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뭐가 문제야? 남주 같은 건 바꾸면 되지!”

여동생이 쓴 소설, 이렇게 진행하면 인기 없어! 잘 진행되던 이야기를 중간에 자신이 파투내는 바람에 본격 남주가 체인지되고, 그 소설은 대 to the 박!

하지만 이게 뭐야!

눈을 떠보니 내가 그 소설 안에 있고,

거울 속 이 미녀는 바로바로, 이제는 조연이 되어버린 미래 폭군의 누나 ‘알리시아’!

여조도 악조도 아닌 몇 줄 안 나오는 비중 없는 캐릭터로, 부귀영화는커녕 이리저리 치이다 폭군(예정)남동생이랑 같이 목이 잘리게 생겼다!

내가 어쩌자고 그런 소릴 해가지고, 이제 와 혀를 자를 수도 없고…….

안 되겠다! 살아날 길은 이 소설을 벗어나는 것뿐!!

결국 몇 줄 안 나오는 남주의 친구인 상인을 꼬셔 이 나라를 뜨기로 한다.

그. 런. 데.

막상 밤을 함께 지낸 후 보게 된 남자의 외모가 심상치 않다.

“어, 어젯밤엔 분명 그 이름 말고 다른 이름으로 들었던 것 같은데. 으음, 뭐라더라. 라, 란슬롯 님이랬던가.”

“아, 그거 내 친구.”

“…….”

“왜, 문제 있어?”

저기요.

문제가 있냐고? 많지, 많다마다.

……남주가 왜 내 침대에서 나와!

2. 작가 소개

아페르타

3. 차례

#1

#2

4. 미리 보기

누구나 신혼은 뜨겁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수많은 고비를 넘긴, 막 상대의 마음까지 확인한, 심지어 무한 체력을 자랑하는 성검의 소유자라면 더욱 그러했다.

“으읏, 아레스.”

“허리를 들어.”

커다랗고 두꺼운 손이 멋대로 알리시아의 몸을 뒤집었다. 이미 빈틈없이 밀착한 그가 천천히 그녀의 허리선을 쓸어올렸다.

“제, 제발 그만.”

“……그만?”

대체, 왜, 무슨 이유로.

아레스의 짙은 눈썹이 불만스레 까딱였다. 그 잠시의 틈을 노린 알리시아가 억지로 그의 손을 걷어내고는 이불을 끌어올렸다.

“아침이라고요. 이제 일어나야죠!”

“……어째서 그래야 하지? 여긴 내 집이고 당신이 침대 위에 있는데.”

“와아.”

뻔뻔한 거 좋아하시는 분들, 여기 구경 좀 오세요! 누가 보면 지금껏 손만 잡고 잔 줄 알겠네.

알리시아가 억울하고 답답한 나머지 가슴을 치려다 멍이 들까 그만뒀다. 거기다 실제로 그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엔…….

“……왜? 문제 있어?”

아레스가 상반신을 일으키자 구릿빛 피부를 타고 땀방울이 흘렀다. 탄탄한 몸의 굴곡을 그대로 따라 내리는 그 움직임이 넋을 잃을 만큼 관능적이었다.

거기다 더운 듯 흑발을 쓸어넘기니 그녀부터가 침이 꿀꺽 넘어갔다.

“음…….”

정말이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 몸이 시도 때도 없이 제 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만 빼면.

“어쨌든 안 돼요. 무슨 짐승도 아니고. 정말 졸립단 말이에요.”

“아침이잖아.”

“하, 그럼 밤에는 자게 두셨어요?”

꼭 이럴 때만 밤낮 가리시더라!

알리시아가 그만두라며 단호하게 잘라냈다.

정색하지 않으면 금세 다시 제게로 고개를 기울일 남자다.

“노력해보지.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

“……그런데 꼭 그걸 바라는 것도 아니지 않아?”

그것도 딱 이런 식으로 은근슬쩍 말이지.

흥! 이럴 줄 알았다며 그녀가 눈을 가늘였다.

그를 내몰 방법을 생각해보던 알리시아는 결국 가장 성스럽고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냈다.

