 묻어나는 얼굴로 손톱을 입에 물다가 다시 손바닥으로 치맛자락을 그러쥔다. 입술은 자꾸만 자꾸만 잡아 물다 번득,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험 보기 전 수업의 강의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기서 잃어버렸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하는 생각이 들자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수업이 끝나고는 창가 위에 둔 물건 그대로 들고 과실로 갔었는데 거기에 없다는 게 말이 돼? 과실과 오늘 시험을 보았던 강의실, 수업을 들은 강의실 모두를 이 잡듯 뒤졌다. 도대체 어디서 잃어버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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