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살다 보면 아주 중요한 게 있는데 그게 뭔지 알아?”
해영의 뜬금없는 질문에 들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신뢰?”
“그거야 당연한 거고.”
“그럼, 사랑?”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부터 해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애할 때나 사랑이지. 결혼은 현실이야. 물론 사랑도 중요하고 신뢰도 중요해.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속 시원하게 말해 주면 어디가 덧나? 보통 때는 불안할 정도로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해영이 아리송하게 굴며 말을 뱅뱅 돌리자 들레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속궁합.”
“에엥?”
“그렇게 반응할 거 아니야. 살다 보면 속궁합 그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했다는 사람들 태반이 속궁합 때문이라는 말도 있잖아. 성격 차이가 아니라 성적 차이라고 말이야. 멀리 볼 것도 없이 꽃집이 그 증인이잖아. 한 달에 한 번 발기되는, 그나마도 1분이 안 가는 남자랑 어떻게 같이 사냐고 하는 소리 자기도 똑똑히 들어 놓곤.”
듣고 보니 기억난다. 얼굴이며 몸매가 끝내주게 예쁜 꽃집은, 끝내주게 멋있는 남자와 결혼한 지 겨우 2년 만에 이혼을 했다.
다 같이 몰려가서 다시없을 선남선녀의 결합이라며 호들갑스럽게 축하를 해 주었던 상가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꽃집의 이혼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상가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 중에 나이가 엇비슷한 여자들끼리 모여 저녁을 함께 먹은 날이었다. 그날 들었던 이야기다.
그때는 해영이 임신 전이라 다 같이 술을 마셨고, 얼마간의 취기가 오른 탓에 입들이 가벼워졌던 것 같다. 누군가 이혼한 이유를 물었고, 꽃집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한 달에 한 번 발기되는 남자랑 살 바엔 차라리 수녀가 되었을 거라고.
“다소 민망한 주제라 사람들이 툭 까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속궁합 그거 정말 중요하거든. 그러니까 자기가 그 남자한테 욕망을 느끼는 게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몰라. 창피해 할 일이 아니라.”
“어째서?”
“그 남자와의 속궁합이 어떤지 미리 맞춰 볼 계기가 되어 줄지도 모르잖아. 남자들, 열에 아홉은 여자가 흔들면 넘어오게 되어 있대. 그러니까 흔들어. 밑동 잡고 사정없이 흔들어서 쓰러뜨려 버려. 흔들고 또 흔들어도 버티면, 별수 있어? 도끼로 찍어 버리는 수밖에. 여기서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왜, 말이 있잖아. 매 이기는 장사 없다고. 하물며 도끼로 찍어대는데 안 넘어가고 못 배길걸. 찍고 또 찍어서 넘어오면 그때 확 덮쳐 버리는 거야.”

[로즈마리] [여동관과 남수라] [달콤하게 키스해줘] [라면과 스테이크]
[반지] 출간.
현재 깊이 잠수하여 거북이걸음으로 [몸살]과 [부록]을 쓰고 있으며,
로망띠끄에서 연재했던 [치유]를 개작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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