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짓거리들이야!」
성난 남편의 일갈이었다. 레이프는 단박에 상황을 알아차리고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아무래도 그가 가장 싫어하는 감정에 휩싸인 추한 장면이 연출되고야 말 조짐이었다. 품에 안고 있던 아리따운 숙녀를 풀어놓으며, 그는 천천히 돌아서서 방금 거실로 들이닥친 남자를 마주 대했다.
방금 들이닥친 신사는 레이프와 엇비슷한 키에 나이도 비슷한 30대 중반의 사나이였다. 이런 묘한 상황이 아닌 다른 상황에서 만났더라면 얼마든지 멋진 신사라고 인정해줄 수 있는 용모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의 표정은 금방 살인이라도 저지를 기세였다.
「데이비드!」
레이디 조슬린 켄달은 반가운 음성으로 남편을 부르며 달려가다가 험악하게 일그러진 남편의 인상을 보고 우뚝 멈춰 서버렸다. 그리고 마치 큰북을 둥둥 울리는 듯한 긴장감이 두 사람을 싸고돌았다.
문간에 선 사내의 분노에 찬 음성이 그 침묵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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