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 킨케이드의 아내는 마침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날씨는 황량한 산등성이에 모인 얼마 안 되는 유족들의 표정만큼이나 어둡고 음산했다.
헬레나 루이스 킨케이드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명망 높은 영주의 아내였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탓에 황량한 벌판에 버려지듯 묻혔다. 교회에서는 신이 선물한 생명을 인간의 의지로 끊는 행위를 결코 용서받지 못할 죄악으로 여겼기 때문에, 자살한 죄인의 육신을 교회의 신성한 땅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타락한 영혼은 썩은 사과와 같아서 온전한 다른 사과까지 썩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킨케이드 부족의 플래드(스코틀랜드인들이 왼쪽 어깨에 걸치는 망토)에 싸인 시신은 빗물에 흠뻑 젖어 관에 누이기도 힘들 정도로 무거웠지만, 알렉 킨케이드는 아무도 죽은 아내의 몸에 손대지 못하게 하고 혼자 시신을 옮겼다.
머독 신부는 사람들의 무리에서 한참 떨어져 어색하게 서 있었다. 적절한 장례식을 치러 주지 못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살로 인생을 끝낸 영혼에게는 마땅한 기도문도 없는데다, 헬레나 루이스 킨케이드의 영혼이 이미 지옥문을 향해 가고 있음을 뻔히 알고 있는 터에 무슨 위로의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자살에 대한 보답은 영원한 불의 지옥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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