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여자라면 누구나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린다.

『생리하는 5일간, 날 남자로 만들어줘.』

생리통이 심한 그녀, 소원이 무엇이냔 두꺼비의 물음에 장난삼아 던진 말이 현실이 될 줄 몰랐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야.』

-졸지에 내 사랑 현우 씨와 같이 볼일을 봐야하는 그녀.
남자 화장실 가기가 대략 난감이오.

게다가 단짝 친구 수민은 반짝이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재수 대가리 박기혁은 평소와 달리 다정하기만 하다.

『나, 정환이가 아니라 정현이에요.』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고, 그와 함께 여행을 간다. 하지만…….

『과연 그녀는 마법에서 풀려나 동화 속 공주님처럼 행복하게 살았을까?』

그녀 혹은 그만의 아찔하게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
평범한 결말은 노노!



<미리보기>

욕실로 들어선 털 난 다리가 좌변기 앞에 머물렀다. 털썩 주저앉아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는 습관처럼 둘둘 휴지를 말아 고개를 내리는데.
엥? 배꼽 아래,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이것은 야구 동영상에서나 봤음직한 커다란 방망이.
근데 이게 왜 나한테 달려 있는 거지?
찰나의 시간, 눈을 껌뻑이며 이게 왜 나한테 달려 있을까,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던 정현의 머리카락이 쭈뼛 일어섰다.
앗, 이런 게 달려 있으면 절대 안 되는 거다.
“으아아아!”
팬티도 올리지 않은 채 소리를 질러대던 정현의 시선이 세면대 앞의 거울을 향하자 거울 속에 한 남자가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게 보인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봐도 거울 속 어디에도 서정현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대신 자신을 똑같이 따라하고 있는 웬 남자의 모습만 있을 뿐.
“으아아악!”
벌컥 소리와 함께 욕실 문이 열리고 엄마가 들어왔다.
엄마, 놀라지 마. 절대 기절하면 안 돼.
하얗게 사색이 된 정현이 손을 내저으며 입을 벙긋거리는데 아무렇지 않은 엄마의 물음이 들려온다.
“왜?”
헐. 왜라니. 이 꼴을 보고 왜라니.
“팬티나 입어, 이놈아. 아침부터 웬 고추 자랑이야. 다 큰 게.”
엄마. 나한테 자랑할 고추가 어디 있다고.
근데 지금 밑에 달려 있다.
아 놔, 환장하겠네.
도저히 아래로 시선을 향할 수 없었던 정현이 떨리는 손으로 밑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게, 이게 왜 여기에.”
“네가 달고 태어난 걸 나보고 어쩌라고?”
어이없다는 듯 엄마가 한마딜 툭 내뱉는데 안방 욕실에서 엄마를 불러대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양반은 또 뭘 찾느라. 너나 네 아빠나 바쁜 아침 시간엔 좀 알아서들 할 수 없냐?”
다다다 빠르게 잔소리를 늘어놓은 엄마가 그대로 몸을 돌려 욕실 밖으로 사라졌다.
내가, 이걸, 달고, 태어났다고?
맹세코 나는 이것을 야구 동영상에서밖에 본 적이 없는데?
“어때. 마음에 들어?”
팬티를 무릎 근처에 내린 채 어정쩡하게 서 있던 정현 뒤로 뜬금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냉큼 팬티를 올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꿈에서 봤던 두식이가 팔짱을 낀 채 비스듬히 서 있는 게 보인다.
“너, 너.”
하도 기가 막히니까 아무 말도 생각나질 않는다.
얼굴을 빨갛고, 머릿속은 하얗고,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왜, 마음에 안 들어? 어제 인터넷 뒤져서 한국인이 선호하는 표준 체형에 맞춘 건데.”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난다.
어젯밤 꿈에 저놈의 두식이 나타나 소원을 말해 봐, 어쩌고 했었고 로또 1등, 얼굴은 김태희, 몸매는 김사랑, 하다가 결국 생리하는 5일간 남자로 만들어 달라는.
아. 그러니까 아직 꿈이란 말인 거지.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정현이 멍한 얼굴에 찬물을 끼얹으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나저나 꿈이 깨기 전에 빨리 F4 목욕탕을 찾아가야 하는데.
“얼른 씻고 와! 국 다 식는다!”
엄마의 고함에 냉큼 주방으로 달려가니 어느새 식탁 앞에 자리를 잡은 아빠가 정현을 바라보며 ‘얼른 앉아라.’ 한마디를 하곤 태연히 젓가락을 움직이신다. 엄마의 눈에도, 아빠의 눈에도 제가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두식의 말대로 제대로 최면에 걸리신 듯하다.
꿈이지만 정말 남자다. 고로 생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리통이 사라졌다.
꿈이 이루어지긴 했는데 뭔가 허무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로또 1등이라 말해 보는 건데.

행복한 작가

책장을 덮고 나서도 입가에 머문 미소가 떠나지 않는, 따뜻한 글을 쓰고픈 글쟁이.

글을 쓸 때마다 여주인공으로 빙의되는 탓에 현실과 로망 사이에서 항상 방황 중.

 

출간작

 

『키스하고 싶은 여자』

『사랑을 찾다』

『힐링(Healing)』

『로맨스도 파나요?』

『너의 입술이 사랑을 말할 때』

『이렇게 달콤해서』

『리버스(Reverse)』

 

 

-전자책-

 

『열여덟, 서른』

『아찔하게 달콤한』

『그녀를 위한 드라마』

『귀연(歸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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