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차고 똑부러지는 서선의 유일한 아킬레스 승환.

이기적인 그 남자에게 모든 것을 희생하다 마지막까지 대차게 차여버린 서선은

승환의 약혼자라는 여자의 돈봉투를 받고 미련 없이 7년간의 사랑에 종지부를 찍었다.

“헤어지자고 해줘서 고마워!”

친구 미자와 인생 2막을 시작한 춘천.

그런데 내 인생 뭐 이렇게 꼬이기만 하는 거니?

“당신이 오너?”

“그……런데요.”

“계약이 잘못된 거 같군. 이쯤에서 공사 접도록 하지.”

새로운 건물주 등장에,

“누가 남의 나와바리에 허락도 없이 영업장 공사 들어가라 그랬어, 어?”

조폭까지? 다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마지막이라는 심정에 막가파로 나갔더니 조폭 수양오빠가 생기고,

싸가지 건물주의 대시까지?

‘TILL’에서 시작되는 서선의 인생 2막.

제대로 한 방 터뜨려보자.

[본문 내용 중에서]

“장일건.”

“네?”

“…….”

서선이 꼬박꼬박 댁이라는 호칭으로 자신을 부르자 일건은 갑자기 부아가 났다. 그래서 마치 선생님의 관심을 받지 못한 꼬맹이가 제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듯 유치하게 제 이름을 말해 버렸다. 마주치지 말자는 서선의 말이 우습게도 따끔거리며 가슴에 박혀버렸다. 그동안 제가 뭇 여자들에게 했던 차갑고 모진 말들은 모두 잊고 그저 서선의 그 말만이 아프게 와 닿았다.

“마주치지 말자는 그 말은 못 들은 걸로 하지. 나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이서선 씨, 당신과는 달리 나는 앞으로 당신과 무수히 마주쳐야 할 것 같으니까.”

“이, 이봐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 이름은 장일건이야. 또 ‘이봐요’나 ‘댁’ 같은 호칭으로 부른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말이야.”

일건은 서선의 음성이 만들어내는 제 이름을 듣고 싶어 부러 그녀를 을러메었다. 아니, 반쯤은 서선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 애성이가 났음을 저도 인정한다.

“허, 참! 이봐요. 댁하고 내가 언제 봤다고 꼬박꼬박 이름을 불러줘야 하죠? 그리고…… 웁!”

“어머!”

일건은 서선의 입에서 ‘이봐요’와 ‘댁’이란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어 걸음 떨어져 있던 거리를 좁혀 들어가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고 그녀의 붉은 입술을 삼켜버렸다. 서선으로서는 설마 제가 무슨 짓을 하겠냐 싶어 부러 한 말일 테다. 하나 빌미를 제공한 서선을 일건이 가만둘 리가 없었다. 아까부터 노리고 노리던 입술을 핑곗김에 머금었고, 화려한 그녀의 친구인 듯한 여자는 ‘어머, 어머!’를 연발했다.

욕심껏 베어 문 입술은 여태껏 일건이 맛보았던 다른 입술들을 모두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 말랑하고 연함을 무엇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을까.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선녀의 그것처럼 향기를 머금은 서선의 입술은 일건의 이성을 마비시켜 갔다.

일건은 서선의 입술을 빨아들이며 그녀의 향기도 함께 마셨다. 살아 있는 사람의 싱싱함이 그의 입 속으로 함께 빨려 들어왔다. 상큼한 레몬 같기도 하고, 달큼한 열대과일 같기도 한 서선의 내음은 가볍게 댄 입술을 더욱 그녀에게 밀어붙이게 했다.

촉촉한 혀로 입술을 쓰다듬다 그녀의 치열을 훑었다. 부족했다. 좀 더, 좀 더 깊은 무엇을 바라게 되었다. 자꾸만 이는 갈증에 일건의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나 이를 꼭 붙이고 그의 진입을 거부하는 서선 때문에 일건은 애가 탔다. 자꾸만 몸을 빼고 도리질을 치는 서선 때문에 일건은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집요한 일건은 서선의 입술을 한시도 놓치지 않았다. 필사적인 움직임은 흡착기가 붙은 듯 서선의 입술과 향을 들이마시게 했다.

이대로도 충분히 달콤하지만 저 안에 훨씬 더 맛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 집요하게 서선을 공략하던 일건은 서선의 발길질에 헉하고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사타구니를 부여잡아야 했다.

“윽! 너, 너!”

“너? 야, 이 정신병자야! 이게 어디 와서…… 야, 너 나랑 절대! Never! 마주치지 마라. 이 나이에 살인자 돼서 감방 가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아,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미자야, 가자.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프로필]

이희정

8월 23일생.

감정기복이 심한 전형적인 B형.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은 사람.

출간작

[모전여전] [복남이 이야기] [녹우綠雨] [쎄시봉!] [사랑 뒤의 사랑] [극기에 대한 맹세]

[Till Love] [춘화연애담] [라디오 스캔들] [사돈 對 사돈] [비애妃愛] [교동연가]

[The Moment]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애루화] [선남, 선녀] [수작] [햇빛우물]

[아삼삼한 연애] [DITTO 동감] [님아恁我]

[목차]

01. 이별 공식

02. Turning Point

03. 다시 시작하기

04. 파란만장한 하루

05. 오빠만 믿어!

06. 가지고 싶은 사람

07. 서선, 미친개에게 물리다!

08. 묘한 일렁임

09. 두 번째 키스

10. 잘라도 생겨나는 자극(磁極)

11. 그와 그녀의 갈등, 그리움……

12. 사랑(思欴)! 사랑(俟郞)!

13. 각인(刻印)

14. 그와의 거리

15. 수상한 바람

16. 그대 없이 난 아무것도 아니다

17. 독(毒)

에필로그1 - 미자와 상범

에필로그2 - 서선과 일건