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닐리어 리치필드 케이스는 코가 가려웠다. 그런 증세만 없었으면 대단히 기품이 있어 보일 코였다. 완벽한 모양에, 점잖고 품위가 있어 보이는. 이마는 귀족적이었으며 우아하게 깎인 광대뼈는 천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도드라져 있었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건너온 초기이민자의 고귀한 피가 혈관을 따라 세차게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전임자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재클린 케네디보다 더 화려한 족보를 가지고 있었다.
닐리는 긴 금발을 프렌치 트위스트 스타일로 틀어 올렸는데, 아버지가 막지 않았으면 몇 년 전에 머리칼을 짧게 잘랐을 터였다. 후에는 남편이­늘 다정다감하던 그 사람은, 정말이지 다정하게­긴 머리를 그대로 놔두면 어떻겠느냐고 완곡히 말했다. 그래서 합중국의 귀족인 그녀는 자신이 혐오하는 헤어스타일로 전 세계 수억의 시청자들이 TV로 지켜보고 있어 가려운 코를 긁지도 못한 채 거기 그렇게 서 있었다.
남편을 땅에 묻는 의식을 치르다보면 확실히 인생의 낙이 사라져버린다.
닐리는 몸을 부르르 떨다 벼랑 끝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선 느낌이 엄습해오자 히스테리를 억누르려고 안간힘을 썼다. 10월의 아름다움과, 알링턴 국립묘지에 죽 늘어선 비석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광경에 애써 정신을 집중하려 했지만, 하늘이, 태양이 너무 가까이 있었다. 대지마저 자신을 짓뭉개려 치솟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양쪽에 있던 남자들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합중국의 신임 대통령이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아버지가 팔꿈치를 잡는다. 남편의 가장 친한 벗이자 고문이었던 테리 애커먼의 깊은 슬픔이 바로 뒤편에서 거대하고 검은 파도처럼 닐리를 덮쳐왔다. 그들은 숨쉴 공기를 앗아가며 그녀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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