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세현 - 태권도 관장
지독한 악몽에서 벗어나 조용히 살고 싶어 찾아온 시골 동네에 복병이 있었다. 꼬마 세현의 이모, 윤지민. 자꾸만 화가 나게 만드는 여자. 자꾸만 웃게 만드는 여자. 신경 쓰여 죽겠다.


윤지민 - 약사
사고로 언니와 형부를 잃고 어린 조카를 키우고 있다. 길 건너 태권도장에 새로 왔다는 관장은 수상하고 무뚝뚝한데다 도끼병까지 있는 안면근육 마비 환자다. 신경 쓰여 죽겠다.



-본문 중에서-


“저…과일 좀 드시겠어요?”

지민은 싸가지고 간 과일도시락을 세현에게 들어 보였다. 저 남자 혹시 안면근육이 마비된 거 아냐? 어쩜 저렇게 표정이 없어. 그러거나 말거나 지민은 세현 옆에 자리 잡고 도시락을 펼쳤다. 방울토마토, 참외, 키위, 수박, 오렌지가 예쁘게 모습을 드러냈다.

“좀 드세요.”

지민이 포크를 건넸지만 세현은 받지는 않고 지민을 빤히 쳐다봤다.

“저한테 관심 있습니까?”

뭐야, 도끼병도 있어? 아 놔.

“저기요, 제가 그런 오해까지 받기는 좀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세현은 어이없어 하는 지민의 반응에 살짝 당황했다. 너무 오버했나 싶었다. 1년 전 사고로 세현은 지나치게 방어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실 따지고 보면 관원의 부모가 따라 온다고 크게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이들에겐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 그는 조카를 따라온 이모에게 과민반응을 보인 것이다. 민망한 마음에 세현은 지민을 똑바로 못보고 과일도시락에만 눈길을 내렸다.

“우리 세현이가 깜찍하게 속여서 멋모르고 따라오긴 했는데요, 관장님한테 관심 전혀 없어요. 채연이가 관장님을 더 좋아한다고 저더러 관장님하고 놀라더군요. 그래야 자기가 채연이 독차지 한다구요. 그래서 전 지금 미션 수행 중이니까 웬만하면 협조하세요. 그 얼굴 좀 푸시구요. 근육도 너무 안 쓰면 굳어요. 아시죠? 아우, 수박 달다. 자요.”

포크에 수박을 찍어서 들이미는 지민을 보고 세현이 저도 모르게 픽 웃었다. 지민이 말한 우리 세현이가 자신이 아닌 줄 알면서도 뭔지 모르게 아련하게 들렸다. 아주 오래 전에 그렇게 불러 주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오해했다면 미안합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외모로 봐서는 도끼병 생길만도 하세요. 아, 걱정 마세요. 전 잘생긴 남자 싫어해요. 그리고 그렇게 픽 웃지 말고 이렇게 환하게 좀 웃어 봐요. 또 알아요? 복(福)은 잘생긴 남자 좋아할지.”

 

여름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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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

종이책 - <첫사랑, 그 엉뚱한 진실>, <그녀의 최강男>, <첫눈 속을 걷다>, <우리, 영화처럼>
전자책 - <첫사랑, 그 엉뚱한 진실>, <그녀의 최강男>, <첫눈 속을 걷다>, <사랑도 웹툰처럼>, <수상하고 무뚝뚝한 태권도 관장(개정판)>, <공수한 장가보내기>, <우리, 영화처럼>, <우리가 기억하는 사랑>, <숨이 멎을 듯>, <공정한 연애하기>, <더 모먼트: 별이 되는 순간들>, <첫사랑과 커피를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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