“솔직히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성검의 수호자가 이래도 되는 거예요? 이러다 예기치 못한 변란이라도 생기면 당신 말고 누가 나선다고…….”

“……저스틴.”

“아아.”

이건 인정.

승기를 잡으려던 알리시아는 수긍할 수밖에 없는 대답에 침울해졌다.

공작 부부가 드디어 크레노스 공작저에 터를 잡았다는 것은 충직하고 꿈 많은 집사 저스틴의 세상이 열렸다는 뜻과 동일했다.

「이 늙은이는 오로지 이 날만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마님, 어서 방으로 올라가시지요.」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공작 내외를 냅다 방으로 밀어넣은 것도 저스틴이다.

알리시아가 지나치게 화려한 침실에 기겁하자 그는 두 팔을 벌리며 껄껄 웃었다.

「놀라셨군요.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아뇨! 마음에 들죠. 들긴 드는데…… 너무 화려한 것이 아닌가 해서.」

「걱정 마십시오. 그럴 줄 알고 이것저것 준비해보았습니다. 웅장한 방, 우아한 방, 앤티크, 바로크! 문만 열어보십시오.」

처음 방만 보고 고개를 끄떡였다면 아쉬워서 어쩔 뻔했을까.

알리시아가 끝도 없는 복도와 그 양옆으로 줄줄이 있는 방들을 보며 고개를 젓자 아레스가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새신랑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집사의 꿈보다는 아내의 심신 안정이 중요했다.

「저스틴. 이건 봐도 너무 과한 듯싶은데. 알리시아가 원하는 방 하나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아쉽군요, 각하. 하루씩 번갈아가며 사용하시면 신혼의 새 기분을 내기 딱 좋으실 것 같았는데…….」

「……알리시아, 잘 생각해봐. 이미 만든 방을 부순다니,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바로 그 순간부터 새신랑 아레스의 마음도 저스틴에게로 돌아섰다. 결국 저스틴의 막강한 지지와 함께 그날부터 강제 휴가에 돌입한 두 사람은 눈 뜨고 있는 시간 대부분을 이렇게 벗고 있었다.

바로크고 앤티크고 눈에 보여야 말이지.

서로를 담기에도 벅찬데, 그마저도 거의 붙어 있기만 해 온통 시야가 하얗고 까맣기만 했다.

저스틴이 자랑스레 오페라좌 수준의 방음공사를 마쳤다고 했을 때는 대체 왜 저러나 싶었건만,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그의 혜안에 탄복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제 삶은 소중하다. 아레스의 끝도 없는 체력과 열정에 나가떨어진 알리시아가 생존을 위해 그를 밀어냈다.

“성검의 소유자로서 체통을 좀 지키세요!”

“걱정 말라니까.”

아레스는 다정하게 알리시아를 재워주기라도 할 듯 그녀 등으로 다가갔지만 언제나 머리와 몸은 다르게 움직인다.

슬그머니 알리시아의 가슴에 손을 대던 아레스의 눈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뭐지?

원래 이러했다기엔 뭔가 좀…… 크지 않나.

며칠간 짐승처럼 이성을 잃고 있을 때는 몰랐지만, 잠시 휴식기를 가져서 그런지 분명히 손에 차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안 되겠군.”

남편으로서 알리시아의 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어야 했다.

진지하게 인상은 쓰되 크게 심각하지는 않은 아레스가 다시 한 번 확인을 위해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냅다 이불 안에 파묻힌 뒤다.

“그런 얼굴 해도 안 돼요. 당신이 계속 이 방에만 있으면 대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뭐라긴. 그건…… 걱정 마. 저스틴이 알아서 둘러댔을 테니까.”

“……정말요?”

못 믿겠다는 듯 미심쩍은 눈으로 돌아보던 그녀가 결국 풀썩! 베개 위로 엎어졌다. 폭신한 곳에 닿기만 하면 눈이 감기다니, 체력이 한계에 접어든 게 확실했다.

금세 가물거리는 눈을 비비적대자 아레스는 어쩔 수 없이 이불을 덮어주며 일어섰다.

“그럼. 아무도 모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